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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언론은 나로호와 북한 위성에 이중잣대를 들이대는가

주류 언론과 방송을 통해 나로호 발사 성공을 축하하는 보도들이 쏟아지고 있다. 방금 전까지 북한 로켓 실험을 비난하고 제재까지 한 자들이 나로호 발사를 찬양하고 있는 것이다.

이것만큼 이 나라 지배자들과 주류 언론의 위선을 극명하게 보여주는 일도 없을 것이다.

‘복지에 쓸 돈이 없다’던 자들이 ‘더 많은 돈을 쏟아부어서 로켓 추진체 기술을 늘리자’고 하는 것도 우습다. 방금 전까지 ‘인민은 굶주리는 데 로켓이나 쏜다’고 북한을 비난하더니 말이다.

저들은 나로호는 북한 은하 3호와 달리 '우주의 평화적 이용과 과학 기술 발전'을 위한 것이라고 말한다. 그러나 나로호도 북한 로켓과 다를 바 없는 목적으로 추진돼 왔다는 게 진실이다. 이런 진실을 잘 지적했던 기사를 재게재한다. 이 기사는 2010년에 발행된 〈레프트21〉 35호에 '왜 언론은 천리안보다 나로호 발사에 열광했나?'라는 제목으로 실린 글이다. 

지난 6월 27일 한국의 첫 정지궤도 위성 천리안이 성공적으로 발사됐다. 연구자들에게는 “통신해양기상위성”이라는 명칭으로 더 잘 알려진 이 위성은 2003년부터 개발이 추진돼 왔다.

기상청은 천리안 발사를 통해 위성으로 받는 기상자료 간격이 30분에서 15분으로 단축되기를 기대하고 있다.

그러나 발사에 성공한 천리안과 실패한 나로호를 다루는 언론의 관심은 너무나도 대조적이다.

나로호 발사 연기와 실패를 방송 3사가 앞다퉈 생중계하고 정치인들까지 얼굴도장을 찍으려고 발사장을 다녀간 것과 달리, 천리안은 두 차례의 발사 연기와 발사 성공 모두 단신으로 처리됐다.

나로호가 “우리 기술”이고 천리안은 “외국산”이라서 그렇다고 생각할 수도 있다.

그러나 천리안 역시 통신 중계기 등에는 “우리 기술”이 포함돼 있으며, 무엇보다 연구논문 수에서 천리안(COMS)은 나로호(KSLV)의 갑절이거나(Google 학술검색), 나로호와 비슷하다(DBPia).

2008년에 처음 문을 연 국가기상위성센터도 나로호에 탑재된, 이름도 생소한 과학기술위성 2호(STSAT-2)가 아니라 바로 천리안을 지원하기 위해 세워진 것이다.

천리안과 나로호 모두 “우리 기술”이라면 언론 관심의 차이는 어디에서 비롯한 것일까?

그것은 바로 한국 지배계급의 우선순위다. 지배자들은 “과학강국”을 건설해서 국제사회에 이바지하자고 언제나 떠든다. 그들이 말하는 “과학강국”의 진실은, 제국주의 국제 질서에서 한국의 우위를 다른 나라들에게 확인시키는 것이다.

그런 점에서 발사 성공의 성과가 주변국들에게 모두 돌아가는 천리안과 달리(기상위성은 수신 자료가 무상 공개된다. 한국도 천리안 발사 전까지는 일본과 미국의 기상위성 자료를 사용해왔다), 오로지 한국에게만 발사 성공의 영예를 안겨 주고 주변국들을 긴장시킬 나로호가 중요했던 것이다.

한국 지배계급은 우주에서 지구의 신호를 파악하는 진짜 ‘우주 기술’보다는 우주가 아닌 지구에 붙어 있는 목표물을 파괴하는 미사일 개발에 관심이 더 많기 때문에, 원격탐지센서가 핵심 기술인 천리안보다는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개발에 전용될 가능성이 큰 나로호에 더 관심을 보였다.

물론 그 어떤 정부 인사나 언론도 나로호 개발이 미사일 개발을 위한 것이라고 말하지는 않았다. 북한의 진짜 인공위성도 미사일 발사라고 덮어씌우는 한반도 정세 때문에 그런 표현은 금기시돼 있기 때문이다. 그 대신 나로호가 기후변화 연구용이라고 떠들었는데 이는 명백하고도 조야한 거짓말이다.

왜곡

정말로 나로호가 기후변화 연구용이었다면, 나로호 발사 한 달쯤 전에 국가기상위성센터에서 열린 기상학회에서 나로호가 단 한 번도 언급되지 않은 것은 물론(오히려 그 자리는 ‘천리안’이라는 명칭을 연구자들에게 발표하는 자리였다), 수 년 동안 위성을 통한 기후변화 연구 중 과학기술위성 2호에 관한 연구가 전무하다는 것이 설명이 되질 않는다. 반대로 천리안에 대한 논의는 기상학회 때마다 귀가 따갑도록 들어 왔다.

천리안과 나로호 발사를 둘러싼 국내 언론의 왜곡과 편파적 관심은, 전쟁과 지진으로 신음하는 아프가니스탄과 아이티에 구호물자보다는 군대를 더 많이 보내야 한다고 보도했던 태도와 유사하다.

그 뒤에는 진정한 우주 개발이나 “국제사회 기여”보다는 세계 자본주의 체제에서 더 높은 계단으로 올라가려는 데 혈안인 한국 지배계급의 야심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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