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달 12일, 38세의 여성이 무리한 다이어트의 후유증으로 사망했다. 체중이 70 킬로그램 정도였던 이 여성은 1년 전부터 음식물을 거의 먹지 않는 다이어트를 하면서 체중을 20킬로그램 이상 감량했다. 결국 무리한 체중 감량에 따른 심신 허약 상태에서 구토를 하던 중 음식물이 올라오다 기도가 막혀 숨진 것이다.

요즘에는 여성이 외모를 가꾸기 위해 노력하다가 죽음에 이르는 경우가 허다하다. 지방흡입수술을 받던 도중 사망하는 여성들의 소식이 심심찮게 들리며, 성형수술을 해도 자신의 얼굴이 마음에 들지 않아 자살을 하기도 한다. 지난 7월에는 대구에서 50대 여성이 외모를 비관해 농약을 마시고 자살했다. ‘예쁜 여자’가 되고 싶어서 세 번의 쌍꺼풀 성형수술을 받았지만 결과가 좋지 않아서였다. 그는 남편 앞으로 쓴 유서에서 “못난 마누라 데리고 산다고 고생 많았다. 예쁜 여자 만나서 잘 살아라”라는 말을 남겼는데, 이것은 외모 콤플렉스가 단지 젊은 여자들뿐 아니라 나이에 관계 없이 여성들을 옥죄고 있음을 보여 준다.

어떤 이들은 여성이 자신의 몸을 치장하고 남성에게 매력적으로 보이려 하는 것을 본성이라고 주장한다. 그러나 “남서 태평양 사회에서는 남성이 꽃과 향수로 몸을 치장한다. 축제의상을 입고 화장과 향수로 단장한 남성들은 너무 매혹적으로 보여 여성들에게 유혹당할까 두려워서 혼자 있지 못할 정도이다.”(《성이란 무엇인가》, 에롤 셀커크, 오월)

외모 

우리 사회에서 여성이 외모에 집착하는 것은 단순히 특정 여성들의 성향이 아니라 여성 차별 때문이다. ‘용모 단정’이라는 말이 그저 단정해야 한다는 것을 의미하지 않는 다는 것을 이제 알 만한 사람들은 다 안다.

여성의 외모는 사회적 차별의 커다란 요인이다. 얼마 전 대우종합기계 사보가 최근 사내 임직원 3백11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를 보면, “외모 때문에 회사 생활에 불이익을 당한 경험이 있는가”라는 질문에 남성은 17.4 퍼센트가 그렇다고 한 반면 여성은 32.7 퍼센트가 그렇다고 대답했다. 또, 우리 나라 여성의 68 퍼센트가 외모가 인생의 성패를 좌우한다고 생각한다(제일기획조사 13∼43세 여성 2백 명 대상).

그도 그럴 것이, ‘아름답고 섹시한’ 외모를 강요하는 우리 나라에서는 해마다 2백여 개가 넘는 미인 선발 대회가 열린다. 미스코리아 대회를 비롯해, 각 지방자치단체가 특산품을 홍보한다는 명목으로 마늘·사과·딸기·굴비 아가씨 등을 선발한다. 각종 미인 대회 출신자들이 한순간에 방송 MC가 되고 억대의 CF 광고를 찍는 연예인이 되면서 ‘예뻐야 출세한다’는 생각을 부추긴다.

이러한 현실은 74.5 퍼센트의 여성들이 엄청난 부작용을 감안한 채 성형수술을 고민하게 만들고, 정상 체중 여성의 83 퍼센트가 자신의 몸매에 불만족스러워하게 만든다(여성민우회. 2002. 4).

임금, 직장, 교육, 복지 등 곳곳에서 차별을 받는 여성들에게 ‘날씬하고 아름다운’ 외모는 자신의 처지를 바꿀 수 있는 무기처럼 여겨지게 된다.

성적 대상

매일 미디어에서 쏟아져 나오는 날씬하고 예쁜 여자들의 모습은 평범한 여성들의 박탈감을 증폭시킨다. 한국여성민우회가 최근 내놓은 ‘연기자와 외모의 상관관계’라는 보고서에서, TV에 출연한 2천2백62명의 여성 출연자 중 신체비만도(BMI)에 따라 분류한 결과, 마른 체격의 여성은 9백66명으로 전체 출연자의 42.3 퍼센트, 보통 체격은 1천1백14명인 49.2 퍼센트였다. 이에 비해 뚱뚱한 출연자는 전체의 8 퍼센트인 1백92명에 불과했다. ‘보통 체격’조차 평범한 여성들에 비해 마른 김혜수, 김선아를 기준으로 책정했다는 것을 감안한다면, 미디어 속 여성상은 심각하게 왜곡돼 있다.

심지어 날씬한 모델의 몸매도 컴퓨터 그래픽을 통해 더욱 ‘늘씬하게’, 더욱 풍만한 가슴으로 교정되기 일쑤다. 2001년 동아일보에 따르면, 속옷 광고의 경우 일반 모델은 50 퍼센트 이상, A급 모델은 2∼30 퍼센트가 이런 손질 과정을 거친다. 뚱뚱한 여성은 TV 코미디 프로에서 놀림감이 되거나, 시어머니 같은 노인의 역할로 출연한다.  

이렇게 여성을 독립적 인격체가 아닌 성적 대상으로만 보도록 부추기는 사회가 여성들을 죽음으로 내몰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