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자유로운 다원주의 사회에 살고 있다는 말을 자주 듣는다.

이 사회에서는 나치 독일이나 스탈린주의 러시아와는 달리 정보와 사상이 위로부터 통제받지 않는다.

그러나 이 사회도 종종 뼛속까지 전체주의적으로 느껴질 때가 있다.

최근의 긴급 재정 긴축안이 발표되기 전까지 TV나 라디오 뉴스 프로그램을 보거나 들을 때마다 공공서비스 삭감의 필요성이 나오지 않는 때가 없었다.

사회 복지를 조금만 늘리자고 제안해도 그런 사치를 제공할 돈이 어디에 있느냐는 핀잔을 듣는다. 영국 총리 데이비드 캐머런은 연설에서 재정적자 감축이 “우리 삶의 방식”을 완전히 바꿀 거라 말했고, 이것은 어떤 공공서비스가 “없어도 괜찮은지”에 관한 장황한 논의들을 촉발하는 계기가 됐다.

열흘 전 열린 G20 재무장관 회담은 긴축 정책 도입을 공식 승인했다. 그들은 얼마 전 1930년대식 대공황의 반복을 피해야 한다며 추가 공공지출을 지지했지만 이제 말을 바꿨다. “심각한 재정 문제가 있는 나라들은 재정적자 처리 속도를 가속화해야 한다. 우리는 2010년에 재정적자를 줄이고 재정 운영 틀과 제도를 강화하겠다는 일부 나라들의 결정을 환영한다.”

〈파이낸셜 타임스〉가 “이런 태도 변화에 기여했다”고 논평한 [영국 재무장관] 조지 오스본은 당연히 G20의 결정을 환영했다.

놀라운 점은 아주 많은, 존경받는 주류 경제학자들이 긴축 계획에 회의적인 감정을 토로한 것이었다. 예컨대, 〈파이낸셜 타임스〉의 고참 칼럼니스트인 사무엘 브리튼 경(卿)이 그렇다.

브리튼은 1970년대 통화주의를 발명하는 데 기여한 인물이다. 그의 동료 발명자 피터 제이도 지금은 긴축 정책의 효과에 회의적인데, 제이는 마가렛 대처에게 통화주의를 설명하는 것은 징기스칸에게 세계지도를 보여 준 것과 다르지 않았다고 말했다.

재정 위기

브리튼은 최근 “영국 재정위기가 특별히 심각하다는 흔한 관점”에 회의를 표하는 글을 썼다. 그는 IMF를 인용해 영국 국가가 차입해야 하는 돈의 액수는 국민소득의 20퍼센트인데, 이는 “미국(32.2퍼센트)이나 일본(64퍼센트)은 말할 나위도 없고 … 25.1퍼센트나 되는 프랑스보다도 훨씬 적다”고 지적했다.

영국의 총국가 부채는 국민소득의 68.2퍼센트인데, 이는 “미국뿐 아니라 독일과 캐나다 등 다른 많은 나라보다도 적은 수준이다.” 게다가, 대부분의 영국 국가 부채는 장기 부채로 만기가 “12.8년이다. 반대로 언급된 다른 모든 나라의 부채 만기는 한자리수다. 예컨대, 미국은 4.4년이다.”

“IMF 애널리스트들은 대다수 선진국들의 재정 악화는 무책임한 지출이나 경기 부양 정책 때문이 아니라 불황의 자동적 효과로” 세수가 줄고 실업수당 등이 증가한 것과 연관이 있다고 말했다는 것이다.

이것은 영국이 흥청망청 지출했다는 캐머런, 오스본과 자민당 아첨꾼들의 선정적인 주장과 완전히 다른 것이다. 그들은 1990년대 캐나다 자유주의 정부가 실행한 공공지출 대폭 삭감을 모범으로 내세우고 있다.

〈파이낸셜 타임스〉의 또 다른 신자유주의적 칼럼니스트인 마틴 울프, 〈가디언〉의 케인스주의 경제학자인 래리 엘리어트는 모두 영국과 과거의 캐나다를 비교하는 것의 오류를 지적했다. 캐나다 총리 폴 마틴은 미국 경제가 투기에 힘입어 2008년까지 지속된 호황에 접어들 때 재정적자를 줄이기 시작했다.

다시 말해서 혹독한 공공부문 긴축(1996년 토론토 총파업을 일으켰다)에도 캐나다 민간 기업들은 호황을 맞은 국경 남쪽의 초대형 경제에서 시장을 발견할 수 있었던 것이다. 그러나 오늘날 긴축은 G20에 의해 인정받은 보편적 공식이 됐고 전체 유럽에서 실행되고 있다.

그렇다면 오스본이 경제에서 공공지출이 차지하는 부분을 큼지막하게 잘라내면 영국 기업들은 어디에서 시장을 발견할 수 있을까? 긴축 정책은 영국과 나머지 유럽을 그동안 우려하던 더블딥 불황으로 빠뜨릴 수 있다. 그래서 오바마 정부의 재무장관인 티모시 가이트너가 G20의 결정에 유보적 태도를 취했던 것이다.

긴축은 진정한 경제적 근거가 없다. 계급 권력의 표현일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