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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S본부 파업:
사측이 새 노조의 실체를 인정하다

〈레프트21〉이 인쇄에 들어가기 직전인 7월 28일 현재 28일째 이어진 언론노조 KBS본부 노동자들의 파업이 마무리될 것으로 보인다. 28일 노조는 사측과 잠정 합의하고 29일 조합원 총회를 통해 조합원들의 의사를 물을 예정이다.

구체적인 합의 내용이 알려지진 않았지만 공정방송위원회 설치를 포함해 단체협약 체결에 합의하는 등 새 노조의 실체 인정을 요구해 온 노동조합의 핵심적 요구가 반영된 듯하다.

7월 28일 열린 KBS 3차 파업 문화제 ― KBS본부 노동자들은 단호한 파업으로 사측의 양보를 얻어냈다.

다만, 아직 공개되지 않은 잠정합의안에 ‘수신료 현실화’ 지지가 담겨 있다는 보도가 나오는데, 이것이 사실이라면 아쉬움이 남는다. 적지 않은 조합원들뿐 아니라 KBS본부 파업을 지지해 온 많은 사람들이 수신료 인상을 반대하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파업이 불법이라며 복귀하기 전에는 논의할 수 없다던 사측이 양보한 데에는 무엇보다 장기 파업에도 흔들리지 않았던 조합원들의 결속과 자신감이 중요했다.

사측은 4차에 걸쳐 복귀명령을 내리고 무노동무임금과 징계 위협을 했지만 파업 복귀자는 거의 없었다. 오히려 파업 이후 조합원이 꾸준히 늘어 1천 명을 돌파했다.

파업 내내 파업 대오의 사기가 매우 높았다. 한 노조 간부는 이번 파업이 “KBS 역사상 유례가 없을 정도로 높은 파업 참가율과 열기를 보이고 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조합원은 “KBS본부 조합원들 대부분은 파업 경험이 없다. 그럼에도 흔들림 없이 파업을 유지했던 이유는 정당성에 대한 확신이 강하고, 2년간 억눌려 온 분노가 그만큼 크기 때문이다” 하고 말했다.

시민들의 지지도 중요한 구실을 했다. KBS본부가 호소한 집회에 시민들 수백 명이 참가하고, 웹사이트에는 매일 수십 개의 응원 글들이 올라왔다.

반면 사측은 수신료 인상 논란과 블랙리스트 파동 등으로 사면초가에 빠져 있었다. 파업이 길어지면서 대체인력을 투입해 제작한 프로그램이 질 저하 등으로 논란에 휩싸이는 등 말썽도 끊이지 않았다.

게다가 사측에서 제기한 단협가처분 이의신청도 법원에서 기각됐다. KBS 새 노조의 실체를 인정하지 않고, 이번 파업을 불법이라고 말해 온 사측의 주장을 법원조차 부정한 것이다.

KBS본부의 파업은 이미 상당한 성과를 거뒀다. KBS본부는 이번 파업을 통해 새 노조의 실체를 인정받고 단협을 체결해 이후 활동의 발판을 만들고자 했는데, 지난 한 달여 파업투쟁으로 KBS본부가 김인규에 맞서 투쟁을 조직할 수 있다는 것을 훌륭히 입증했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늘고 있는 조합원들의 수가 이를 보여 준다.

반격

사측이 후퇴할 경우 이명박 정부의 방송 통제 정책에 파열구가 날 수 있다는 점 때문에 버텨 왔지만 조합원 수가 1천 명을 넘어서고 한 달간 파업을 해 온 새 노조를 사측이 현실적으로 인정하지 않을 수 없게 된 것이다.

이번 KBS 파업은 지방선거 이후 자신감을 서서히 회복하고 있는 노동자들이 투쟁을 조직해 반격에 나설 수 있다는 것을 보여 줬다.

특히 노동자들이 노조 인정과 단협 체결 요구와, 공정 방송이라는 정치적 요구를 연결시키는 것의 중요성을 보여 줬다.

KBS 노동자들의 투쟁은 이미 KBS 내 다른 노동자들의 투쟁을 고무하고 있다. 최근에는 KBS 수신료를 징수하는 언론노조 KBS자원관리지부 노동자들이 파업 찬반투표를 마치고 쟁의에 나설 것을 선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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