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 17일은 ‘국제 동성애·성전환 혐오 반대의 날(IDAHO)’이었다. 1990년 세계보건기구(WHO)가 정신질환 목록에서 동성애를 삭제한 것을 기념해 제정한 이 날, 전 세계 LGBT(레즈비언·게이·바이섹슈얼·트랜스젠더) 단체들은 동성애·성전환 혐오에 맞서는 다양한 행동과 행사를 벌인다.

동성애자들과 성소수자들은 끊임없는 투쟁을 통해 동성애 혐오에 맞서 존재를 인정받고 인권을 보장받으려 해 왔다. 그 결과 많은 국가들에서 동성애를 질병이나 범죄로 여기는 편견이 줄어들었고 LGBT 인권이 법적으로 보장받고 있다. IDAHO는 그런 투쟁의 성과 가운데 하나다.

그러나 한국을 비롯해 전 세계에서 동성애 혐오는 여전히 심각한 문제다. 80여 나라에서 동성애를 처벌하고 있고 그 가운데 일곱 나라는 동성애자를 사형에 처하기도 한다. LGBT 인권을 법률로 보장한 국가들에서도 동성애 혐오는 쉽게 사라지지 않고 있다.

보수적 종교계와 우파들은 동성애가 ‘비정상’이라거나 ‘자연스러운 삶’에 위배된다며 동성애 혐오를 부추긴다. 교황 베네딕토 16세는 ‘여성과 남성은 자연스러운 삶을 살아야 한다’며 LGBT 차별 규제와 동성 결혼에 반대해 왔다. 영국 나치 정당 BNP 당수는 TV 토론에 나와서 ‘남성끼리 키스하는 모습을 보면 소름끼친다’며 동성애 혐오 발언을 쏟아냈고, 한 보수당 인사는 숙박업자들이 동성 커플을 거부할 수 있다는 입장을 내놓기도 했다.

이런 자들의 동성애 혐오 부추기기는 폭력으로 이어진다. 영국의 경우 반(反)동성애 혐오 범죄 신고가 크게 늘었고, 지난해에는 한 남성이 트라팔가 광장에서 단지 동성애자라는 이유로 맞아 죽었다.

한국 상황도 다르지 않다. 동성애에 대한 사회·문화적 수용이 예전보다는 늘어나고 있지만 체계적인 차별이 여전하고 동성애 혐오도 심각하다.

한국 군형법은 동성 성행위를 ‘계간’(鷄姦, 닭의 성교)이라 비하하며 2년 이하 징역에 처할 수 있는 범죄로 규정한다. 보수 기독교 단체들은 2003년 청소년보호법상 동성애 차별 조항 삭제에 반발해 한 청소년 동성애자를 자살로 내몰았고, 2007년에는 차별금지법이 동성애를 허용하고 조장한다며 차별 금지 항목에서 ‘성적 지향’을 삭제하도록 요구했다.

올해 〈동아일보〉가 실시한 세계가치조사 결과를 보면 동성애가 정당화될 수 없다는 태도를 보인 응답자가 62.8퍼센트였다. 한국여성정책연구원의 조사에서도 동성애자들은 가장 큰 사회적 차별을 받는 집단으로 나타났다.

LGBT들은 이런 상황을 일상에서 실감하고 있다. 동성애자들은 가정, 군대와 직장에서 자신의 정체성을 숨기기 위해 전전긍긍해야 한다. 청소년 LGBT들은 학교에서 괴롭힘과 놀림의 대상이 돼 고통받는 일이 다반사지만 어떤 보호나 지지도 받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성전환자들은 여전히 까다로운 호적 정정 절차와 값비싼 성전환 비용 때문에 어려움을 겪는다.

동성애·성전환 혐오는 단지 개인의 기호 문제가 아니라 차별과 폭력을 부추기는 위험한 이데올로기다. 인간의 자유와 평등을 옹호하는 사람이라면 동성애에 대한 편견에 도전하고 동성애 혐오에 단호히 반대해야 한다. 남아프리카공화국 영국 국교회 명예 대주교인 데스몬드 투투가 최근 〈워싱턴포스트〉와 한 인터뷰에서 말했듯이 “성적 지향은 피부색처럼 인간으로서 우리의 다양성의 또 하나의 측면”이기 때문이다.

* 한국에서 동성 간 성행위를 금지한 군형법 92조는 현재 위헌법률심판이 제청된 상태다. 동성애자 단체들은 헌법재판소의 위헌 판결을 촉구하는 탄원서를 받고 있다. 동성애 혐오를 조장하는 이 법에 반대한다면 탄원서 작성에 동참해 줄 것을 호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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