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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안함 실종자 가족이 〈레프트21〉에 보내 온 편지:
“우리 아이들 무슨 일 있어도 군인 만들지 않겠다”

처조카 균석이가 천안함 사고로 실종된 지 벌써 열흘이나 흘렀습니다. 얼음장 같은 바다 밑 캄캄한 선실 안에서, 두려움 속에서 숨져 갔을 실종자들을 생각하면 지금도 숨이 가빠옵니다.

천안함 사고 소식을 접한 아내는 사흘 동안 출근도 못 하고 몸살을 앓으며, 실종된 이종 조카 균석이가 고통 속에서 죽어 가지 않기만을 기도했습니다.

실종자가족협의회 이정국 대표는 “[우리는 정부에게] 버림받았다고 생각합니다” 하고 말했다. ⓒ제공 〈민중의소리〉 김철수 기자

혼절에 혼절을 거듭한 처이모와 가족들은 평택항과 백령도를 떠돌며 군 당국에게 빠른 구조와 수색을 요구하며 절규했습니다. 한계를 넘는 인내심으로 생환만을 손꼽아 기다렸건만, 그토록 많은 눈물과 울음에도 정부는 아직까지 실종자 구조도 사고 원인 규명도 아무것도 하지 못했습니다.

우리의 슬픔은 분노로 바뀌어 갔습니다. 돌아오지 않는 형을 원망하며 “엄마 아빠와 함께 죽어 버리겠다”는 균석이 동생의 가슴속에는 군 당국과 정부에 대한 분노와 울분만 차오르고 있습니다.

해군 자원을 권유했던 균석이 아버님은 자책 끝에 오열했습니다.

한 실종자 가족은 “우리 아이들을 무슨 일이 있어도 대한민국 군인으로 만들 일은 결단코 없을 것입니다” 하고 울분을 토했습니다. 제 심정도 그렇습니다.

절망과 분노

사고의 진상을 숨기기에 급급한 군 당국의 행태에 정말 분통 터지는 일이 한두 가지가 아닙니다. “초동 대응이 잘됐다”는 이명박과 국방장관 김태영의 역겹고 뻔뻔스런 말과는 달리, 해군 당국과 정부의 대처는 정말이지 절망과 분노만을 느끼게 할 뿐이었습니다.

천안함 침몰 현장에 부표조차 설치하지 않았고 구조함도 조기 투입되지 않았으며, 4시간가량 버틸 수 있는 산소를 주입했다는 발표조차 거짓임이 드러났습니다.

무리하게 진행된 구조작업으로 수중폭파팀(UDT) 요원 한주호 준위가 희생됐고 수색 작업에 동원했던 쌍끌이 어선 금양98호가 침몰해 선원 2명이 죽고 7명이 실종되는 참극이 또다시 빚어졌는데도 군 당국은 책임 회피에만 급급합니다.

시신조차 찾지 못해 어복장(魚服葬)을 치를지 모른다는 부모 형제의 비통한 심정은 이루 말할 수 없습니다. 자식의 생환을 기원했건만 “살리지 못한다면 인양이라도 빨리 하라”고 울부짖을 수밖에 없었습니다.

더구나 보수 언론이 내뱉은 냉혹한 독설들로 실종자 가족들은 ‘칼로 심장을 찢어 내는 고통 속에 심신이 망가져’ 가고 있습니다. 극우 언론들은 “가족들의 야유와 통곡과 아우성이 이성을 잃은 면이 있”다고 말합니다. 우리보고 “내 아들이 나라를 위해 목숨을 바친 것을 자랑스럽게 생각합니다” 하고 말하라 합니다.

미친 놈들. 이성을 잃은 것은 너희 놈들이다!

우파 언론들은 진실 규명에는 관심조차 없고, 오로지 남북한 군사적 긴장을 높여 국민의 위기의식을 부추기는 데 몰두하고 있습니다. 온갖 억측만 난무하는 것은 군 당국과 정부가 계속 말을 바꾸기 때문입니다. 의혹들이 부풀려진 것도 정부와 군 당국이 진실을 은폐하려 하기 때문입니다.

[북한이] 어떤 짓을 해 놓고 그것을 감추기 위해서 [침묵]할 수도 있”다고 김태영은 말했지만, ‘어떤 짓’을 하고 ‘그것을 감추기 위해’ 안간힘을 쓰는 것은 이명박 정부와 군 당국으로밖에 보이지 않습니다.

무능하고 무책임하면서도 진실을 은폐하려는 이명박 정부와 군 당국에 대한 불신과 원망은 켜켜이 쌓여 가고 있습니다.

철저한 진실 규명만이 남북의 경계선에서 사라진 장병들과 부모 형제를 잃은 가족들의 마음을 조금이나마 위로하는 일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