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연금 재정이 2047년에 고갈된다고 한다. 정부는 재정추계를 들이밀며 60퍼센트인 연금급여율을 50퍼센트로 낮추고, 9퍼센트인 보험료율을 15.9퍼센트로 올리겠다고 한다. 노후에 연금을 받으려면 연금 급여를 미리 낮추거나 보험료를 인상할 수밖에 없을 것 같다.

보험료보다 받는 연금액이 훨씬 많다?

국민연금 고갈은 정말 사실인가? 안타깝게도 그렇다. 물가인상률을 고려하더라도 국민연금에서 가입자가 받는 연금총액은 보험료 총액보다 많다. 수입보다 지출이 많으니 적자가 될 수밖에 없고, 어느 시점에서 재정이 고갈될 수밖에 없다.

아차! 우리는 순간 시장보험 논리를 답습하고 있다. 국민연금공단이 사적 금융기관이라면 국민연금 같은 보험상품을 절대 판매하지 않을 것이다. 국민연금은 공적 보험이다. 공적 보험은 시장보험과 달리 부담(보험료)과 급여(연금)가 비례하지 않는 부등가성이 기본 특징이다.

이 부등가성이 듣기 좋은 말로 부의 재분배이고 사회적 연대이다. 부자에게서 세금을 거둬 국민연금 재정을 지원하는 재원 마련 방안이 있다. 국민연금 고갈 논리의 뿌리에는 모든 수입은 보험료로 메워져야 한다는 시장보험 이데올로기가 박혀 있다.

우리는 요구한다. 당장 국민연금에 국고 지원을 수행하라. 지원 방식도 비정규 노동자, 지역 취약 계층, 실업자 등 어려운 계층의 보험료를 지원해 국고 지원의 공공성을 극대화해야 한다.

재원이 문제로 떠오른다. 직접세를 거두면 된다. 현재 우리 나라 직접세율은 GDP대비 약 10퍼센트로 OECD 국가 평균 수준인 15∼16퍼센트에 크게 못 미친다. OECD 나라 평균만큼만 직접세를 확대해도 매년 25조∼30조 원의 재원이 추가로 생긴다. 국방비만 줄여도 한 해 수조 원이 절약된다.

국민연금제도를 손질해도 재정은 꽤 마련될 수 있다. 삼성 이건희 회장의 연금보험료가 360만 원 월급의 사무직 노동자와 동일하다. 국민연금의 보험료 상한선 제도 탓이다.

부자들에게 특혜로 작용하는 보험료 상한을 즉각 폐지하고 대신 연금액에는 상한선이 설정돼야 한다. 또한 급속도로 확장하는 시장 생명보험을 국민연금으로 흡수해도 국민연금 재정은 호전될 수 있다. 2002년 생명보험회사 자산 규모가 164조 원에 이른다. 자본의 이윤놀이 대상으로 전락한 천문학적인 연금기금이 시장에 있다. 공적 국민연금에 적합한 재원이 존재하고 있는 것이다. 다만 지금 부자와 자본의 호주머니에 있을 뿐이다.

인구감소와 노령화로 보험료수입은 부족하고 연금지출은 늘어난다?

이제 국민연금 고갈 근심은 사라졌는가? 그렇지 않다. 정부의 재정추계에 의하면 재정고갈 위기는 여전히 유포될 것이다. 인구감소와 노령화 때문이다. 보험료를 낼 사람은 줄어들고 연금을 탈 노인은 늘어나니 재정이 어려울 수밖에 없다.

정부의 인구 추계에 따르면, 현재 4천7백만 명인 남한 인구는 2070년에 3천5백만 명으로 감소하고, 18∼64세 인구 대비 65세 이상 인구 비중을 가리키는 노인부양비가 12퍼센트에서 75퍼센트로 늘어난다. 4명의 노동 능력자가 3명의 노인을 부양해야 하는 인구 구성이다.

과연 이러한 인구 추계를 믿어도 되는 것일까? 정부의 인구 추계를 계속 적용하면 2150년경 이후 남한 인구는 소멸하는데도 말이다.

우리 민중은 지금 출산 파업중이다. 애를 낳을수록 자신의 인생이 힘겨운 세상이다. 근로기준법 개악으로 그나마 있던 생리휴가가 무급화되고, 출산장려금·아동양육수당은 다른 나라 이야기이며, 공공 보육시설을 찾아보기 힘들다. 걱정은 계속된다. 엄청난 사교육비, 집 없는 서민의 주거비, 높은 본인부담의 의료비 등등.

이례적으로 낮은 출산율은 부끄러운 한국 사회의 자화상이다. 정부는 이를 정상으로 여기며 현재 출산율을 그대로 미래에 적용하는 용기를 발휘했다. 우리는 요구한다. 애를 낳아도 되는 사회제도 인프라를 구축하라. 그러면 국민연금 재정은 세대간 사회적 연대에 의하여 충분히 수용될 수 있다.

연금기금을 주식시장에서 다 날린다면?

이제 국민연금을 믿고 마음껏 늙어도 되는가? 그래도 걱정이 남는다. 연금기금을 경제부처가 마음대로 사용하겠다고 한다. 주식 투자, 부동산 투자가 완전 허용되고, 해외 투자도 준비되고 있다. 내가 늙기 전에 연금기금을 날려 버린다면 정말 큰일이다.

연금기금의 운용권을 가입자가 되찾아야 한다. 노후예탁금을 주인인 우리가 운용하는 것은 당연하다. 물론 갈 길은 험난하다.

첫째, 100조가 넘은 연금기금을 장악하려는 경제부처의 개입이 본격화되었다. 우리는 연금기금운용위원회에서 가입자가 실질적인 다수가 되도록 국민연금법 개정을 요구해야 한다.

둘째, 진보운동은 이후 GDP와 맞먹을 규모로 확대될 연금기금에 대한 장기적 운용전략을 마련해야 한다. 이미 자본은 연금기금에 대한 작전에 돌입한 상태이다.

셋째, 미래 연금액을 쌓아 두는 적립방식 국민연금의 운동적 의미, 즉, 연금기금의 진보적 운용을 향한 민중투쟁의 유효성에 대하여 진지한 논의가 필요하다. 필자는 사적 생명보험보다는 공적 연금기금이 민중투쟁에 유리한 투쟁 계기를 제공해 준다고 생각하지만, 적립방식 자체에 대한 전체 진보진영의 논의는 반드시 거쳐야 할 과정이다.

하반기 국민연금투쟁 과제

국민연금 재정 고갈, 이것은 자본의 시장논리가 낳은 이야기이다. 재정이 부족하다고? 부자에게서 세금을 거두고 국방비를 절약하라. 이건희 회장의 보험료를 정율만큼이라도 올려라. 시장 생명보험에 흘러간 민중의 보험료를 국민연금으로 되돌려라.

인구감소와 노령화가 문제라고? 애를 제대로 키울 수 있는 사회제도를 마련하라. 당장 양육수당을 도입하고 보육과 교육을 국가가 책임져라.

그래도 연금기금 운용이 걱정이라고? 그래서 투쟁하려 한다. 우리 가입자가 연금기금의 운용권을 찾아올 것이다. 하반기 국민연금투쟁, 우리 진보운동이 시장과 자본에 대항해 싸워 나가는 길에서 중요한 봉우리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