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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중적 과학자 존 벡위드 자서전 서평:
“나의 삶을 굳이 과학적인 것과 정치적인 것으로 분리할 필요가 없었다”

2008년 붉고 뜨거운 촛불 항쟁을 우리는 기억하고 있다. 촛불 항쟁의 중심에는 미국산 쇠고기의 안전성을 의심하는 과학자들도 함께했다. 광우병대책국민회의 전문가자문위원회는 마녀사냥과 촛불 시민들을 공격하는 정부에 맞서 우리 운동의 대의를 방어하고 과학자로서 광우병 위험성에 대한 양심적인 연구 결과를 내놓았다.

《과학과 사회운동 사이에서》, 존 벡위드 지음, 이영희·김동광·김명진 옮김, 그린비, 2009.

과학자로서 자연 탐구와 사회운동을 결합하기는 쉽지 않다. 과학자의 이미지는 퀴퀴한 연구실에서 세상과 담을 쌓고 실험에 몰두하는 수도승의 모습이다. 그런데 과학자가 과학 탐구뿐만 아니라 사회운동에 참여하면서 과학을 더욱 발전시키는 사례도 있다.

존 벡위드(1935년생)는 1969년에 역사상 처음으로 박테리아 염색체 안에서 유전자를 분리해내는 데 성공한 전도유망한 분자생물학자였다. 그는 유전공학이 유전자 치료라는 긍정성을 가진 것과 동시에 유전자에 의한 개인 통제와 차별 수단으로 악용될 것을 경고하는 ‘선언’에 나서게 된다. 당시 과학자들은 베트남전 무기 개발에 동원됐다. 과학자들은 로버트 오펜하이머 같은 자신들의 선배들이 원자폭탄 개발에 죄책감을 느끼고 있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 벡위드는 과학자로서 ‘과학적인 것과 정치적인 것’을 굳이 분리할 필요가 없다고 깨달았다. 1960년대 베트남 반전운동과 시민권 운동은 그에게 과학자의 사회 참여와 사회적 책임을 더욱 각인시켰다.

1970년대 벡위드는 사회생물학이 우생학의 망령을 되살리지 않을까 하고 걱정했다. 그는 리처드 르원틴, 스티븐 제이 굴드 등과 함께 〈민중을 위한 과학〉 산하 단체인 ‘사회생물학 연구 그룹’을 만들어 사회생물학의 문제점을 지적했다. 당시 극우 인종주의자들은 에드워드 윌슨의 사회생물학을 자신들의 이데올로기를 옹호하는 이론으로 치켜세우고 있었다. 존 벡위드는 인종주의 이론에 맞선 활동으로 미국 극우단체한테 “빨갱이”라고 공격받기도 했다.

존 벡위드는 1989년에 인간게놈프로젝트의 윤리적·법적·사회적 함의 연구프로그램에 참가했다. 유전자 검사가 차별이나 프라이버시 침해를 낳지 않도록 해결책을 모색했다. 그는 기업주들이 노동자들을 채용할 때, 유전자 검사를 이용할 수 없도록 법제화하는 데 기여했다.

존 벡위드는 재능 있는 과학자일 뿐만 아니라 열정적인 사회운동가였다. 그는 베트남 반전운동에 열성적으로 참가했고 하버드 의대에 흑인 학생 비율을 높이는 운동을 건설해 성공했다. 그가 참여한 〈민중을 위한 과학〉은 반전·반핵 운동, 유전공학의 위험성 경고, 과학의 군사적 이용에 반대하는 운동과 과학의 대중화에 기여했다. 또한 그는 흑인운동의 일부였던 흑표범당을 지원하는 활동도 했다.

존 벡위드는 “과학을 사랑하면서, 동시에 자신이 사랑하는 과학의 사회적 의미에 대해 고민해보고자 하는 우리 시대 예비 과학자들에게도 좋은 모델”이다. 그리고 이 책 《과학과 사회운동 사이에서》는 과학자의 사회적 책임과, 과학과 정치의 관계를 깊이 있게 통찰할 수 있는 훌륭한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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