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북 · 반국가 명단 발표:
우익은 속죄양 찾기를 그만두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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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국가정상화추진위원회라는 우익 단체가 영향력 있는 “친북·반국가 행위자 100명 명단”을 발표했다. 거기에 내가 포함돼 있는 것을 보고 든 첫 느낌은 영광이라는 것이었다. 명단의 인사들은 나를 제외하면 대개 인지도와 대중의 관심이 높은 인사들이다. 원로급 인사들도 많이 포함돼 있다. 아마도 내가 꼽힌 것은 나 개인의 업적보다는 내가 속한 단체의 위상과 활동성을 반영하는 것이리라. 새삼 내가 속한 다함께와 동료 회원들이 자랑스럽다.
명단을 보고 든 두번째 느낌은 명단을 작성한 이 우익 집단의 중심 인물들이 옛날 보안법 사건 공소장과 보안경찰의 사찰 기록을 바탕으로 이 명단을 작성했음에 틀림없다는 것이다. 그래서 명단에는 더는 반국가나 친북 성향이 아니고 심지어 진보 축에 들지 않는 인사가 여럿 포함돼 있다. 가령 김대중-노무현 정권 고위 인사 출신자들과 황석영 같은 사람이 그들이다. 이런 사람들조차 명단에 포함시킨 건 아마도 우익 특유의 뿌리 깊은 의심이 작용해 여전히 그들을 못 믿기 때문이리라.
셋째, 국가정상화추진위원회라는 단체명이 참 시사적이다. 위기감이 대단한 모양이다. 현 대한민국 국가가 비정상적임을 스스로 실토하고 있기 때문이다. 인권, 민주주의, 성평등, 환경에 아무 관심도 없는 부패한 우익 CEO 출신자가 국가 지도자로 있으니 그 국가가 정상적일 리 없다. 그가 잘한다는 경제도 실상을 살펴보면 막대한 국가 부채 등으로 불안정하기 짝이 없다.
그런데 우익 자신이 이 국가의 지배자들 아닌가. 바로 그들 자신이나 그들의 부모·친구·선배인 군장성·재벌·국가관료가 1961년 5·16쿠데타 이후 미국의 후원을 받아 구축한 국가가 현 대한민국 국가의 기원이다. 문제의 국가정상화추진위원회의 중심 인물 중 하나인 함귀용 전 서울동부지검 부장검사는 1980년대와 1990년대에 공안검사를 했던 자이고, 양동안 한국학 중앙연구원 명예교수는 노태우가 대통령일 때 육사 17기 출신의 당시 총무처 장관 김용갑과 함께 “우익은 죽었는가” 하고 외치며 공안정국의 조성을 주도한 자였다. 류석춘 연세대 교수는 부친이 박정희 정권의 청와대 정무수석비서관과 문공부
넷째, ‘친북’과 ‘반국가’를 한 묶음으로 묶어 매도하는 우익의 진부한 수법에 대해 한마디 하지 않을 수 없다. 나만 해도 친북이 아님은 과거에 내가 두 차례 구속기소됐을 때의 검찰 공소장에도 명시돼 있다. 나는 북한이 남한과 꼭 마찬가지로 착취적이고 억압적이라고 공공연히 주장해 친북이 아닌 종류의 ‘공안사범’으로 강제 수감됐는데, 자본주의를 혁명적으로 폐지하자는 주장이 ‘공공의 안전을 위해危害’한다는 것이었다. 나의 이 생각은 조금도 변함이 없는데, 예나 지금이나 나는 공공의 안전을 해치기는커녕 아무에게도 테러 등 폭력을 사용하지 않았고, 내가 개진하는 종류의 주장은 서구 같으면 자유롭게 여느 서점과 도서관에서 접할 수 있다. 이런 게 자유민주주의 체제이지, 국가정상화추진위원회 같은 우익이 시대착오적으로 향수를 느끼는 대한민국 국가는 권위주의 체제였을 뿐이다. 경제적으로도 대량해고, ‘민영화’, 교육·의료·복지 공격 등을 추진해 대중의 삶을 망가뜨리고 사회 공공성을 파괴하는 이명박 등 우익이야말로 ‘공공의 안전’을 해치는 자들이다. 다시 한 번 강조한다. 우익은 국가 비정상화의 책임을 진보 인사 들에게 돌리지 말라.
마지막으로, 비정상성의 위기에 처한 이 국가를 위기에서 구출할 수 있는 대안은 무엇일까? 바로 그 비정상성, 그 위기의 근원을 정확하게 규명해 근절하는 것이다. 그 근원은 전반적 이윤율의 위기로 진원지 미국 경제에서 시작해 그리스 등지의 유럽을 흔들고 있고 일본과 한국, 심지어 중국도 위협하고 있는 자본주의 체제다. 그리고 이 체제는 전쟁·점령·이윤을 위해 대중의 삶과 기후, 환경을 유린하는 바로 그 체제다. 우익은 바로 이런 체제를 수호하려고 진보 인사를 마녀사냥하는 것이다. 우익의 광기에 저항하는 것과 자본주의에 저항하는 것, 특히 노동자와 천대받는 다른 사람들의 투쟁은 분리될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