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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떻게 워싱턴은 전쟁 준비를 하고 있는가 - 라이베리아 위기의 배경

어떻게 워싱턴은 전쟁 준비를 하고 있는가 - 라이베리아 위기의 배경

리 서스타(미국의 좌파 언론인)

에이즈와 빈곤에 관한 미사여구를 늘어놓고 있지만, 진정한 속셈은 석유와 제국이다. 7월 중순 조지 W 부시의 아프리카 순방에서 두드러지게 드러나는 것은 미국이 아프리카 대륙 전역에서 그 경제적·전략적 구실을 강화하는 방식―라이베리아 내전을 틈타 미군 파병을 준비하는 것부터 우간다, 세네갈, 남아프리카 공화국의 친(親) 시장 “신자유주의” 정책들을 칭찬하는 것까지―이다.

그러나 위기로 파탄난 아프리카 대륙에 미국이 깊숙이 개입하면 할수록 미국은 결코 해결책이 아니라는 점이 더욱 더 분명해진다. 오히려 아프리카 전역의 내전과 사회적 재앙 들에 책임이 있다는 사실이 분명해지는 것이다. 그 증거 중에 하나가 바로 라이베리아다.

라이베리아는 1847년 미국에서 노예들을 제거하기로 결심한 부유한 미국인들이 그들을 아프리카로 보낸 결과 세워진 나라다. 라이베리아는 사실상 미국의 식민지 구실을 했고, 옛 노예들의 후손인 극소수 엘리트가 통치했다. 미국계 라이베리아인으로 알려진 그들은 파이어스톤[미국의 타이어 제조업체] 같은 미국 기업들과 손을 잡았다. 파이어스톤은 1926년 라이베리아에 세계 최대의 고무 플랜테이션을 설립했지만, 토착민들은 여전히 가난했다.

냉전 당시 라이베리아는 인구가 얼마 안 되는 소국이었음에도―지금도 3백만 명에 지나지 않는다―미국이 민족 해방 운동들을 파괴하고 공산주의와 싸운다는 미명 아래 친미 독재자들을 후원하는 데서 핵심적인 전진기지였다.

1980년 해병대 상사 새뮤얼 도가 미국계 라이베리아인 엘리트에 대항해 쿠데타를 일으키고 정권을 잡았다. 백악관을 차지한 레이건 정부는 즉시 새 정부에 수백만 달러의 원조를 제공했고 라이베리아 정부는 그 대가로 인근 리비아를 불안정에 빠뜨리려는 미국의 노력을 도와 주었다.

도의 통치 방식은 암살, 탄압, 사기 협잡이었다. 냉전이 끝나자 미국은 도와 관계를 끊었고, 그는 1990년에 반란군한테 암살당했다. 나이지리아의 언론인 툰지 라드너는 이렇게 썼다. “도 상사는 제국주의적 안락사의 마지막 희생자다. 그가 죽은 이유는 미국이 그에 대한 치료를 중단하면서 그의 생명 유지 장치를 떼어 냈기 때문이다.”

냉전

1990년대 초의 내전 뒤에 발생한 권력의 진공 상태를 메운 사람은 찰스 테일러였다. 미국계 라이베리아인인 그는 도에 대한 광범한 대중의 증오와 인종적 긴장을 이용해 지지를 모을 수 있었다. 리비아뿐 아니라 옛 프랑스 식민지였던 아이보리코스트[코트디부아르의 옛 이름]와 부르키나파소도 테일러를 지지했다. 1990년대 중반에 테일러는 지역 간 경쟁을 이용해 아프리카 서부 나라들―주로 나이지리아―이 파견한 평화유지군을 분열시키는 데 성공했다.

테일러는 잔혹한 탄압과 매수를 병행한 덕분에 1997년 대통령 선거에서 75퍼센트의 득표율로 승리할 수 있었다. 테일러의 성공에서 가장 중요한 구실을 한 것은 그 지역 다이아몬드 거래의 대부분을 통제한 것과 동맹 상대를 끊임없이 바꾼 것이었다.

지배력을 강화하기 위해 테일러는 이웃 나라 시에라리온에서 혁명통일전선(RUF)이 일으킨 반란을 후원했다. RUF는 옛 영국 식민지의 다이아몬드 광산을 장악하고 보석들을 라이베리아로 밀수출했다. 그러면 테일러는 이를 할인 가격으로 서방의 거대 광산업체들에 넘겼고 이 업체들은 이를 팔아 돈을 벌었다.

라이베리아에서 테일러가 그랬듯이, RUF―적들의 사지를 절단하는 것으로 유명했던―도 1999년에 시에라리온에서 정부에 들어갔고, 영국과 미국뿐 아니라 이웃 국가들도 이를 축하했다. “권력 나눠먹기” 협상이 깨지려 하자, 영국이 주도하는 약 1만 3천 명의 유엔 평화유지군이 정부를 지원하기 위해 시에라리온에 들어갔다. 반면, RUF 지도자이자 테일러의 동맹자인 포다이 산코가 다이아몬드를 관리하는 부서의 책임자가 됐다. 테일러는 또 다른 옛 프랑스 식민지였던 이웃 나라 기니에서 다이아몬드 광산을 차지하려는 민병대의 시도도 지원했다.

그런 양상은 코트디부아르에서도 비슷하다. 거기서는 테일러가 후원한 민병대의 폭력과 이주민에 대한 반발 때문에 나라가 사실상 둘로 쪼개졌다. 주로 무슬림이 거주하는 북부와 그리스도교나 애니미즘을 신봉하는 사람들이 거주하는 남부로 분열된 것이다. 옛 식민지 지배자였던 프랑스에서 약 3천 명의 군대가 현상을 유지하고 있는데, 이에 반대하는 일부 코트디부아르인들은 미군이 들어와 프랑스군을 교체하기를 바라고 있다.

한편, 코트디부아르 대통령 로랑 그바그보는 라이베리아 내전에 개입해 또 다른 민병대, 라이베리아민주운동(MODEL)을 지원했다.

석유

유엔 사무총장 코피 아난의 압력에 떠밀려 미국은 마지못해 라이베리아에 직접 개입하게 됐다. 코피 아난의 고국 가나는 미국의 긴밀한 우방이고 그 지역에서 중요한 구실을 하는 나라다. 미국의 이라크 전쟁에 반대했던 프랑스조차―그 지역에서 이익을 다투고 있음에도―미국이 개입해 통제 불능 상황이 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1백만 명이 거주하는 라이베리아의 수도 몬로비아에 물과 전기가 들어오지 않는다는 사실 때문에, 전에 이라크 전쟁을 반대했던 많은 사람들이 인도주의적 근거에서 미국의 평화유지군 파견을 지지했다. 그러나 미국이 라이베리아의 무고한 사람들을 위해서 행동할 것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은 사태를 더 면밀하게 보아야 한다.

지금까지 미국은 기니 정부―지난해에 미국의 군사 원조 3백만 달러를 받았다―와 협력해 주요 반군 조직 ‘라이베리아 화합·민주 연합’(LURD)을 지원함으로써 테일러에게 압력을 넣는 데 만족해 왔다. 유엔 재판소가 테일러를 전쟁 범죄자로 기소했지만, LURD도 사실 테일러와 별반 다를 바 없다.

한 유럽 외교관은 〈워싱턴 포스트〉 기자에게 이렇게 말했다. “LURD의 실세 중에 손이 깨끗하거나 그 비슷한 사람은 단 한 명도 없다. LURD의 상층은 하나같이 강간, 약탈, 만행을 저지른 자들로 가득 차 있다.” 인권 감시 단체 ‘휴먼 라이츠 워치’에 따르면, LURD 군대는 납치, 즉결 처형, 약탈, 강간, 강제 신병 모집에 연루돼 있다. 그리고 테일러나 RUF와 마찬가지로 어린 소년들을 전투원으로 이용하고 있다.

따라서 부시가 테일러의 축출을 요구했지만―테일러는 나이지리아 망명 제안을 일시적으로 받아들였다―미국의 해결책은 한 명의 군벌을 다른 군벌로 대체하는 것일 뿐이다. 미국이 군사 개입을 위해 정말로 움직인다면, 그것은 라이베리아가 상당량의 석유가 매장돼 있는 기니 만 근처에 위치해 있기 때문이다. 엑손-모빌이나 셰브런-텍사코 같은 미국의 석유회사들은 올해 1백억 달러 이상을 아프리카의 석유에 투자할 예정이다.

동시에, 미국은 “아프리카 북부의 아랍 국가들과 사하라 이남 아프리카”에 있는 미국의 군사 기지들을 지원하기 위해 움직이고 있고 〈뉴욕 타임스〉는 보도했다. “그 지역에서 증대하는 테러 위협에 맞서 싸우기 위한 새로운 주둔 협정과 군사 훈련을 통해” 그렇게 한다는 것이다.

여기에다가 아프리카 전역에서 미국이 추구하는 자유 시장 정책들을 덧붙여 보라. 그러면 아프리카에서 조지 W 부시가 추구하는 진정한 목표가 무엇인지 너무나 분명해질 것이다. 그런 것들에 반대해야 할 필요성도 마찬가지로 분명해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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