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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렉스 캘리니코스 논평:
해임은 미국 전쟁의 위기 해결 못 해

1951년 4월 미국 대통령 해리 트루먼은 한국 주재 유엔군 사령관이던 육군 장군 더글러스 맥아더를 해임했다. 그 전해에 맥아더는 중국이 보복할 수도 있다는 경고를 무시하고 중국 접경에서 무모하게 북한군을 공격했다.

중국군이 실제로 한국으로 진격하자 유엔군은 남쪽으로 밀려났고, 맥아더는 패닉에 빠져 중국에 핵공격을 하자고 주장했다. 의회 내 반대파 리더에게 보낸 서한이 낙타의 등을 부러뜨리는 마지막 지푸라기가 돼 맥아더는 낙마하게 됐다.

지난주[6월 24일] 버락 오바마는 아프가니스탄 나토 국제안보지원군 사령관 스탠리 맥크리스털을 경질했다. 맥크리스털의 죄목은 맥크리스털 자신과 측근이 〈롤링 스톤〉의 마이클 해스팅스의 기사에서 오바마와 부통령 조지프 바이든과 고위 당국자들을 비난한 것이었다.

두 사건은 미국 제국의 쇠퇴와 관련된 무언가를 암시한다. 맥아더 해임은 냉전기의 가장 위험한 순간에 일어난 거대한 충돌이었다. 이번에는 〈롤링 스톤〉에서 목소리를 높인 대가로 미국의 가장 중요한 전장의 사령관이 해임됐다.

맥크리스털 해임에 어떤 심오한 의미가 있는가? 미군이 마초적이고, 정치인들과 민간인 관료들을 경멸한다는 것은 뉴스거리도 안 된다.

〈워싱턴 포스트〉는 흥미로운 논점을 제기했다. “2001년 이래로 사령관 십수 명이 이라크 사령관, 아프가니스탄 사령관, 그리고 이 둘을 총괄하는 중부군 사령관 자리를 거쳐 갔다. 이 세 사령관 자리에 있던 사람들은 … 압력에 떠밀려 해임되거나 사퇴했다.”

〈워싱턴 포스트〉는 이 문제를 다음과 같이 설명할 수 있다고 한다. “아프가니스탄과 이라크 등지에서 많은 최고사령관이 하는 일은 진급에 도움이 되는 군사 기술과 거의 관계가 없다고 군 지휘관들은 말했다. 오늘날 전쟁에서 최고사령관은 근대 총독처럼 군사 작전과 주요한 경제 개발을 총괄해야 한다. 최고사령관들은 자신의 군대가 싸우고 있는 나라의 국내 정치에서 중요한 구실을 한다.”

사악한

미군 특수부대라는 사악한 암흑의 한복판에서 경력을 쌓은 맥크리스털은 제국의 총독이 되는 데 필요한 자질이 부족했을 뿐이다. 그러나 아마도 고위 장교들의 인사 이동은 이라크·아프가니스탄 전쟁에서 실제로는 획기적인 성공을 거두지 못했다는 사실과 관계 있을지 모른다.

사실, 〈롤링 스톤〉 기사에서 가장 충격적인 구절은 맥크리스털의 백악관 비방이 아니라 아프가니스탄 전쟁 상황 묘사다. “6월, 전체 미군 사망자 수는 1천 명을 기록했고 급조폭발물(IED) 공격은 갑절로 뛰었다. 지구에서 다섯째로 가난한 나라에 수십억 달러를 쓰고도 민간인들을 포섭하는 데 실패했다. 미군을 바라보는 민간인들의 태도는 굉장한 신중함부터 공공연한 적개심까지 다양하다.”

올해의 가장 큰 군사 작전(마르자 남부 마을을 탈환하려고 2월에 시작된 흉포한 공격)의 결과가 지지부진하면서 맥크리스털은 스스로 그것을 ‘악성 궤양’이라고 부르기 시작했다.

“6월에 아프가니스탄 전쟁은 베트남 전쟁을 넘어서 공식적으로 미국 역사상 최장기 전쟁이 됐다. 오바마는 자신이 정한 미군 철수 시한[내년 6월]에서 조용히 후퇴하기 시작했다. 대통령은 자신이 수렁보다 훨씬 더 나쁜 무언가에 빠져 있음을 안다. 오바마는 자신이 대규모의 지리한, 여러 세대를 아우르는 국가 건설 계획에 뛰어들기를 원하지 않는다고 말해 놓고도, 그는 이 수렁에 스스로 걸어 들어갔다.”

2011년 6월이라는 철군 목표는 오바마와 군부 간 갈등 고조의 원천이 될 공산이 크다. 오바마는 맥크리스털을 그의 직속상관 데이비드 페트레이어스로 교체했다. 페트레이어스는 중부군 사령관이고 2007~08년 이라크를 안정시킨 미군의 변화를 설계한 인물이다.

페트레이어스는 대(對)게릴라전(맥크리스털이 성공하지 못한)의 최고 이론가다. 대체로 페트레이어스는 맥크리스털보다 정치적으로 훨씬 더 예리하다. 그러나 〈롤링 스톤〉 기사가 발표되기 직전 의회 증언에서 페트레이어스는 1년 안에 철군을 시작하겠다는 오바마의 계획에 분명한 비관을 나타냈다.

미군이 이기지 못하는 전쟁에서 분투하는 동안 정치적 희생자들은 더 많아질 것이고, 아마도 대통령 자신이 그 희생자가 될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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