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대 당국의 일방적인 구조조정에 맞서 구성원들이 본격적인 행동을 시작했다.

문과대의 독문·불문·일문과 교수와 학생 들이 만든 공동대책위원회(이하 독불일 공대위)는 3월 11일부터 본관 앞에서 천막 농성을 시작했다.

독문불문일문과 공동대책위 기자회견

공대위는 12일 기자회견을 열어 독문·불문·일문과 학부제 전환 계획 철회, 체계적인 기초학문 지원책 마련, 학문단위 재조정에 교수·학생 참여 보장 등을 요구했다. 요구가 받아들여질 때까지 무기한 농성을 한다는 계획이다.

이날 기자회견에서는 한국독어독문학회, 한국프랑스학회, 한국일본학회 등 외국어문학 관련31개 학회도 공동 성명을 발표해, 학생과 교수 들의 저항에 힘을 실었다.

농성장을 지키는 학생들

항의에 나선 학생과 교수들이 가장 비판하는 점은 학부제 도입이었다.

독문학과 김누리 교수는 얼마 전 교내 토론회에서 “학부제가 철저히 페널티로 주어졌다 … 취업률로 평가를 해서 기초학문이 다 낮은 평가를 받았다” 하고 비판한 바 있다.

기자회견 후 농성장을 지키던 유재현 불문과 학생회장과 표석 문과대 부학생회장은 중앙대 당국이 학과를 학부제로 바꾸면서 정원을 축소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게다가 소수가 지망하는 전공은 나중에는 아예 없애 버릴지 모른다고 했다.

투명 비닐 한 장만 두른 천막은 거센 바람에 휘청거렸고 기자와 학생들 모두 천막이 쓰러지지 않게 붙잡고 인터뷰를 했다. 간밤에는 교수와 학생들이 함께 노숙농성을 했다고 한다.

총학생회도 천막 농성에 함께하고, 3월 15일에는 학생들을 최대한 모아 ‘3월 투쟁 선포식’도 연다. 학교 당국의 언론 탄압에 항의하고 있는 교지 《중앙문화》 구성원들도 13일부터 천막 농성에 함께한다고 한다.?

천막 농성장에 함께한 교수들

독불일 공대위에 이어 역사학과 학생회·대학원생들도 기자회견을 열었다. 역사학과는 민속학과와 통합 예정인데 이에 반대하는 것이다.

역사학과 학생 이상일 씨와 신입생 이한경 씨는 이렇게 말했다. “통합하면 기존에 듣던 수업이 몇 개는 없어진다. 전체 교수 정원 문제도 생긴다.” “이미 한국사·동양사·서양사학과를 합쳐 역사학과를 만들었는데 또 과를 통합하면 심층적으로 배우는 게 힘들어진다.”

민속학과 학생들도 역사학과와 통합하는 것에 반대해 이날 오후 ‘민속학과 장례식’을 열었다. 학생들은 검은 옷을 입고 민속학과의 죽음을 상징하는 ‘근조’ 리본을 달았다. ‘민속학과 영정’ 앞에 향과 꽃을 바치고, ‘민속학은 죽었다’라는 펼침막을 들고 교정을 돌았다.

“총장님, 새터 가면 징계 받나요?”

중앙대 당국은 ‘학생 징계’ 카드도 꺼내들었다. 지난해 진중권 교수 해임 반대 시위에 이어 두 번째다. 징계를 추진하는 이유는 황당하다. 자연대 학생회가 학교가 정한 시기와 다른 날에 새터를 갔기 때문이다.

지난겨울 중앙대 당국은 오랫동안 총학생회가 주관해 온 새터(새내기새로배움터, 신입생수련회)를 갑자기 불허했다. 2월 새터를 한 달 앞둔 때였다.

단과대 학생회들에겐 총학생회 주관 새터에 가지 말고 개강 후 학교가 정한 때에 새터를 가라고 했다. 학교 당국은 새터 지원금을 안 주겠다며 위협했고 결국 거의 모든 단과대가 개강 후 단과대별로 새터를 갔다.

자연대 학생회는 이런 통제에 반대해 지원금을 받지 않고 원래 계획대로 새터를 진행했다.

학교 당국은 학부모들에게 가정통신문을 보내고 일일이 전화를 걸어 “자연대 학생회는 운동권이다”, “새터에서는 술을 많이 먹고 남녀가 혼숙을 한다더라” 하며 끝까지 방해를 했다. 2월 말 새터를 가기 직전에 자연대 학생회장과 다섯 과 학생회장들을 징계하겠다는 위협이 시작됐다. ‘교육 목적에 맞지 않는 행사’라고 말이다.

얼마 전 총장 박범훈은 “[자연대 학생들을] 끝까지 징계하겠다”고 말했고, 정말로 자연대 학생회장과 과 학생회장들은 징계 절차에 필요한 진술서를 쓰라는 통보를 받았다.

이은정 자연대 학생회장은 <총학생회신문>과 한 인터뷰에서 “이것이 부당하다고 생각돼 거부하고 있[다]”고 했다. 그러나 학교 당국은 진술서를 내지 않아도 징계 절차를 밟겠다고 한다.

신입생들이 선배들과 만나 대학 생활을 배우고 친목을 다지는 게 무엇이 문제인가. 학생들 행사를 학교가 통제한 것도 부당한데, 이에 따르지 않았다고 처벌까지 하는 것은 터무니없다.

총학생회 등 중앙운영위원회는 지난 2월 성명을 내 학교가 새터를 방해하는 이유가 “학생들이 한데 모여 구조조정의 문제점을 이야기하는 것을 가장 두려워하기 때문”이라고 지적한 바 있다.

맞다. 중앙대 당국은 지금 구조조정을 시간 내에 밀어붙이려고 혈안이다. 비판 목소리가 나올 만한 곳은 게시물이든 교지든 새터든 다 틀어막는다.

중앙대 당국의 이런 시도가 성공하면 다른 대학에서도 비슷한 공격이 시작될 것이다. 중앙대가 삼성의 성균관대나 고려대가 앞서 한 일들을 따라했듯이 말이다.

취업기술만이 아닌 학문을 탐구할 자유를, 민주주의를 원하는 중앙대 구성원들의 간절한 싸움을 지지하자.

중앙대 구성원들은 요구가 받아들여질 때까지 무기한 천막 농성을 하겠다고 밝혔다
‘민속학과 장례식’을 치르는 학생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