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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아》:
아이들이 그렇게 멍청해 보이나요?

페리 노들먼은 ‘아이들을 위한 이야기’가 따로 필요하다는 생각이 위험하다고 어린이 문학의 즐거움에서 1996년에 이야기했다. 그러나 박기범의 동화 《문제아》는 아이들을 위한 이야기지만, 현실을 그대로 보여 준다.

문학을 현실 바깥에 둘 수는 없다. 어린이 문학 역시도 여기서 자유로울 수는 없다. 이 소설은 현실의 아름다운 모습, 아름답지 않은 모습을 어린이들에게 제시한다.

《문제아》, 박기범 지음, 186쪽, 창비

이 책은 열 가지 에피소드로 이루어져 있다. 노동소외, 철거민 문제, 아동소외, 빈곤, 통일, 민주화 등이 가장 큰 골자다. 남한의 정치사회적 현실들, 그 중에서도 매우 민감한 문제들을 그대로 드러내고 있다.

〈아빠와 큰아빠〉 같은 경우가 대표적이다. 울산과 같은 ‘노동자 도시’에 살고 있는 한 형제가 정리해고를 통해 어떻게 반목하게 되는지를 동화로 그려냈다. 동생은 파업 사수대가 되고, 형은 출근하고, 형의 아들은 아버지에게 비겁하다고 소리치며, 동생의 아들은 ‘정리해고가 싫다’고 일기를 쓴다.

〈독후감 숙제〉, 〈김미선 선생님〉, 〈문제아〉 등에서 현실은 결코 이 아이들에게 다정하지 않다. 어른들은 언제나 아이들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다. 어른들은 편견으로 아이들을 바라본다. 이 동화에서 세상은 모순들의 끝없는 다툼으로 이루어져 있다. ‘무엇이 옳고 무엇이 그른가’를 두고 아이들은 뚜렷하게 스스로 사고한다.

이 아이들은 어른들과 다른 환경에 놓여 있지 않지만, 다른 취급을 받는다. 그래서 이들은 문제아가 되기도 하고, 등짝을 얻어맞기도 하고, 거지꼴이 된다고 욕을 먹기도 한다.

그럼에도 ‘어린이 문학’답게 이 이야기는 희망을 말한다. 분명 아이들에게 ‘바르게 살아가는 길’을 제시하려고 노력한다. 그러나 설령 이 동화가 희망을 얘기하지 않는다고 해도, 아이들은 자라면서 이 소외들과 맞서 싸울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