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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크〉:
거리에서 힘과 희망을 조직한 게이 정치인 ‘하비 밀크’

〈밀크〉, 구스 반 신트 감독

동성애자인 하비 밀크는 자신을 ‘자본주의 하수인’이라고 생각하는 평범한 증권회사 샐러리맨이다. 밀크는 마흔 살 생일을 앞두고 스스로 삶의 변화를 위해 샌프란시스코로 이주한다. 샌프란시스코에는 노동계급 게이들이 커뮤니티를 이루며 살고 있었고, 밀크도 그곳에서 새로운 삶을 꾸린다.

1960년대 전후 호황기에 흑인 민권 운동과 동성애자 해방 운동이 발전했다. 동성애자 억압에 맞선 대표적 투쟁 중 하나인 ‘스톤월 항쟁’도 그러한 분위기 속에서 일어났다.

<밀크>, 구스 반 산트 감독

여느 게이바들처럼 ‘스톤월’도 경찰들에게 뒷돈을 챙겨 줘 가며 술집을 운영해야 했고 경찰은 곧잘 기습적으로 단속을 했다. 그러나 한 레즈비언이 경찰 단속에 항의하면서 경찰이 감당하기 어려운 폭동으로 번졌다. 그리고 이 항쟁은 인권과 더 많은 요구를 원하는 운동으로 발전했다.

밀크도 자신이 거주한 지역에서 게이들이 혐오스러운 존재로 차별받는 것은 부당하다고 생각했다. 억압받는 삶이 바뀌려면 스스로 변할 뿐만 아니라 사회가 변해야 한다는 것을 절감하게 된 것이다.

그 후 세 차례 도전 끝에 시의회 의원으로 당선한 밀크는 당선보다도 그 과정에서 벌어지는 투쟁이 더 큰 의미가 있다고 강조했다. 밀크는 동성애자들뿐만 아니라 노동자, 여성, 노인의 이익을 옹호했다. 쿠어스 맥주 노동자들의 투쟁에 연대했고 그들에게서 지지를 이끌어냈다.

밀크는 분노를 조직하는 데 탁월했다. 그는 의회에 진출하는 이유를 ‘권력이 그곳에 있기 때문이 아니라 거리의 권력을 의회로 반영하고 그들을 대표하기 위한 것’이라고 생각해 왔다.

브릭스법(동성애자 차별 금지를 폐지하고 공립학교에서 동성애자 교사를 해고하는 법)에 맞서 싸우는 동성애자 교사 노동자들의 투쟁에서, 밀크는 이 투쟁이 성적 취향의 문제만이 아니라 노동자들의 생존 문제임을 강조하며 연대를 호소했다.

탁월한 운동가이자 정치인인 밀크가 거리의 지지에 힘입어 의회에서도 영향력을 확대하는 동안, 경찰 출신 의원인 댄 화이트는 정치적 꼼수를 부리다가 의원 자격을 상실한다. 그러자 밀크를 지지한 샌프란시스코 시장과 밀크를 살해한다.

댄 화이트에게 고작 5년 형이 선고되고 사건이 마무리됐을 때, 샌프란시스코 시민 3만 명은 거리로 나와 촛불을 들고 행진을 한다.

영화 〈밀크〉는 하비 밀크의 실제 삶을 다뤘다. ‘하비 밀크의 시대’를 훌륭한 연기, 극본, 연출로 표현했다. 무엇보다 진심으로 차별을 어떻게 깨부술 수 있는지 다룬 훌륭한 영화다.

밀크는 주 의회 선거에 출마해 경쟁자인 민주당 후보에게 ‘거리에서 동성애자가 데이트 중 살해당했을 때 당신의 정당은 그를 방어하지 않았다’며 날카롭게 꼬집는다.

밀크는 선거 공간에서 희망을 이야기하지 않고 오직 불평과 불만을 이야기한다며 비아냥거리는 민주당 후보에게, 평범한 이들의 설움과 분노를 조직하는 것만이 희망이라는 것을 보여 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