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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회찬 후보는 사퇴했어야 하는가

민주당 한명숙 후보가 한나라당 오세훈 후보와 불과 0.6퍼센트 차이로 아쉽게 낙선하자 끝까지 완주한 진보신당 노회찬 후보에게 비난의 화살을 돌리는 사람들이 많다.

이번 선거의 핵심인 서울시장 선거에서 한나라당이 보기 좋게 낙선하기를 바란 사람들의 심정은 이해가 간다.

그럼에도 한명숙 후보의 낙선을 노회찬 후보 탓으로 돌려서는 안 된다.

사실, 한나라당-민주당 양당 구도의 압박이 워낙 강해 노회찬 후보는 투표일이 가까워질수록 지지율이 감소해 왔다. 그래서 노회찬 후보는 원래 자기 지지율에도 훨씬 못 미치는 득표(3.3퍼센트)만 할 수 있었다.

노회찬 후보가 사퇴했어야 했다는 주장은 앞으로도 친자본주의 주류 양당이 팽팽한 접전을 벌이는 선거들에서는 진보정당 후보가 출전하지 말라는 얘기밖에 안 된다. 그리 되면 한국 정치가 부르주아 양당 체제로 고착될 위험이 있다.

오세훈 낙선시키는 것도 좋지만, 진보정당을 희생시키면서까지 실용주의적으로 그래서는 안 된다는 점도 이해해야 한다.

한명숙은 강한 반MB 정서를 대변하긴 했지만, 진보적 노동자들의 대변자가 되기에는 부족했다.

반면, TV 토론회에서 노회찬 후보가 용산참사로 희생된 철거민들의 이름을 하나하나 부르며 오세훈 후보를 질타할 때, 전시 행정에 쓸 돈을 노동자·서민의 복지를 위해서 쓰라고 주장할 때, 노동자들은 속시원함을 느꼈을 것이다.(오세훈과 선관위의 악의적 방해 때문에 노회찬 후보가 TV 토론 기회를 거의 얻지 못한 것은 아쉽다.)

우리는 최악을 막는다는 이유로 차악을 선택하는 악순환의 고리를 끊어야 한다. 차악론은 노동자들의 독자적 정치 대안 건설을 가로막거나 아니면 실용주의적으로 왜곡시켜 그 대안을 기회주의적인 경향으로 변질케 만들기 때문이다.

2002년 대선에서도 이회창의 당선을 막기 위해 권영길 후보가 사퇴해야 한다는 압력이 강했다. 그러나 권영길 후보는 당시 그 압력에 굴하지 않았다. 그 덕분에 2004년 총선에서 민주노동당은 10명의 국회의원을 배출할 수 있었다.

이것은 수많은 노동자들에게 민주당이 아닌 진보적 정치 대안의 전망을 제공해 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