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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20이 경제 위기를 해결할 수 있을까

이명박 대통령은 G20 정상회의 유치 특별 기자회견에서 “드디어 대한민국이 세계 중심에 우뚝 설 계기를 맞이하게 되었다”고 벅찬 감동을 토로했다. 그런데 과연 G20은 무엇이고 무엇을 해결하고 있는가?

G20 정상회의는 2008년 세계경제 위기가 심각해진 시점에서 이를 해결하려고 G8(미국·영국·독일·프랑스·일본·이탈리아·캐나다·러시아, EU는 참관)이 부랴부랴 새로 소집한 회의다. 2008년 11월 워싱턴, 2009년 4월 런던, 9월 미국 피츠버그에서 회의가 열렸고 올해는 캐나다(6월)와 서울(11월)에서 회의가 열린다.

①②④⑤ 작년 4월 영국 G20 항의 행동 4만명이 참가해 ‘고장난 자본주의의 책임을 우리에게 떠넘기지 말라’고 요구했다. ③ 6월 캐나다에서 열릴 G20 항의 운동 참가 호소 포스터 - 영국, 캐나다를 이어 올해 11월 서울에서 저항을 건설하자.

G20은 그 구성부터 철저히 강대국들의 이해를 반영하고 있다.

G20의 구성을 놓고도 강대국의 이해가 엇갈렸다. 일본은 G8의 존속을 원했다. 반면, 유럽은 브라질·인도·중국·남아공·멕시코가 참여하는 G13을 선호했다.

그러나 미국은 여기에 한국·사우디아라비아·호주·터키·아르헨티나·인도네시아 등 주로 자국의 영향력이 강하게 미치는 나라들을 참여시키기를 원했다. 그 결과물이 G20이다.

이들이 어떻게 모이게 되었나보다 더 중요한 것은 이들이 세계경제 위기를 해결하려는 실질적 조처를 취해 왔는지 또 그런 조처를 취할 의지가 있는지다.

2007년에 시작돼 지금까지 계속되고 있는 세계경제 위기의 책임은 우선적으로 금융기업들이 져야 한다. 이들은 미국의 주택대출을 담보로 실제 집값의 수십 배가 넘는 액수로 파생금융상품을 팔았고 이를 통해 천문학적 이윤을 거둬들였다.

문제의 당사자들

그러나 막상 자신들의 투기로 이 금융상품들이 연쇄적으로 부도가 나기 시작하자 각국 정부들에게 손을 벌려 구제금융을 요구했다. 이들을 망하게 두던지 아니면 국유화를 하는 것이 당연한 해결책일 것이다. 그러나 G20의 어느 정부도 금융기업에게 책임을 묻지 않았다.

오히려 각국 정부는 “경기부양을 위해” 국민 세금으로 이들 은행과 금융기업들의 손실을 메워 주었다. 미국은 7천억 달러, 유럽은 2조 3천억 달러, 한국만 해도 40조 원이 넘는 돈을 금융기업과 대기업에게 쏟아부었고 결국 이 돈은 마지막 한 푼까지 국민들이 갚아야만 한다.

돈은 부자들과 대기업이 벌었는데 그 손실은 전 국민이 책임져야 한다고 주장하고 이를 실천한 것이 바로 G20이다.

아이티에 대한 전 세계의 구호액수는 20억 달러였지만 골드만삭스 한 회사에 대준 구제금융은 1백억 달러였고 이 회사 임원들의 연말 보너스만 48억 달러였다.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인 조지프 스티글리츠가 ‘이건 뭐 부자들을 위한 사회주의 아니냐’라고 통탄한 것은 결코 과장이 아니다.

세계경제 위기의 더 근본적 문제는 현대 자본주의가 취하고 있는 신자유주의 정책이고 이러한 노동자 쥐어짜기에도 회복되지 못하고 있는 자본의 수익성이다.

1970년대 경제 위기에 대처하는 방법으로 G8 정부들이 모여 합의한 것이 복지재정을 깎고, 공공부문을 민영화해 공공요금을 인상하고, 기업 효율성을 높인다는 이름으로 노동자들의 노동조건을 악화시키는 것이었다. 그것이 바로 신자유주의 정책이다.

이 신자유주의는 IMF·세계은행·WTO를 삼두마차로 내세워 전 세계적으로 집행돼 왔다. 그런데 G20이 내린 결론은 이 3대 괴물을 더욱 강화해야 경제를 살릴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신자유주의 정책 때문에 전 세계의 빈곤과 양극화가 더 심해졌다. 지금 세계 인구의 2퍼센트가 전 세계 부의 40퍼센트를 독점하는 반면 전 세계 인구의 하위 50퍼센트는 부의 1퍼센트만을 가지고 있다.

당장 IMF가 한국 민중에게 어떠한 기구였던가? 1997년 경제 위기 때 한국에 긴축재정을 강요하고, 공기업을 민영화하고, 비정규직을 양산시키도록 강요한 것이 바로 이 IMF였다.

이것도 모자라 자유무역이라는 이름 아래 남아 있는 물·가스·전기도 민영화하고, 건강보험도 민영화하며, 대학등록금은 올리고, 연금을 삭감하자고 하며, 광우병 위험이 있든 없든 무조건 무역장벽을 없애자는 것이 바로 WTO 체제다.

그런데 G20 회의에서 하는 일이 바로 IMF와 WTO와 자유무역을 더욱 강화하자는 것이다.

어떤 이는 그래도 중국이나 브라질·인도·남아공 등이 있으니 G8보다는 나아진 것일 수 있다고 말한다.

그러나 이른바 BRICS 신흥공업국들이 G20 회의에서 요구하는 것은 빈곤국에 대한 채무탕감도 개발지원금의 증액도 아니며 기후변화를 막는 실질적 정책 수행도 아니다. 이들은 IMF와 세계은행을 강화하되 여기에서 자신의 지분을 늘려달라고 요구한다.

돌아가면서 맡는 G20 재무장관회의의 의장국은 순번상 한국이 2010년 의장국을 맡게 돼있었다. 이 때문에 한국이 정상회의 의장국을 맡게 된 것을 두고 한국이 “세계 중심에 우뚝”서고 “국격이 상승할 절호의 기회”를 맞게 됐다는 주장은 과장을 넘어 거짓말이다.

여기에 G20이 지금까지 해 온 논의와 실행한 내용은 위기 해결과는 거리가 멀고 오히려 신자유주의가 초래한 빈곤과 양극화를 더욱 악화시킬 것이다.

하물며 이런 G20 정상회의가 에너지 문제나 기후변화 문제를 해결하리라 기대하는 것은 망상에 가깝다.

G8이나 G20은 현 경제 위기와 지구적 위기를 해결하는 주체들이 아니라 이 위기를 만들고 심화시킨 당사자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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