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중동이 망둥이처럼 뛰면 일단 의심부터 하고 보라’는 내 철칙은 확실히 유용한 데가 있다. 그래서 나는 김길태의 잔혹한 범행 — 진범인지 의심도 들지만 — 에 길길이 날뛰며 사형을 시켜야 한다느니, 거세를 시켜야 한다느니, 전자발찌를 채워야 한다느니 목청을 높이지 않았다. 그 대신, 체제의 지배자들이 김길태를 사회적 맥락에서 뚝 떨어져 나온 ‘돌연변이’나 ‘괴물’로 몰아가 범죄의 사회구조적 원인을 은폐하려 한다는 것과, 국가는 계급의 이해를 초월해 이른바 ‘공공의 안녕’을 수호하는 중립적 존재라는 신화를 선전한다는 것, 그리하여 치안력 강화를 통해 정치적 반대파들을 옥죄고자 한다는 사실 등을 통찰할 수 있었다.

솔직히 적들이 김길태에게 벌떼처럼 달려드는 것에 불순한(!) 의도가 있다는 것은 어떤 대단한 능력이 있어야 깨달을 수 있는 심오한 진리가 아니다. 멀지 않은 과거의 행적을 떠올려 보기만 해도 그들이 얼마나 역겨운 위선을 떨고 있는지 드러난다.

故장자연 자살 사건과 청와대 행정관 성접대 파문으로 민심이 들끓을 때 경찰청장 강희락은 “성매매 단속 재수없으면 걸린다”, “나도 성접대 많이 해 봤다” 등 망언을 쏟아 냈고, 〈조선일보〉는 사주 방상훈이 장자연리스트에 올랐다는 의혹이 일자 “악성 루머” 운운하며 고소를 남발했다. 지배자들의 이런 패악스러운 행태는 “못생긴 여자일수록 서비스가 좋다고 하더라” 하는 이명박의 ‘마사지걸 발언’에서 어느 정도 예견된 바이기도 하다.

그런 그들이, 이제는 ‘정의의 사도’를 자처한다! 전과 14범 이명박이 “3대 비리를 발본색원하겠다”며 나대는 것만큼이나 어처구니없는 일이다.

〈레프트21〉 27호의 논설 ‘단결과 연대 행동이 저들의 공세를 막을 수 있다’는 나의 이런 생각이 마르크주의자의 그것과 크게 어긋나지 않는다는 것을 확인시켜 줬다. 다만, 과문한 탓에 잘 이해가 안 되는 주장이 있다. “사회적 분위기가 냉랭해지는 것이 집권당에 유리하다”며 “유리한 분위기 속에서 지방선거를 치르려는 속셈”이라고 주장하는 부분이 그것인데, 생각해보면 그럴 것 같기도 하지만 꼭 그렇지도 않은 것 같다. 이를테면 김길태 사건은, 내가 앞서 말한 효과를 내는 데는 더할 나위 없이 좋은 소재이겠지만, 이명박과 한나라당을 향한 대중적 반감이 뿌리깊은 상황에서 ‘지방선거에서 유리한 고지 선점’이라는 당면한 이익을 얻는 데도 매력적인 방법일까? 동지들의 답변을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