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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르주아 경제학의 위기》:
학교에선 가르쳐 주지 않는 경제학의 역사

2008년 미국의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로 촉발된 경제 위기가 여전히 전 세계를 짓누르고 있다. 죽어도 죽지 않는 ‘좀비’처럼 좀비 은행과 좀비 기업이 잇달아 출현했다. 자본주의는 심각한 위기에 빠졌지만, 각국 정부의 대규모 구제금융에 의존해 근근이 버티고 있다.

자본주의가 위기에 빠지면서 부르주아 경제학도 함께 위기에 빠졌다.

《부르주아 경제학의 위기》, 크리스 하먼, 책갈피, 128쪽, 4천9백 원

옮긴이인 경상대학교 이정구 교수가 후기에서 썼듯이 “부르주아 경제학의 주류인 신고전학파 경제학은 갖가지 모델과 수학·통계 기법을 자랑하지만 이번 경제 위기를 전혀 예측하지 못했을 정도로 무능하다.

“이런 비판과 반대에도 불구하고 주류 경제학은 여전히 독점적 지위를 누리고 있는데, 그 이유는 기성 체제와 기업들의 엄청난 지원을 받고 있기 때문이다.

“주류 경제학자들은 비주류 경제학과 정치경제학 분야에 비해 비교할 수 없을 정도의 인적·물적 자원을 동원해 온갖 환상과 미신을 만들어 유포하고 있다.

“좀비 은행들과 기업들이 등장한 것처럼 자본주의 체제를 옹호하고 변호하는 부르주아 경제학도 이제 좀비 경제학이 됐다.”

이 책에서 말하는 부르주아 경제학이란 우리가 교과서에서 배우는 경제학 전반을 가리킨다.

경제학의 시초라 할 만한 애덤 스미스와 리카도의 고전학파, 멩거, 뵘바베르크, 제번스, 마셜, 발라, 파레토, 클라크가 이끈 신고전학파(한계효용학파), 신고전학파를 날카롭게 비판하면서 등장한 케인스주의, 1970년대 케인스주의가 위기에 빠지면서 등장한 다양한 경쟁 학파들(프리드먼이 주창한 통화주의, 레이건 정부의 경제정책을 좌지우지한 공급중시경제학, 멩거와 뵘바베르크의 사상을 추종한 오스트리아학파, 맨큐와 로머, 스티글리츠의 신케인스주의, 스라파의 신리카도주의)이 그들이다.

이들은 다양한 이름으로 서로 경쟁해 왔지만 위기의 원인을 밝히고 해결하는 데는 하나같이 무능했다.

크리스 하먼은 이 책에서 부르주아 경제학이 왜 이렇게 됐는지 그 역사적 연원과 전개 과정을 다룬다. 특히 최근 경제 위기 와중에 다시 부상하고 있는 케인스주의를 마르크스주의적 관점에서 비판하는 데도 많은 지면을 할애한다.

이 책은 경제학의 역사를 이해하고 싶은 사람들을 위한 훌륭한 입문서이며, 이데올로기가 아닌 과학으로서의 경제학이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에게는 산뜻한 청량제가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