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호 부터 다섯 차례에 걸처 여성해방 운동의 주요 쟁점들을 다른다.


여성의 사회진출은 활발해졌지만, 여전히 많은 여성들이 ‘유리천장’에 부딪힌다. 한국의 여성 국회의원 비율은 겨우 14.7퍼센트로 세계 81위다. 고위 공무원 중 여성 비율은 겨우 2.1퍼센트밖에 되지 않는다(2008년 기준). 

이런 심각한 성 불평등 속에 성주류화는 주류 여성단체의 주요 전략으로 자리잡았다.

성주류화란 “사회의 모든 분야에서 여성이 동등하게 참여하고 의사결정권을 갖는 것”을 뜻하는 개념이다. 이것을 실현하기 위한 구체적인 방법은 주로 여성 정치인·관료 늘리기, 여성 관련 부서 설치, 성인지 통계·예산 작성 요구 등으로 나타났다.

한국 정부도 성주류화 전략을 부분적으로 수용해 김대중 정부 때 여성부가 창설됐고, 올해부터 성인지 예산제가 도입됐다. 이것은 1980년대부터 여성단체들이 활발하게 성평등 운동을 벌여 온 결과이기도 하다.

여성단체들은 각 정당에 여성할당제 도입을 요구하는 등 여성 정치인을 배출하려는 노력도 기울였다. 이번 지방선거를 앞두고도 진보·보수 여성단체들이 함께 ‘2010 지방선거 남녀동수 범여성연대’를 구성해 ‘지방선거 선출직 30퍼센트 여성 할당’ 권고를 의무조항으로 바꾸라고 요구했다.

여성단체 활동가들 자신이 국회의원이나 장관으로 진출하기도 했다. 한국여성단체연합 공동대표를 지냈던 한명숙, 상임대표를 지냈던 지은희 씨가 1대, 2대 여성부장관이 됐다.

2003년에는 한국여성단체연합 이오경숙 대표가 열린우리당에 입당했고, 2007년에는 한국여성민우회 상임대표를 지낸 김상희 씨가 민주당 공천을 받아 국회의원이 됐다. 그래서 “페모크라트(여성주의 관료)”라는 말이 등장했다. 일각에서는 여성의 고위직 진출 자체를 진보로 여기다 보니, 박근혜가 여성이라는 이유만으로 지지해야 한다는 주장까지 나왔다.

여성들이 좀처럼 고위직에 진출하기 힘든 심각한 성 불평등을 해소하고자 하는 주장을 우리는 지지할 수 있다.

그리고 그간에 진행된 성주류화 정책조차 후퇴시키려는 이명박 정부의 시도에 반대해야 한다.

페모크라트

한편, 진보정당들은 올바르게도 여성할당 요구에 가장 적극 화답해 왔다. 이를 통해 진보정당의 여성 활동가들이 국회의원으로 진출할 수 있었다. 그리고 그 여성 의원들이 자신의 직책을 활용해 투쟁을 고무하는 구실을 했다.

그러나 실질적인 성평등을 위해서는 성주류화 전략 이상이 필요하다는 점도 명백하다. “페모크라트”가 늘어난 김대중-노무현 10년 동안 여성 대중의 처지는 나아지지 않았다. 여성 비정규직이 늘어났고, 임금 불평등도 그대로였다. 양극화가 심화해 빈곤층의 다수를 이루는 여성들이 가장 고통받았다.

노무현 정부 시절 한명숙이 최초의 여성 국무총리가 됐지만, 한명숙과 면담하러 간 KTX 여승무원들은 총리실 앞에서 전원 연행됐다. ‘여성주의 장관’은 다를 거라는 기대를 저버린 것이다. 따라서 진보적 여성단체 리더들이 지금 한명숙을 모범적인 여성 정치인으로 치켜세우며 무비판적 지지를 보내는 것은 과거를 너무 쉽게 잊은 것이다.

정책이 여성에게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를 분석하는 성인지 예산·통계도 필요하다. 이것은 성차별적 정책을 바꾸라고 요구하는 근거가 될 수 있다. 그런데 이와 더불어 차별을 어떻게 없앨 것인가 하는 문제에도 집중해야 한다.

여성 대중의 처지를 실질적으로 개선하려면, 여성에게 집안일과 양육을 떠맡기고, 이를 빌미로 불안정한 노동조건과 턱 없이 낮은 임금을 강요하는 여성차별적 체제에 균열을 내야 한다. 이런 체제 속에서 소수의 여성이 꼭대기에 올라가는 것만으로는 여성차별을 타파할 수 없다. 그 꼭대기에 올라간 여성들이 쉽게 평범한 여성들을 배신하는 이유도 바로 이 때문이다.

여성을 둘러싼 사회관계가 변해야만 여성의 지위도 변할 수 있다. 따라서 사회관계를 바꾸는 투쟁에 여성들이 참가하는 것이 중요하다. 또, 그 저항에 여성과 남성이 함께 동참해야 더 큰 힘을 발휘할 수 있다. 투쟁은 여성·남성에게 흔히 남아 있는 여성차별적이고 보수적인 인식을 바꾸기 위해서도 꼭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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