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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평,《재일조선인 아리랑》:
재일조선인의 끝나지 않은 슬픔

“어떻게든 망간 광산의 역사를 남기겠다. 단바의 산골짜기에 이렇게 많은 조선인이 있었다는 것을 세상에 분명히 알려야 한다.”

제2차세계대전 막바지였던 1944년 일본의 망간 채굴량은 최고였고, 부족한 노동력은 조선인을 강제 연행해 보충했다. 힘들고 위험한 일이었기에 일본인들 중에서도 차별받는 부락민들이 주로 하던 일이다.

《재일조선인 아리랑》 이용식. 논형, 1만 원, 200쪽

열악한 노동환경에도 선택의 여지가 없었던 조선인들은 힘겹게 삶을 지탱했고 망간 중독이나 진폐증 ― 지은이의 아버지도 진폐증으로 사망했다 ― 으로 죽거나 병을 앓으며 살아갔다.

일본이 저지른 차별과 가해의 역사를 폭로하고자 했던 지은이의 아버지 뜻에 따라 가족들의 노력으로 1989년 5월 단바망간기념관이 개관했다.

아소광산주식회사

이 책은 2009년 5월 31일 폐관 때까지 20년 동안 방문객 20만 명과 함께 걸어온 ‘단바망간기념관’ 7천3백 일의 기록이고, 1934년 일본으로 건너가 지금까지 살아온 지은이의 가족, 재일 조선인들의 이야기이다.

책에는 기념관을 준비하면서 만난 노동자들의 증언을 통해 당시의 강제연행, 혹독한 노동, 병마, 해방 이후 일본에서의 삶에 대한 끔찍한 상황이 담겨 있다.

광산 관리자들은 망간이 함유된 물이 몸에 좋다며 그냥 마시게 했다. 그 말을 믿은 노동자들은 약이라며 몸에 바르기까지 했다.

망간 광산을 운영하던 아소광산주식회사는 아소 다로 전 수상의 부친과 조부가 운영했다. 오늘날 일본 정치인들이 누구인지 알 수 있는 대목이다.

해방 이후 조선으로 돌아가지 못하고 일본에 남아 차별과 병마에 맞서 싸워야 했던 조선인들의 이야기는 아직도 진행 중이다.

한 노동자는 어린 나이에 일본에 끌려와 강제 노동에 시달리고 이후 돈이 없어 고향으로 돌아가지도 못해 계속 일본에 살아야만 했던 자신의 삶을 한 마디로 표현했다. “살면서 좋은 일은 한 번도 없었습니다.”

2010년, 해방 65주년을 맞이하지만 우리는 아직도 해결되지 않은 많은 문제들을 안고 살아가고 있다. 18년째 진행 중인 일본군 위안부 수요집회, 미쓰비시 조선소 원폭피해자 손해배상 청구 기각, 강제연행 희생자 유골 문제, 재일조선인 차별, 야스쿠니 신사참배, 아시아에 대한 침략전쟁 기술을 거부하는 일본교과서 문제 등.

재일조선인 문제를 더 들여다보길 원하는 사람들에게 이 책을 읽어 보기를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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