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벽한 승리를 거둘 수 있을지 확신이 서지 않는다.”

아프가니스탄 주둔 나토군 사령관을 지낸 데이비드 리처드 육군 참모총장이 영국 BBC 라디오에 출연해 내뱉은 말이다.

“완벽한 승리”는 애당초 아프가니스탄에서 물 건너간 지 오래다. 오히려 지금은 어떻게 하면 미군과 나토군이 망신당하며 쫓겨나지 않을지를 걱정해야 하는 상황이다.

그런데도 이명박 정부는 아프가니스탄 전쟁에 한 발을 걸치려고 7월 1일 ‘오쉬노’ 부대를 파병한다. 유엔의 요청이 있으면 언제든 한 달 이내에 신속 파병이 가능한 해외파병 상비부대도 7월 1일부터 창설한다. 국회 동의도 받기 전에 파병 준비를 완료해 놓고 국회의원들에게 파병 동의안에 서명하라는 꼴이다.

최근 아프가니스탄 주둔 미군 사령관 스탠리 맥크리스털이 〈롤링스톤〉과 한 인터뷰에서 “오바마에 실망했다”고 말했다가 경질된 것은 시사적이다. 이 사건은 이 전쟁의 수뇌부들이 빛이 보이지 않는 터널 속에서 서로 물어뜯으며 책임을 면하려 한다는 것을 드러냈다.

6월에 나토군 월별 사망자가 전쟁 이후 최대 규모를 기록하자 각국 정상들도 철군 약속을 하기 시작했다. 영국 총리 데이비드 캐머런은 2015년 총선 전에 영국군을 철군시키겠다고 했다. 최근 아프가니스탄 남부 가즈니 주에서 폴란드 군이 로켓 공격으로 사망한 직후 폴란드 정부도 2013년 내에 철군하겠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이들은 당장 비극을 끝낼 수 있는 즉각적인 철군 카드는 내놓지 않았다.

오바마도 패색이 짙은 전황과 국내외 반전 여론을 의식해 지난해 증파를 결정하면서 동시에 2011년 철군 카드를 내놓았다. 그런데 전쟁터에서 발을 빼려면 지금까지 쏟아 부은 엄청난 전비와 군인들의 희생의 대가가 무엇인지 보여 줘야 한다는 강박에 시달리고 있다.

오리무중

이처럼 이 전쟁이 어디를 향하고 있고 이 전쟁을 어떻게 끝내야 하는지 오리무중에 빠지면서 오바마와 전쟁광들은 곤혹스러워 하고 있다. 이미 미국 중앙정보국 국장 리언 파네타는 “아프가니스탄 전쟁은 예상보다 길고 험할 것”이라고 했다.

8월 라마단이 오기 전에 탈레반의 저항 의지를 꺾겠다던 칸다하르 대공세는 지연되고 있고, 전쟁광들의 묵인 속에서 추진되던 카르자이의 평화협상도 심각한 문제를 낳고 있다.

최근 〈뉴욕 타임스〉는 카르자이가 파슈툰 족 민족주의에 근거해 탈레반과 평화협상을 하면서 나머지 종족들을 배제하고 있다는 불만 때문에 타지크 족, 우즈벡 족, 하자라 족이 카르자이에 반대해 가까워지고 있다고 우려하는 보도를 했다.

“평화와 재건”이라는 구체적인 계획을 실행하는 게 아프가니스탄 전쟁을 완수하는 것이라던 오바마의 계획은 이제 더 큰 혼란 속에서 좌초하고 있다.

아프가니스탄 전쟁은 10년째로 미군 해외 파병 역사상 가장 길다. 이 전쟁은 당장 중단돼야 한다. 이명박 정부의 아프가니스탄 재파병도 마찬가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