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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평 - 《물전쟁》(반다나 시바, 생각의 나무)

김세원

세계의 3분의 2가 물로 덮여있는데도 평범한 다수의 사람들은 갈증에 허덕이고 있다. 시장주의자들은 물부족 현상은 물의 교역이 없기 때문이라며 시장주의의 교리 아래 물의 상품화, 사유화를 추진하고 있다. 하지만 물부족 현상이야말로 시장주의가 낳은 야만이다.

멕시코의 대표적인 경제자유구역 마낄라도라에서는 깨끗한 물이 워낙 귀한 탓에 어린이들과 아기에게조차 콜라를 먹인다. 제3세계 도시 대부분은 하루에 몇 시간 또는 1주일에 며칠씩 단수가 행해진다. 필리핀 마닐라 인구의 40%가 물부족을 겪고 있다.

이러한 결과로, 세계 도처에서 물의 상품화, 사유화가 진행되고 있고 물을 얻기 위해 그것에 맞서 싸우는 사람들간의 ‘전쟁’이 벌어지고 있다.

세계은행과 IMF는 돈을 빌려주는 조건으로 흔히 수도사업의 규제를 풀도록 요구한다. 그래서 외채에 시달리는 가난한 나라들의 수도는 민영화되고 있다. 1999년 세계은행은 볼리비아의 코차밤바시의 수돗물 공급을 벡텔의 자회사에 넘길 것을 요구한다. 그 결과 코차밤바시의 한달 수도요금은 다섯 식구를 가진 가정의 2주 식비에 해당하는 20달러로 폭등했다. 이것은 최저임금의 5분의 1이나 되었다. 사유화에 반대하는 대중 시위가 벌어졌고 정부는 계엄령과 시위대 체포, 살해로 대응했다.

이제 이것은 다른 나라 이야기만은 아니다. 올해 2월 서울시는 ‘암사정수사업소 민간위탁 계획’을 발표했다. 얼마 전 전국공무원노동조합은 “물은 상품이 아니라 생명이다”라는 성명서를 발표하고 6월 24일 20여 개 시민단체와 함께 ‘민간위탁 저지를 위한 시민공동대책위원회’를 결성했다.

반다나 시바의 이 책은 물이라는 자원을 둘러싼 국가간의 전쟁과 더불어 국제기구와 기업, 국가 대 평범한 사람들의 ‘물전쟁’을 다루고 있다. 이 책에서 더욱 중요하게 서술되고 있는 것은 후자이다.

시바에 따르면 전통사회에서 공동으로 관리되고 사용되던 물은 기업과 기업을 돕는 국가, 국제기구에 의해서 ‘배타적 소유권’을 지니는 자본과 상품이 되었다. 물은 무분별한 댐건설이나 광산개발, 단일작물의 재배, ‘녹색혁명’에 이용되면서 극심하게 오염·고갈되었으며 그것은 광범위한 환경 파괴를 낳고 있다.

여기서 주의해야 할 점은 그녀가 산업화 자체를 문제삼고 싶어하는 듯한 인상을 준다는 것이다. 그것은 ‘전통적 방법’으로의 회귀를 이야기하는 대목에서 더욱 짙게 느껴진다. 더불어 그녀는 중앙집중적인 물 관리를 물 고갈의 한 원인으로 제시하며, “지역공동체에서 (행하는 ‘전통적’ 물관리 시스템으로) 수자원을 관리하게 되면 생태적 파괴와 사회적 갈등을 피할 수 있다”고 한다.

또한 그녀의 대안은 신비주의적·종교적 색채를 띤다. “생명은 신성하다는 생각은 생태계에 높은 가치를 부여하며 이들을 상품화시키는 것을 막는다”며 “영성의 회복”을 이야기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책은 물과 환경, 인간 관계에 대한 깊은 이해와, 요금인상, 수질저하, 그에 따른 질병확산을 낳는 물 사유화에 대한 구체적 폭로가 담겨져 있어서 유익하다. 무엇보다도 저자는 환경파괴를 낳는 사유화와 신자유주의 세계화에 맞서 싸워야한다고 주장한다.

올해 9월에는 신자유주의 세계기구인 WTO 5차 각료회의가 열린다. 이에 맞선 세계적 저항이 예정돼 있다. 이미 2001년 4차 회의 때 물의 교역에 관한 조항이 새롭게 추가되었다. 깨끗한 물을 마음껏 누리면서 환경과 더불어 살아가길 원하는 사람이라면, 그 구체적 대안과 방법을 고민하면서 이 책을 읽어보길 권한다. 그리고 함께 WTO에 맞서 싸우면서 토론해 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