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멕시코 만 원유 유출:
이윤몰이가 초래한 대참사

데일 버킨 씨는 4월 20일 멕시코 만의 해상 석유 시추 시설인 딥워터 호라이즌에서 동료들을 내리기 위해 크레인을 조작하고 있었다.

그것이 그의 마지막 모습이었다. 다음 순간 시추 시설이 폭발하면서 버킨 씨는 동료 열 명과 함께 목숨을 잃었다. 다국적 석유 기업들의 가차없는 이윤 추구가 그들을 죽음으로 내몰았다.

딥워터 호라이즌의 불을 끄려고 시도하는 소방선 이런 사고는 석유 산업의 고질병이다. ⓒ사진 영국사회주의노동자당(SWP)

폭발로 인해 해저 유정에서 유출된 원유는 루이지애나 연안까지 번지면서 1989년의 엑슨발데스 호 기름유출 사건 이후 미국 역사상 최악의 환경 재앙을 자아내고 있다.

사고 초기에 석유 회사들과 미국 정부는 아전인수식 자기 합리화와 미심쩍은 정보 흘리기, 그리고 진실 가리기로 일관했다.

석유 메이저인 브리티시페트롤리엄(BP)은 심지어 멕시코 만에서 자신들이 탐사하던 유정의 석유 매장량 추정치도 밝히지 않고 있다. 영업비밀이라는 것이다.

사고 초기의 안이한 대응과 책임 떠넘기기 논쟁 때문에 재난에 대한 대처가 더욱 늦어졌다.

가장 낙관적인 전망에 따르더라도 기름 유출을 중지시킬 때까지 4백만 리터의 원유가 더 새 나올 것이라 한다. 이미 멕시코 만에는 천만 리터의 원유가 쏟아져 나온 상태다.

기름띠 확산을 막으려고 사고 해역에 방책이 설치됐지만 그중 80퍼센트 이상이 무용지물이었다. 방책 설치에 동원된 어선 승무원들은 사고 발생시 BP를 고소하지 않겠다는 내용의 각서에 서명하라고 처음에 요구받기도 했다.

붕괴

이번 사고가 앞으로 몇 세대 동안 물고기, 새, 고래 등에게 미칠 피해는 가늠조차 하기 어렵다. 인근 지역 어업이 붕괴할 것임은 두말할 것도 없다.

그런데 이윤 추구 때문에 사고 대처만 늦어진 것이 아니다. 사고 발생 자체가 이윤 추구에서 비롯했다.

해저 1마일(약 1.6킬로미터) 쯤에 설치된 원유 유출 방지 밸브가 제대로 잠기지 않은 탓에 고압 가스와 원유가 파이프를 타고 솟구쳐 올라오면서 폭발이 일어났다.

BP는 딥워터 호라이즌 같은 시추 시설의 안전 장치에 문제가 있다는 사실을 10년 전부터 알고 있었다.

2000년 6월에 BP는 딥워터 호라이즌의 소유주인 트랜스오션 사에 “채무 불이행 통지서”를 발송했다.

문제의 발단은 바로 원유 유출 방지 밸브의 작동 불량이었는데, 당시에 트랜스오션 사도 밸브에 “전혀 이상이 없지는 않다”고 인정했다.

이번 재앙에는 세계 정상급의 다국적 기업들이 연루돼 있다. BP는 2009년에 시가총액 기준으로 세계 5위 기업이었다.

문제의 밸브를 생산한 것은 세계 최대 기업인 GE의 자회사였고, 밸브를 설치한 것은 이라크에서 부패로 악명을 떨친 핼리버튼이었다.

그러나 설령 원유 유출 방지 밸브가 작동하지 않았다 해도 원유 유출을 막을 방법은 있었다.

트랜스오션이 50만 달러짜리 음향 감응식 잠금 밸브를 설치하기만 했어도 기름이 새지는 않았을 것이다.

노르웨이와 브라질은 이 같은 보조 밸브 설치를 의무화했지만 미국 규제당국은 그렇게 하기를 거부했다.

2009년에 BP는 미국 정부에 대한 로비 자금으로 거의 1천6백만 달러를 썼다.

고질병

안전 사고는 석유 산업의 고질병이다. 미국 조사관이 2007년에 BP 정유소를 조사한 바에 따르면 “비용 삭감, 증산 압력 및 투자 부족으로 인해 안전 문제가 점점 커졌”으며 회사 전반에 “심각한 안전 사고 위험에 대한 안이한 인식”이 팽배해졌다고 한다.

데일 버킨, 도널드 클라크, 로이 와이어트 켐프, 제이슨 앤더슨, 스티븐 커티스, 고든 존스, 칼 클레핑거, 블레어 마누엘, 듀이 러베트, 셰인 로슈토, 그리고 애덤 와이즈는 석유 자본이 죽인 가장 최근의 희생자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