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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건부두로 가는 길》:
오웰을 사회주의자로 만든 노동계급 현실

조지 오웰은 이 책을 쓰고 나서 파시즘과 싸우려고 스페인으로 갔다. 《카탈로니아 찬가》와 《동물농장》을 낳은 건, 사회주의가 대안이라고 생각하게 하는 바로 이 책에 담겨진 경험들이었으리라.

조지 오웰
《위건부두로 가는 길》, 조지 오웰, 한겨레출판사, 328쪽, 1만 2천 원

《위건부두로 가는 길》이라는 제목 때문에 부두 노동자들의 얘기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생각보다 많은 모양인데, 위건 부두엔 부두가 없다고 한다. 옛날에는 아름다운 휴양지로 유명한 곳이었지만, 1930년대 탄광촌이 개발되면서, 도저히 휴양지로는 써먹을 수 없는 시꺼먼 탄광촌이 됐다. 덕분에 위건 부두라는 말은 종종 코미디 소재로 쓰였다고 한다. ‘휴가는 어디로 가지? 위건 부두로나 가!’ 하는 식으로.

조지 오웰은 이 양쪽의 의미를 모두 차용해서 위건 부두라는 지명을 사용했다. 역설적으로 이제 더는 아름답지 않은 곳. 광부들의 열악한 노동환경이 얼마나 답답한지, 돈을 벌기 위해서 광부들이 인간다운 삶을 얼마나 포기해야 하는지도 매우 섬세하게 서술돼 있지만, 가장 충격적인 것은 역시 주거공간을 서술한 것이었다.

당시 광부들은 가족 다섯 명이 한 침대를 사용하거나, 가족 일곱 명이 두 침대를 사용한다. 한 쪽이 완전히 막혀서 통풍도 환기도 채광도 안 되는 집에서, 집세보다 더 비싼 전기세를 내면서 살아간다. 이들은 지저분한 집에서, 청소할 기력도 없이, 자존감을 상실한 채 살아간다.

정부는 사람이 살 수 없는 ‘부적합판정’을 받은 집들을 계속 방치하고, 느려터진 속도로 새 집들을 지어 나간다. 그러다가 가끔, 죽도록 돈을 모아서 그 새 집에 들어오는 광부들이 생긴다. 완전히 정부가 통제하는 이 집들에서는 꽃 하나 제대로 키울 수 없고, 비둘기 하나 제대로 기를 수 없다.

이 사건들에서 조지 오웰은 더 커다란, 다른 통찰을 향해 나아간다.

조지 오웰은 스스로 사회주의자라고 밝히면서도, 사회주의자들에게 날카로운 비판의 칼을 세운다. 이 가난한 사람들을 구원할 수 있는 건, 오직 사회주의뿐이지만 이 때 영국의 사회주의자들은 노동자 대중한테서 괴리돼 있었다고 한다.

제국경찰이었다가 사회주의자가 된 자신의 경험을 털어놓으면서, 그는 진정한 사회주의자라면 노동자들의 처지에서 생각하고, 가난하고 소외받은 노동계급 모두와 함께할 수 있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들을 가르치는 것으로 투쟁은 시작되지 않으며, 노동계급과 함께하는 순간에서야 투쟁이 시작된다는 것이다. 그는 “연합해야 할 사람들은 사장에게 굽실거려야 하고 집세 낼 생각을 하면 몸서리쳐지는 모든 이들이다” 하고 말한다.

이 책은 정말로 세상을 바꾸기 위해서, 왜 아래로부터 투쟁하는 게 중요한지, 그걸 위해서 어떻게 싸워야 하고 어떻게 부딪혀야 하는지를 분명하게 제시하는 훌륭한 르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