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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적 긴축 논쟁은 회복의 불안정성을 보여 준다

얼마 전 캐나다에서 열린 G20 정상회의에서는 독일 등 유럽 국가들이 주도해 2013년까지 재정적자 규모를 절반 수준으로 줄이자고 합의했다.

미국 정부가 “성급한 긴축정책은 세계경제의 위축을 촉발할 수 있다”며 반발해, “긴축재정에 따른 수요 위축이 경기 회복세를 저해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는 문구를 성명서에 포함시켰지만 말이다.

긴축 정책은 광범한 노동자 투쟁을 낳을 공산이 크다. 7월 8일 하루 총파업 당시, “참을 만큼 참았다! 우리는 단결해 승리할 것이다”는 배너를 들고 행진하는 그리스 노동자들

그러나 긴축을 둘러싼 논쟁은 계속되고 있다. 노벨경제학상 수상자인 폴 크루그먼은 “지금 세계는 제3의 불황 초기 단계에 있다”며 긴축재정으로 세계경제가 심각한 더블딥에 빠질 수 있다고 주장했다.

긴축 논쟁은 우선, 최근의 경기 회복이 매우 불안정하다는 점을 보여 준다.

2008년 4사분기부터 급격하게 하락하던 세계경제는 2009년 3사분기부터 소비·생산·투자 등이 모두 상승해 왔지만, 올 5월부터 세계 주요국에서 경기가 다시 하락할 조짐이 보이기 시작한 것이다.

미국에서 신규 주택 판매가 급감했다. 실업률은 약간 줄었지만 이는 구직활동을 포기한 비경제활동인구가 65만 명가량 증가했기 때문이다.

세계경제 성장을 견인해 온 중국에서도 6월에 부동산 가격이 약간 하락하면서 거품 붕괴 위험이 커지고 있고, 경기부양책이 줄어들면서 투자가 위축되고 있다.

급격한

1930년대 대공황과 비교해 보면, 미국에서 뉴딜 정책이 시작되기 전인 1931년과 1932년의 상반기에 고용과 생산이 늘면서 사람들은 경기회복에 대한 환상을 품었다. 그러나 이 회복 시도들은 몇 개월을 넘기지 못했고 다시 미끄러졌다.

1933∼36년의 회복은 좀더 길었다. 이때의 회복도 강력하지 않아, 루스벨트 정부가 다시 균형재정으로 돌아가려고 한 1937년 가을에 역사상 가장 급격한 경기후퇴를 경험했다.

둘째, 경기 회복이 불안정하기 때문에 경제 위기 대안을 둘러싸고 지배자들이 합의하지 못하고 있다.

긴축 정책에 반대하는 미국 정부를 포함해 세계 주요 국가들은 사실 경기부양책과 구제금융 등을 조금씩 회수해 왔다.

그러나 모두 회복의 불안정함을 우려하고 있기 때문에 유럽을 제외한 주요 국가들은 적극적으로 긴축에 나서지는 않고 있다.

경제 성장 속도가 상대적으로 빠른 아시아 국가들(최근에는 한국도)과 원자재 가격의 상승으로 경제가 호조인 국가들이 금리를 조심스럽게 올리며 경제 상황을 살피고 있지만 말이다.

중국은 위안화를 약간 절상하고 부동산 거래 규제를 강화하는 정도로 소극적인 긴축을 시행하고 있지만, 원자바오 총리는 “거시경제정책을 수립하는 것이 점점 더 어려워지고 있다”며 부양과 긴축 중 어느 것도 선뜻 선택하기 어렵다는 점을 토로했다.

긴축 정책의 비판자들은 1937년의 ‘실수’를 반복해서는 안 된다고 주장한다. 회복이 불안정한데 정부 개입마저 줄이면 위기가 심각해진다는 것이다.

그러나 오늘날의 경기부양 정책과 마찬가지로 뉴딜 정책의 효과는 미미했다. 1937년에 미국 실업률은 여전히 14퍼센트나 됐다. ‘진정한’ 경기 회복은 국가가 투자의 90퍼센트를 담당한 제2차세계대전으로 가능했다.

그런데 일상적인 시기에 이처럼 높은 국가 투자는 자본가들의 소유권과 사업영역, 이윤을 침해하는 일로 받아들여져 자본주의 국가가 시행하기는 힘들다. 게다가 현 상황에서 뉴딜 정책과 같은 재정적자 정책을 오래 지속하기도 힘든데, 일본·미국·영국 등 자본주의 주요 국가들의 재정적자 비율이 매우 높기 때문이다.

셋째, 각국의 지배자들이 자신들의 이익을 지키는 데 초점을 두고 정책을 선택하고 있어, 경제 위기에 맞선 국제적 공조는 사실상 무기력해지고 있다.

예를 들어, 미국 정부는 수출 증대를 통한 경제 성장으로 경상수지 적자와 재정 적자를 줄이길 바라지만, 긴축정책으로 소비가 줄어들 것이 뻔한독일이나 위안화 절상에 인색한 중국에 수출을 늘리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

1930년대 각국의 지배자들이 다른 나라의 희생으로 자국이 받는 압력을 줄이려고 앞 다퉈 통화 가치를 낮추고 관세 장벽은 높여 상품을 더 많이 내다팔려고 애썼고, 이 때문에 경제 위기는 더욱 심각해지고 국가 간 경쟁은 전쟁으로까지 발전했다.

최근의 경향이 경쟁으로 무게중심이 옮겨졌다고 말할 상황은 아니지만, 위기가 지속된다면 경쟁 격화로 얼마든지 발전할 수 있다는 점을 보여 주고 있다.

고통

넷째, 본격적인 긴축 정책은 대중에게 더 심각한 고통을 안겨 줄 것이다.

물론 경기부양이 노동자들을 구제하려는 정책은 전혀 아니었다. 구제금융으로 은행들을 보호하고 보조금으로 기업들의 이윤을 지켜 주는 와중에도, 노동자들은 일자리를 잃고 임금이 삭감됐다.

그러나 긴축이 추진되면 복지는 대거 삭감되고 공공부문 노동자들이 대량 해고될 뿐 아니라 높은 이자로 기업 도산을 촉진하기 때문에 임금 삭감이나 해고는 더욱 광범위하게 일어날 것이다. 그럼 노동자들의 투쟁도 더욱 광범위하게 벌어질 공산은 커진다.

물론 세계 지배자들이 긴축 방향으로 계속 나아갈 것이라고 장담할 수는 없다. 위기가 다시 심각해지면, 2008년과 같이 세계 지배자들은 다시 경기부양을 위해 결속할 수도 있다.

그러나 위기가 더욱 심각해지고 지배자들이 살아남기 위해 몸부림칠 게 분명한 만큼 앞으로 노동자들에 대한 공격과 지배자들 사이의 경쟁은 심화할 수밖에 없다. ‘전쟁이냐 혁명이냐’ 하는 물음은 결코 1930년대의 물음만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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