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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교조·공무원노조의 정치활동 자유 보장하라

교육과학기술부와 행정안전부가 진보정당에 후원금을 냈다는 구실을 대 전교조 교사와 공무원 2백20여 명을 파면·해임키로 했다.

정부는 이 노동자들이 헌법 제7조(공무원의 정치적 중립성)와 국가공무원법, 정당법 등을 위반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것은 명백한 이중잣대다.

우리는 한나라당에 거액의 정치자금을 대고 공공연히 집단가입을 호소해 온 고위직 교원·공무원들이 처벌받았다는 얘기를 들어본 일이 없다.

더구나 노동자들이 자신의 이익을 옹호하는 노동계급 정당을 지지하는 것은 지극히 당연한 일이다. 이미 세계 여러 국가들은 교사·공무원의 정당 가입을 허용하고 있다. 하위직 노동자들의 정치활동은 더 자유로운 편이다.

그런데도 이명박과 보수 언론들은 전교조·공무원노조가 “정치와 단절”하고 “중립성”을 지켜야 한다고 호들갑을 떨고 있다.

그러나 저들이 말하는 “가치 중립성”의 실상은 이명박의 친재벌·반민주 정책을 받아들이라는 강요다.

“중립성”

전교조가 잘 지적했듯이, “일제고사를 실시할 것인가, 소수의 특권층을 위한 귀족학교를 설립할 것인가, 교원 10퍼센트를 퇴출시킬 것인가 등은 모두 교육의 가치와 이념을 어디에 두고 있는지에 따라 달라지는” [ 정치적인 문제다 ].

따라서 ‘정치적 중립성’ 강요는 노동자들을 정치투쟁과 노동계급 정당에서 떼어내 무력화하려는 시도다.

특히 지금 전교조·공무원노조 마녀사냥은 북풍 몰이 속에서 벌어지고 있다. 정부는 진보 교육감 후보들이 선전하자, 재판이 시작되기도 전에 대량 징계방침을 발표했다. 보수 교육감 후보들은 “반(反)전교조” 기치를 내걸고 “이념교육은 안 된다”며 전교조를 물어뜯었다. 진보진영을 위축시키고 보수층을 결집하려 했던 것이다.

진보 후보들은 옳게도 전교조 방어 입장을 발표했지만, ‘전교조 대 반(反)전교조’ 선거 구도가 불편해 기자회견은 부담스러워 했다.

김상곤 경기도 교육감 당선인은 중징계 방침을 두고 “후보로서 언급할 [사안]이 아니다”고 했고, 곽노현 서울시 교육감 당선인도 “실정법 위반을 옹호할 생각은 없다”고 했다.

‘교사·공무원 탄압 저지 공대위’에서도 일부 사람들은 전교조·공무원노조 방어가 “선거에 도움이 안 된다”는 논리를 폈다.

그러나 여론조사에서 국민의 두 명 중 한 명은 전교조 교사 징계에 반대했다.

더구나 전교조 탄압을 지렛대 삼아 MB식 교육정책을 밀어붙이겠다는 정부에 맞서려면, 그 핵심 고리인 전교조를 방어하는 게 매우 중요하다.

진보운동은 “실정법”의 덫에서 벗어나 교사·공무원의 정치활동의 자유를 옹호해야 한다.

전교조와 공무원노조 방어에 민주노총을 포함한 진보진영이 함께 힘을 모아야 할 때다.

한나라당의 반(反)전교조 선거 전략은 이번 지방선거에서 완전히 패배했다. 진보진영의 전교조 방어 운동이 건설돼야 할 때다.

“전교조 지키기는 진보진영의 핵심 과제”

파면·해임 대상인 한 전교조 활동가를 인터뷰했다. 사정상 익명으로 싣는다.

“이번 징계는 한 마디로 야비함의 극치를 보여주는 조처다. 초고속 징계 절차는 누가 봐도 지방선거용 여론 작전이다. 조전혁 명단공개가 망신살로 귀결되자 급하게 써먹은 조잡한 카드로 보인다.

이 과정에서 ‘유죄추정의 원칙’과 ‘마녀사냥식 선행 재판’이라는 반(反)사법적 원리가 작동했다. 교육청은 억울하면 무죄를 스스로 밝히거나 징계 후 나중에 재판 걸어 복직해보라는 태도다. 마치 중세 시대와 조선 시대를 왕복하는 느낌이다. 무슨 이런 경우가 다 있는가? 지난 일주일간 저들은 1백80여 명 교사들의 목숨을 가지고 놀았다.

전교조에 대한 부정적인 이미지를 각인시켜 교육감 선거 등 지방 선거에서 유리한 지형을 만들려는 의도가 있어 보인다. 또 전교조 활동을 크게 위축시킬 뿐 아니라, 규약 개정이 8월까지로 예정돼 있는데 지금부터 전교조를 궁지에 몰아 넣어 결국 전교조 비합법화로 가려는 과정의 일환이 아닌가 생각한다.

시국선언이나 정치적 견해의 표현은 공무원·교사가 시민으로서 갖는 보편적인 권리에 바탕을 둔 활동이므로 민주국가라면 당연히 보장해야 하는 것이다.

정부의 탄압이야말로 공무원·교사를 모두 정권의 노예로 만들려는, 파시즘적 권력의 대단히 정치적인 음모다.

공무원·교사를 이처럼 영혼 없는 노예로 만들고 있는 나라가 지구상에 얼마나 있는지 묻고 싶다.

전교조 없는 학교에 희망은 없다고 단언할 수 있다. 교육을 살릴 가장 중요한 교두보는 역시 전교조에 있다. 그렇기 때문에 전교조가 늘 동네북처럼 얻어터지는 것이다.따라서 전교조 지키기는 진보진영의 핵심 과제로 떠올랐다고 본다. 최대한의 엄호와 연대 투쟁이 필요하다.”

인터뷰 정리 모승훈

“정부는 헌법에 보장된 정치활동 자유도 부정”

파면·해임자 명단에 포함된 공무원노조 권정환 국제국장에게 정부의 탄압 배경과 대응방향을 들어봤다.

“저들은 공무원 노동자들이 정치적 중립을 지키지 않았다고 문제 삼고 있다. 그러나 공무원의 정치적 중립이란 직무상 중립을 말하는 것이지, 헌법에도 보장된 정치활동 자유를 갖지 말라는 것이 아니다. 이 논리라면 종교적 중립을 이유로 공무원들은 주말에 교회에도 나가서는 안 된다.

정부는 공무원 노동자들의 정치적 자유를 억압하고 있다. 심지어 근무시간 이후에 시민으로서 참여하는 정치 활동까지 막고 있다.

큰 맥락에서 보자면 이명박 정부는 자신이 추진해 온 여러 가지 정책들에 반대해 온 전교조·공무원노조를 눈엣가시로 여기는 것 같다.

지금 정부는 교사·공무원 노동자들을 한 묶음으로 탄압하고 있다. 우리도 한 묶음으로 단결해 싸워야 한다. 정부의 공무원·교사 탄압이 성공을 거둔다면 다른 부문에 대한 공격이 더 탄력을 받을 수 있다. 우리들이 적극적으로 싸우는 것도 중요하지만, 민주노총과 각 진보사회단체들의 연대 투쟁 또한 매우 중요하다.”

인터뷰 정리 이영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