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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편지
거꾸로 돌아가는 전교조 사태

필자가 고등학생이었던 1989년, 전교조가 창립되면서 수많은 교사들이 교단을 떠나는 안타까운 일이 있었다. 전교조에 가입했다는 이유만으로 교사들을 빨갱이 취급하던 일은 불과 20여년전 바로 대한민국에서 일어났다.

전교조의 공과에 대한 평가는 사람마다 차이가 있겠지만, 그 당시 교육을 교육답게 만들어야 한다고 전교조 교사들이 없었다면, 청소년들의 적성과 능력을 송두리째 무시하고 오직 대학을 향해 일렬종대로 세우는 기형적 입시 교육의 가치가 아니라, 인간다운 교육의 참가치를 찾는 시도는 없거나 더디지 않았을까.

그런데, 정부는 최근 전교조 교사 2백여 명을 정당가입 혐의로 모두 파면·해임하겠다는 카드를 내놓았다.

교사라고 해서 특정 정당에 가입하거나 특정 정당에 기부하는 행위가 도대체 왜 범죄행위인지 나는 탐탁치 않다. 정부가 순전히 정치적 중립을 위반했다는 이유만으로 한 가정의 생계를 책임지는 교사를 교단에서 내쫒겠다는 발상을 했을 것이라 생각하지 않는다. 보수적 성향의 정부가 눈엣 가시같은 전교조 소속 교사들을 ‘정치적 중립 위반’이라는 구실을 내세워 쳐내려 하는 것으로 보이는 건 나만의 과도한 상상일까?

보수적 성향의 교사들은 다른 정당에 가입하거나 기부하거나 그들을 위해 일한 적이 정말로 없었을까?

세월을 거꾸로 거슬러 마치 20년 전 모습을 다시 보고 있는 듯한 이 허탈감, 아직도 전교조를 교단에서 내쳐버릴 존재로 인식하는 듯한 이 희한한 대립을 보며 우리는 정말 상대방의 사상을 존중하며 대화와 타협으로 공존하는 민주주의의 참된 의미를 제대로 세상에 흩뿌리며 살고 있는건지, 다시 고등학생이 된 기분으로 고뇌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