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자 연대

전체 기사
노동자연대 단체
노동자연대TV

법원, 〈레프트21〉 판매자들에게 벌금형 선고:
의견 교환의 자유를 침해하는 부당한 판결

지난 5월 7일 저녁 서울 강남역에서 등록 정기간행물 〈레프트21〉을 판매했다는 이유로 경찰에 연행된 6명이 최근 무려 8백만 원가량의 벌금 고지서를 받았다.

이들은 벌금고지서를 받고서야 자신들이 ‘유죄’ 판결을 받았다는 사실을 알았다. 서울중앙지방법원 단독23부는 이미 6월 23일에 약식 재판으로 유죄를 선고한 것이다.

경찰은 연행 당시에 이명박 정부가 천안함 사건을 통해 부풀리고 있는 “안보 위기”는 “사기”라는 〈레프트21〉 기사 내용을 문제 삼으며 “국가보안법 위반일 수 있다”, “사상 검증을 해야 한다”며 위협했다.

그러나 합당한 근거를 찾지 못하자 신문판매 행위를 ‘집회’로 간주하고 집시법 위반을 적용한 것이다.

그러나 등록 정기간행물을 거리에서 판매하는 행위를 ‘집회’로 간주하는 것은 법적인 근거가 없다.

경찰의 〈레프트21〉 판매자 연행과 구금에 대한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맡고 있는 이상희 변호사는 “판매 행위를 집회로 보는 것은 파장이 이만저만이 아닐 것이므로 거의 불가능하다고 보고, 판매 행위가 아니라 ‘공동의 목표를 가지고 있는 있는 여러 명이 모였다는 점’을 문제 삼아 집시법을 적용했다고 해도 문제가 되기는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공동의 목표를 가진 여러 명이 모였다는 것만으로 집시법을 적용한다면 집시법이 원래 규율하고자 하는 범위를 넘는 것”이라는 것이다.

이 변호사는 “특히 촛불 정국 이후로 집시법을 지나치게 광범위하게 적용해 경찰이 권한을 남용하는 일이 많아졌고, 이번 사건도 마찬가지”라고 지적했다.

법원의 판결에는 또 다른 문제도 있다. 법원은 같은 건으로 기소된 6명 중 2명에게는 다른 사람들보다 갑절이나 되는 벌금을 선고했다.

그 두 명이 이름과 주민등록번호를 진술하지 않는 묵비권을 행사했다는 사실 말고 다른 사람과 특별한 차이점은 없다. 수사에 협조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사실상 ‘괘씸죄’를 적용한 것 아니냐는 의구심이 든다.(나머지 4명도 이름과 주민등록번호 이외의 내용은 묵비했다.)

그러나 ‘모든 국민은 형사상 자기에게 불리한 진술을 강요당하지 아니한다’(헌법 12조). 그리고 묵비권에는 당연히 신분을 밝히지 않을 권리도 포함된다.

경찰이 〈레프트21〉 창간부터 지금까지 1년 반 동안 꾸준히 정기적으로 해 왔던 거리판매를 새삼스레 공격한 이유는 정부의 정치 위기 때문으로 보인다.

이명박 정부는 ‘북풍’으로 위기를 돌파하려던 상황에서 〈레프트21〉이 “안보 위기는 사기”라고 주장하는 것을 두고 볼 수 없었던 듯하다.

법정 투쟁

벌금형 선고는 앞으로도 〈레프트21〉 같은 좌파 언론이 정부의 추악하고 무능한 단면들을 드러내고 진실을 말하는 것을 가로막기 위한 것이다.

아직 임기가 절반가량 남았지만 벌써 레임덕이 시작되고 있는 이명박 정부는 앞으로도 더더욱 탄압에 의존하려 할 것이다.

이미 한국진보연대와 남북공동선언실천연대가 마녀사냥 리스트에 올랐다. 7월 재보궐 선거를 앞두고 기무사 사찰 피해자인 안중현 학생도 실형 3년 6개월이라는 유례 없는 중형을 선고받았다.

그러나 〈레프트21〉은 결코 이명박 정부의 언론 자유 탄압에 순순히 당하고 있지 않을 것이다.

벌금형을 받은 〈레프트21〉 판매자들은 정식재판을 청구해 법정 투쟁을 벌일 것이고, 경찰을 상대로 손해배상도 청구할 계획이다.

〈레프트21〉도 6명의 투쟁을 도울 것이며, 탄압에 굴하지 않고 연대를 확산해 나갈 것이다.

이미 7월 25일에 인권단체연석회의, 참여연대, 한국진보연대 등 7개 시민·사회단체들이 공동성명서를 통해 법원 판결을 규탄하는 목소리를 냈다.

이들은 “현재 경찰은 기자회견과 1인 시위마저 미신고 집회로 규제하고 있다. 이런 마당에 정기간행물의 판매 행위까지 집회로 간주해 경찰이 자의적으로 금지할 수 있다면 대한민국에서 표현의 자유는 교과서에나 존재하는 것이 되고 말 것”이라며 “정부의 진보언론 탄압과 표현의 자유 억압에 맞서 함께 투쟁할 것”이라고 밝혔다.

7월 22일부터 나흘 동안 열린 진보포럼 ‘맑시즘2010’에서도 많은 사람들이 법정 투쟁 후원 모금에 동참했다.

독자들의 많은 관심과 지지·연대를 부탁드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