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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평, 《도대체 누가 도둑놈이야?》:
노동자들이 쓴 삶과 희망

월간 《작은책》이 창간 15주년을 맞아 이제까지 실었던 글 가운데 재미있는 이야기를 책 세 권으로 엮었다. 《도대체 누가 도둑놈이야?》는 2005년 1월부터 2009년 12월까지 실린 글을 담은 세번째 책이다.

이 책에는 가난하고 천대받는 사람들이 직접 쓴 이야기가 생생하게 담겨 있다.

《도대체 누가 도둑놈이야?》 , 작은책 엮음, 9천5백 원, 312쪽

한 달에 2억 3천만 원을 버는 사장, 그런데도 한국 노동자나 이주노동자에게 시급 3천1백 원만 주면서 이주노동자들을 “베트남 도둑놈 1, 2, 3호, 필리핀 도둑놈 1, 2, 3호” 하고 부른다. “이런 젠장 … 도대체 누가 도둑놈인지 …”

“해마다 연말이 되면 생명줄이 조금씩 타들어간다. 내년에 다시 계약할 수 있을까? 1년 살이 비정규직”의 한숨.

일제고사를 거부했다는 이유로 파면된 교사가 “선생님, 우리랑 같이 졸업 못해요?” 하고 울먹이는 학생을 보며 마음 아파한 이야기.

한 이주노동자는 한밤중 숙소로 찾아와 노골적으로 성관계를 갖자고 요구하는 작업 반장에게서 필사적으로 도망쳐야 했던 끔찍한 기억을 털어놓는다.

땅바닥, 화장실, 탄광에서 밥을 먹어야 하는 노동자들, 저녁 7시부터 밤을 꼬박 새고 다음 날 오후 1시까지 밥 한 끼 못 먹고 일해야 했던 환경미화 노동자들….

21세기 한국의 현실이 맞을까 하는 생각이 들지만, 지하철에서 흔히 마주칠 만한 평범한 사람들이 한 자 한 자 써 내려간 자신의 이야기는 분명 우리가 눈감지 말아야 할 진실이다.

이 책은 아픔만 아니라 희망도 전한다.

삼성SDI에서 노동조합을 만들려다 구속된 김성환 위원장의 부인 임경옥 씨는 우유 배달을 하며 힘겨운 삶을 살지만 “삼성족벌의 파렴치한 행위들을 낱낱이 이 사회에 고발하는 것은 당연히 해야 하는 일이다”며 투지를 꺾지 않았다.

하루 17시간을 일하던 양천구청 환경미화 노동자도 노동조합을 만들어 항의를 하자 세면실을 만들고, 수당을 인상하고, 근무시간도 조정됐다.

이 외에도 이 책에는 쌍용차, 이랜드, 기륭전자 등 노동자들의 삶과 투쟁, 주부, 학생 들이 일상에서 겪는 이야기 등 64가지 짧은 이야기가 담겨 있다.

이 시대를 살아가는 노동자, 평범한 사람들의 한숨, 눈물, 웃음, 희망을 마음으로 느끼고 싶은 사람들에게 이 책을 추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