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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자동차 노동자의 반전 운동 건설 경험

한 자동차 노동자의 반전 운동 건설 경험

이라크 전쟁이 벌어지기 전인 지난 1월부터 저와 제 동료들은 국제 반전 단체들이 벌이는 “2·15 국제 공동 반전 행동의 날”에 기아자동차 노동자들도 함께해야 한다고 의견을 모으고 현장에서 2·15 집회 참가를 조직하기 시작했습니다.

공장 안에서 반전 캠페인을 벌이면서 반전 신문과 반전 배지, 반전 T셔츠 등을 판매하기 시작했습니다. 반전 T셔츠 판매를 시작한 첫날 우리의 예상을 깨는 일이 벌어졌습니다. 안 팔리면 어쩌나 걱정했던 반전 T셔츠가 없어서 못 팔 지경이었고, 반전 서명에도 많은 조합원들이 동참해 주었습니다.

반전 캠페인을 진행하는 동안 반전 배지를 약 1500여 개, 반전 T셔츠는 약 250여 벌이 팔렸고 반전 서명도 1500여 명의 조합원들이 동참해 주었습니다.

우리는 2·15의 중요성을 알리기 위해 활동가와 조합원들이 함께 참가할 수 있는 반전 토론회도 조직했습니다.

그리고 현장 조직 활동가들에게 반전 운동에 동참할 것을 호소하는 제안서를 보내 더 큰 반전 활동으로 조직하고자 했습니다.

이런 과정 속에서 많은 현장 활동가들이 반전에 관심을 가지면서 공장 내의 반전 분위기는 커졌으며 많은 조합원들이 동참했습니다.

미국의 이라크 침공이 임박해 오면서 우리는 전쟁이 일어날 경우 곧바로 주말에 반전 집회에 참가할 것을 호소했습니다.

미국과 이라크의 군사력이 396대 1로 엄청나게 차이 난다는 것을 〈다함께〉 신문을 통해 알고 있었던 우리는 미국이 바그다드를 점령한 뒤에도 ‘점령군 미군은 이라크에서 즉시 떠나라’, ‘이라크의 민주주의는 이라크 민중들이 만들어 가는 것’이라고 주장하며 캠페인을 계속 진행했습니다.

화성공장은 1백만 평이 조금 넘고 식당도 22개나 됩니다. 주·야 식당을 1회씩만 돌아도 44번을 돌아야 합니다. 우리들은 연일 진행되는 강행군에 많이 지쳐 있었습니다.

특히 야간에 캠페인을 진행할 때는 제대로 잠을 자지 못해 시간이 흐를수록 캠페인에 참가하는 인원이 줄어들었지만 끝까지 반전 캠페인을 진행했습니다.

정치

이렇게 현장에서 반전 운동을 건설할 수 있었던 것은 저와 제 동지들이 지난 몇 년 동안 현장에서 지속적인 정치 활동을 해 온 게 큰 바탕이 됐습니다.

몇 해 전, 기아차의 부도와 집행부의 “회사 살리기” 운동은 현장 조직력을 약화시켜 파업은 패배로 끝났고 그 결과 현대 자본의 입성을 무기력하게 지켜봐야만 했습니다.

이 과정에서 기아 화성 노동자들은 많은 것을 배웠고, 제 자신 또한 변하는 계기가 됐습니다. 노동조합의 소중함을 알았고 노동자란 무엇인지에 대해 알고 싶었습니다.

1998년 현대자동차가 정리해고를 받아들이고 만도기계가 공권력에 의해 처참히 깨지는 것을 지켜보면서, 노동자에게 진정으로 필요한 것은 바로 노동자 스스로가 만들어 가는 정치임을 깨달았습니다. 이런 경험들이 화성 공장에서 정치 활동을 시작하게 된 계기였습니다.

처음에는 다른 사람의 주장을 듣고 내 생각을 주장하는 정치 토론이 매우 낯설고 힘들었습니다.

그러나 차츰 작업 중에도 정치·경제 기사를 읽게 됐고 토론 속에서 알게 된 내용들은 우리들에게 훌륭한 실천 지침 구실을 했습니다.

우리는 연대 활동을 건설하려는 노력을 계속 기울였습니다. 철도·발전 노동자들의 파업을 지지했고, 가족과 친구들과 현장 동료들에게 왜곡된 진실을 바로 알리며 발전 노동자들을 지지하는 서명을 라인에서 작업 틈틈이 받았습니다. 식당마다 돌아다니면서 지지 대자보를 붙이고 산개 투쟁을 전개하던 발전 동지들을 우리 기숙사에서 지낼 수 있도록 도왔습니다.

올해에도 화물연대 투쟁, 조흥은행 파업, 4·20 철도 파업, 전교조 연가투쟁 등에 대한 연대는 반전 운동과 함께 우리의 중요한 활동이었습니다.

우리는 9월27일 열릴 “국제 공동 반전 행동의 날” 집회에 조합원 동지들과 같이 참가하기 위해 조직중입니다. 그리고 10월에는 정치토론회도 몇 차례 하려고 계획중입니다.

우리가 현장에서 자본주의에 저항하는 투쟁을 준비하고 행동으로 실천하는 것, 그리고 노동자들이 투쟁하도록 토론하고 조직하는 이 모든 과정이 바로 우리 노동자의 정치이며 우리가 바라는 “다른 세계가 가능하다”는 것을 증명하기 위한 발걸음이라고 생각합니다.

이우상(기아자동차 조합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