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쌍용차 노동자 생존을 위협하는 산업은행

쌍용자동차 대량해고 사태의 핵심은 상하이차의 기술유출 문제다. 정부는 이런 문제를 제기하는 노동자들의 절박한 요구를 철저히 외면했다.

상하이차의 기술유출이 공식화됐더라도 쌍용자동차의 대량 정리해고가 가능했을까? 결코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았을 것이다.

이것을 너무나 잘 알고 있는 검찰은 쌍용차 파업이 끝난 2009년 11월에서야 기술연구소 소장을 비롯해 7명을 기소했다. 정리해고의 법적 요건은 물론 경영 파탄에 대한 근본적 책임공방이 한창이던 파업 전에 검찰이 기소를 했더라면, 지금 감옥에 있을 사람은 한상균 전 쌍용차지부장 등 선량한 11명이 아니라 상하이차와 경영진 그리고 관료들일 것이다.

검찰 기소가 늦어도 한참 늦은 시기에 진행된 이유는 이 사건이 철저히 지배자들의 정치논리에 따른 것임을 보여 준다.

쌍용자동차가 상하이차로 매각될 당시 숱한 우려와 반대가 있었다. 그런데도 산업은행을 동원한 관료들의 묵인 하에 매각이 진행됐다.

매각 당시 산업은행은 상하이차와 특별재무약정을 맺었다. ‘대주주인 상하이차가 쌍용자동차 자산이나 핵심기술을 이전할 경우 국책은행인 산업은행의 허락을 받아야 한다’는 것이 그 핵심 내용이다.

그런데 산업은행은 2006년 7월 10일 쌍용자동차가 인수금융 성격의 신디게이트론을 조기상환(3년만기였는데 1년 반 만에 상환)하는 데 대출을 지원하면서 기존의 특별재무약정을 해제했다. 형식적이나마 기술유출 방지를 위한 제도적 안전장치를 산업은행이 풀어 버린 것이다. 이것은 도둑 지키라고 세워 둔 경비가 도둑질하는 놈 망을 본 격이다.

2006년 10월 산업은행 국정감사 당시 심상정 의원은 “왜 특약을 해제시켜 기술유출을 방치했느냐”고 산업은행 총재 김창록에게 질의했고, 김창록은 “결과적으로 특약은 해제되었지만 불법적인 기술유출이 발생한다면 대출금을 조기에 회수하는 대출약관을 적용하겠다”고 답변했다. 산은 총재의 답변이 지켜졌더라면 쌍용자동차는 지금같은 상황을 피할 수도 있었을 것이다.

산업은행은 2006년 7월 기술유출에 관한 언론보도가 줄을 잇는 상황에서도 상하이차에 어떤 제재도 하지 않았다. 산업은행은 인수금융의 특혜를 줬을 뿐만 아니라, 기술유출에도 혁혁한 공을 세운 것이다.

이 때문에 상하이차는 제 멋대로 기술을 빼가고 결국 먹튀의 본색을 드러낼 수 있었다.

8월 17일이면 쌍용자동차 매각을 위한 우선협상대상자가 드러난다. 노동자 생존과 쌍용자동차 정상화를 위한 매각이 아닌, 가진 놈들의 돈다발 챙기는 매각이란 것이 곳곳에서 드러나고 있다.

최근 쌍용자동차는 구 안성출고사무소를 1천40억 원에 매각했다. 매각대금 가운데 5백억 원을 산업은행이 꿀꺽했다. 국책은행으로서 책임은 뒷전인 채 장사에만 혈안인 산업은행이야말로 쌍용자동차 정상화와 노동자 생존을 위협하는 가장 큰 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