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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안정한 회복이 일자리에 끼친 영향

6월 4일 통계청이 ‘2010년 3월 경제활동인구조사 부가조사’를 발표했다. 한국노동사회연구소와 한국비정규노동센터는 통계청 자료를 분석한 보고서를 발표했다. 통계청 자료와 이를 분석한 자료들이 보여 주는 바는 다음과 같다.

우선, 〈레프트21〉이 지적해 왔듯이 2008년 전 세계적인 경제 위기 속에 타격을 받았던 한국 경제는 이후 대규모 경기부양책과 중국 수출 호조 등을 통해 회복되면서 2009년 하반기부터 고용을 늘리고 있다.

한국노동사회연구소의 분석을 보면, 정규직은 2007년 3월 이후 1백39만 명이 증가해 2010년 3월 8백33만 명이 됐는데 특히 2009년 3월 이후 67만 명이 늘었다. 비정규직은 2007년 3월 8백78만 명에서 2010년 3월 8백28만 명으로 대략 50만 명이 줄었다.

<표1>정규직과 비정규직 규모

세계경제 위기가 한국 경제에 타격을 준 2008년 말부터 2009년 초까지는 정규직이 줄고 비정규직이 늘었지만, 그 후 한국 경제가 회복하기 시작하자 정규직이 대폭 늘어난 것이다.

이에 따라 2007년 3월까지 전체 노동자 중 55∼56퍼센트 수준을 유지하던 비정규직 비율은 2010년 3월 49.8퍼센트까지 떨어져 정규직 비율보다 낮아졌다. 그러나 비정규직 비율이 30퍼센트 정도인 미국·일본 등보다도 여전히 훨씬 높은 상태다.

이명박 정부는 ‘일자리 창출’을 떠들었지만, 위기가 한창일 때 단기·저질 일자리로 실업률을 일시적으로 낮추는 데만 급급했다. 예를 들어, 공공행정 부문에서 2008년 이후 정규직은 전혀 늘지 않았고, 2009년에는 청년인턴제·희망근로 같은 비정규직을 늘리는 데 그쳤다.

게다가 2009년 하반기에는 기간제 사용기간을 4년으로 늘려 비정규직을 더욱 확대하려는 시도까지 했다. 실패로 끝났지만 말이다.

둘째, 고용이 늘고 있지만 노동계급 내의 격차가 확대됐다.

위기가 닥친 2008년 하반기부터 제조업 비정규직이나 건설업 일용직 등이 집중적인 타격을 받았고, 위기에서 벗어나면서 기업주들은 비정규직법의 허점을 이용해 기간제를 줄이고 처지가 더 열악한 시간제와 파견제 등의 고용을 늘렸다.

이는 진보진영이 노무현 정부가 만든 비정규직법을 비판하며 비정규직의 사용을 제한하자고 주장한 게 옳았다는 것을 보여 준다.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임금 격차는 이번 위기 이후 더욱 확대됐다. 경제가 회복하면서 정규직의 월평균 임금총액은 2009년 3월 2백53만 원에서 2010년 3월 2백66만 원으로 인상됐지만 비정규직은 1백24만 원에서 1백23만 원으로 하락해, 정규직 대비 비정규직 월급총액은 48.9퍼센트에서 46.2퍼센트로 떨어졌다.

남성 정규직 대비 여성 비정규직 임금은 2007년 3월 41.2퍼센트에서 2010년 3월 38.3퍼센트로 격차가 더욱 벌어졌다.

복합적

셋째, 이번 경제 위기로 자영업자들이 큰 타격을 받았다. 2009년에만 자영업자가 대략 30만 명이 감소했는데 이는 1997년 경제 위기로 1998년에 30만 명 가까이 줄어든 이후 최대치다.

1998년에는 노동자 1백10만 명도 일자리를 잃었는데, 이번에는 노동자 수가 오히려 늘어난 것으로 보아 자영업자 중 일부는 노동자가 됐을 공산이 크다.

넷째, 노동자 수가 늘어나고 정규직 비중도 늘고 있지만, 실질 실업률도 여전히 높아 많은 사람들이 고통받고 있다.

2010년 5월 비경제활동인구(일자리가 없으면서 구직 활동을 하지 않는 사람들)의 비율은 40퍼센트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의 평균치인 33.5퍼센트에 크게 웃돌았다. 이것은 공식 실업에 잡히지 않는 실업이 매우 많다는 것을 보여 준다.

공식 실업자에다가 비경제활동인구 가운데 ‘그냥 쉬었음’, 취업 준비자, 구직 단념자 등 실제로는 실업 상태에 있다고 볼 수 있는 사람들을 포함한 수는 지난해 1월 3백30만 8천 명에서 올해 1월 3백53만 7천 명으로 23만 명가량 늘었다.

특히 20대 취업자만 지난해보다 5만 2천 명 줄어 20대가 느끼는 실업 고통은 여전히 크다.

지금까지 살펴본 바와 같이 이번 위기와 그 후 회복이 노동자들에게 끼친 영향은 복합적이다. 여전히 실질 실업자가 매우 많고 비정규직 노동자의 처지는 더 악화했지만, 정규직이 증가하기도 했다.

그러나 지금의 경기 회복은 재정 적자와 중국의 거품 성장 등에 의존한 매우 불안정한 것이기 때문에 상황은 순식간에 악화할 수 있다. 이미 위기에 직면한 유럽 지역에서는 긴축과 복지 삭감, 공공부문 노동자 대량 해고를 추진하고 있다. 최근에 폴 크루그먼은 “제3의 불황이 이미 시작됐다”고 경고하기도 했다.

한편, 파업발생건수는 몇 년째 감소하다가 2008년 1백8건에서 2009년에 1백21건으로 조금 반등했다. 부당해고 구제신청은 2007년에는 6천2백92건, 2008년에는 8천3백43건으로 급증했다.

이것은 조직 노동자들이 경기 회복으로 자신감을 회복하며 투쟁에 나설 수 있다는 조짐을 보여 주는 듯하다. 또, 노동조합으로 조직되지 않은 노동자들이 부당해고 구제신청과 같은 개별적인 대응을 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따라서 조직된 노동자들은 경제 위기의 직격탄을 맞았고 경기 회복의 혜택도 누리지 못하고 있는 미조직·비정규직 노동자들과 연대하며 노동계급의 단결을 강화해야 한다.

불안정한 경기 회복 속에서 이명박 정부는 노조법 개악으로 노동조합의 손발을 묶고, 고용유연성과 파견 근로 사유 확대를 추진하는 등 계속 고통전가 정책에 몰두하고 있다.

노동자들은 단결력과 투쟁력을 강화하며 ‘더블딥’ 위험과 고통전가 공격에 대비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