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숙명여대:
“‘빅 시스터’를 거부한다”

숙명여자대학교 총학생회가 3월 29일부터 닷새 동안 학칙 개정안 찬반 총투표를 했다. 재학생 약 1만 명 중에서 4천9백47명이 투표했고, 93퍼센트에 이르는 4천1백40명이 총학생회가 제시한 학칙 개정안에 찬성했다.

총학생회가 학칙 개정안 찬반 총투표를 하게 된 배경은 지난 겨울로 거슬러 올라간다. 숙명여대 당국이 학교를 비판하는 학생, 촛불시위에 가자고 호소한 학생 등의 신상을 추적한 자료가 무더기로 발견된 것이다.

사찰을 한 당시의 학생처장은 총학생회와 면담한 자리에서 “행복한 학교”를 위한 것이었다고 강변했다.

총학생회는 독재정권 때 만들어진 학칙이 이런 감시와 통제를 ‘합법’으로 뒷받침한다며 학칙 개정 운동을 시작했다.

개정안은 대학평의원회 권한, 학내 언론·출판·집회·결사·종교·양심의 자유를 분명히 보장하는 내용이다. 또 부당한 사찰이 다시 일어나지 않도록 개인정보 보호 조항을 넣었다.

기존 학칙을 보면 열 명 이상 모여 집회를 할 때, 교내에 광고를 붙이거나 인쇄물을 배부할 때, 외부 인사를 초청할 때 모두 미리 총장 승인을 받아야 한다. 학생회나 동아리가 붙이는 게시물도 모두 ‘도장’을 받아야 한다.

총학생회는 “사전검열을 통해 학교[방침]에 위배되거나 사회참여적인 이야기를 할 장을 차단하는 용도”라고 지적했다.

실제로 지난 3월 한 동아리는 이명박 정부 아래서 고초를 겪은 언론계 인사를 초청해 강연을 하려다 학교 당국이 장소를 내 주지 않아 큰 곤란을 겪었다. 학생들은 “정치적 발언은 하지 않을 것”이란 각서를 쓰고서야 장소를 빌릴 수 있었다.

학생들은 온라인 게시판에서 이런 실태를 비꼬아 숙명여대 당국을 ‘빅 시스터’라고 부른다.

사전검열

학교 당국은 ‘빅 시스터’답게 총투표가 학칙에 없는 활동이라며 투표를 홍보하는 펼침막과 게시물들을 모두 떼 버렸다. 학교 웹사이트에도 총투표에 참가하지 말라고 공지를 올렸다. 투표 진행에 필요한 재적인원 수를 알려 달라는 총학생회의 요청도 거부했다.

이런 방해 속에서도 4천 명 넘게 학칙 개정 찬성표를 던진 것은 정말 반가운 결과다. 강보람 총학생회장은 “모든 단과대, 학과 학생들이 골고루 투표에 참가했다. 그러지 않았으면 어려웠을 것”이라고 말했다.

여기에는 대단한 노력이 뒤따랐다. 총학생회장과 부총학생회장은 학내 거의 모든 학생회 활동가들을 만나며 학칙이 부당함을 알렸다.

이렇게 개정안은 압도적인 지지 속에 정당성을 확인받았다. 총학생회는 이런 지지를 발판으로 학교 당국을 압박할 생각이다.

또, 사찰 피해 학생 8명이 모여 숙명여대 당국을 상대로 진상규명과 정신적 피해 보상을 요구하는 소송도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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