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호타이어 노동자들이 노조 지도부의 ‘고통 전담’ 합의에 울분을 토하고 있다.

“지금 현장은 부글부글 끓고 있습니다. 여기저기서 원성이 자자합니다.”

“이번 합의는 한마디로 노예 계약서입니다!”

노조 지도부는 합의안이 마치 “조합원들의 생사”를 위한 최선인 것처럼 말하지만, 합의안은 노동자들을 벼랑 끝으로 내몰고 있을 뿐이다.

합의안은 연간 1천7백여 만원에 달하는 임금·상여금 삭감, 5백97개 직무에 대한 도급화 등 대폭적인 양보를 담았다. 1백93명의 정리해고는 워크아웃 이후로 ‘유보’됐을 뿐이고, 회사에 잘못 보이면 언제든 잘릴 수 있게 됐다.

더구나 지도부는 ‘노조 동의서’도 제출키로 했다. 채권단의 요구를 조건 없이 받아들이겠다는 ‘항복 문서’에 스스로 족쇄를 찬 것이다!

따라서 4월 8일까지 진행되는 조합원 찬반투표 결과가 어떻게 나오든, 금호타이어 노조 지도부의 배신적 합의는 결코 정당화될 수 없다.

한 조합원은 답답한 심정을 토로했다. “집행부에게 잠정 합의안이 부결되면 어떻게 할거냐고 물었더니, 또 협박만 합디다. 부결되면 1천2백 명은 해고된다면서요.”

고광석 지도부는 워크아웃 기업에서 양보 말고는 무슨 대안이 있냐고 조합원들을 몰아붙여 왔다. 금속노조 정책연구원도 “노조도 파국을 막기 위한 고통 분담에 참가해야 한다”며 양보 압력을 거들었다.

그러나 양보와 투쟁 회피는 결코 대안이 될 수 없는 최악의 카드다.

1999년 대우차 워크아웃 당시에도 노조 지도부가 양보 교섭에 매달렸지만, 채권단은 결국 눈 하나 깜짝 않고 1천7백50명 정리해고를 단행했다. 뒤늦게 파업을 선언했지만, 노조 지도부의 거듭된 양보로 사기가 꺽이고 희망을 잃은 노동자들이 다시 투쟁에 나서는 것은 어려운 일이었다.

지금 금호타이어 노조 지도부의 거듭된 양보도 조합원들의 사기를 떨어뜨리고 있다.

혼란 속에서 일부 노동자들은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차라리 워크아웃보다 법정관리가 낫지 않냐”고 말한다.

그러나 워크아웃과 법정관리는 모두 기업주와 채권단의 이윤을 보존하기 위해 노동자들을 희생시키는 과정이다.

진정한 대안은 ‘공기업화’를 통해 정부가 일자리를 책임지라고 요구하며 싸우는 것이다.

위기에 처한 재벌·투자자들을 위해서는 아낌없이 돈을 쓰는 정부가 왜 노동자들은 나몰라라 하는가. 이미 금호타이어는 국책은행인 산업은행이 돈줄을 쥔 정부 소유 기업이나 마찬가지다. 따라서 금호타이어를 망친 박삼구 일가를 몰아내고 정부가 고용안정을 책임지라는 요구는 지극히 타당하다.

투쟁의 대안

지금 채권단은 체불 임금을 볼모로 노동자들의 양보를 협박하고 있다. 무엇보다 이번 합의안이 부결되면 아웃소싱 대상자를 포함해 1천2백여 명의 고용이 위태로워 진다는 압박을 가하고 있다.

그래서 적잖은 노동자들이 북받치는 분노에도 불구하고 부결 투표를 주저하고 있다.

이번 합의가 금세 끊어질 썩은 동아줄이라는 점을 노동자들이 모르는 것은 아니다.

“해고 대상자들은 살아도 산 게 아닐 거에요. 목에 칼을 들이대고 언제 죽일지 시간만 재고 있는 거 아닙니까.”

“3년이 될지 5년이 될지 모르는 워크아웃 기간 동안 해고는 계속 시도될 것입니다. 내년에는 1천5백 명을 해고하겠다고 나올지도 모르죠.”

하지만 노동자들은 ‘부결 이후엔 방법이 있는가’ 하는 문제에 봉착해 있다. ‘해고냐 양보냐’ 하는 두가지 악을 모두 거부하고 투쟁에 나설 수 있다는 확신을 갖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현 지도부를 뛰어넘는 독립적인 투쟁의 부재가 바로 그 이유다.

이 점에서 금호타이어정리해고철폐투쟁위원회, 현장 공동대책위원회, 민주노동자회 등의 지도부에게 아쉬움이 크다. 이들은 옳게도 양보 교섭을 비판하며 협상안 부결을 주장하지만, 노조 지도부로부터 독립적인 행동을 조직하지는 않고 있다.

특히 노조 지도부가 파업을 선언해 놓고도 양보 교섭에 매달리던 4월 1일, 금해투 등의 지도부는 무기력하게 노조 지도부의 교섭만 지켜보고 있었다. 독자적인 집회로 조합원들을 조직했어야 했는데 말이다.

고광석 지도부는 이런 약점을 교묘하게 파고 들었다. 지도부는 4월 6일 발표한 대자보에서 “행동하지 못하고 말로만 하는 비겁함이라면 침묵해야 할 것”이라고 비아냥 거렸다.

지금이라도 금해투 등은 공장 곳곳을 누비며 행동을 조직하고 공개적으로 부결을 선동해야 한다. 그래야 설사 합의안이 가결돼도 지속적으로 투쟁을 조직할 수 있다.

“부글부글 끓고” 있는 현장의 불만을 조직할 책임이 이제 금해투에게 있다. 배신적 합의를 한 집행부를 뛰어넘어 투쟁이 대안임을 조합원들에게 제시해야 한다.

금해투는 합의안이 부결되면 곧바로 ‘비대위’를 구성해 실질적 투쟁을 조직해야 하고, 가결되더라도 이어질 공격에 맞선 투쟁의 구심이 돼야 한다.

혹여 차기 선거에서 노조 지도권만 바라보고 당장의 과제에 소홀한다면, 조합들의 불신과 실망을 사게 될 것이다. 무엇보다 분노가 절망으로 바뀌고 투쟁 가능성의 섟을 죽인 다음에는 이후를 도모하기 힘들 수 있다.

거듭 강조하지만, 지금 금호타이어에선 투쟁의 구심이 절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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