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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젊은이들을 학살자로 내몰지 말라

우리 젊은이들을 학살자로 내몰지 말라

김하영

부시 정부가 한국 정부에 사단 규모의 전투병 파병을 요청했다.

미국이 파병을 요청하며 예로 든 폴란드 사단은 약 1만여 명으로 구성돼 있다. 미군의 사단 규모는 1만 6천∼1만 8천 명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파병 요청 규모가 1만 5천 명 이상일 수도 있다.

노무현 정부는 지난 4월에 약 6백80명의 공병과 의무병을 파병하며 이것이 전투병 파병이 아님을 강조했다.

그러나 반전 운동 세력은 이미 당시에 의무병과 공병 파병이 언제든지 전투병 파병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경고한 바 있다.

지금 이라크는 혼란에 빠져 있고 점령에 반대하는 이라크인들의 저항이 분출하고 있다.

한국의 젊은이들이 이라크에 파병된다면, 그것이 설사 유엔 다국적군일지라도, 점령에 맞선 이라크인들의 정당한 저항을 분쇄하고 이라크인들을 학살하는 임무를 맡게 될 것이다.

미국은 석유와 패권을 위해 거짓에 바탕해 전쟁을 일으켰다. 전쟁의 명분이었던 대량살상무기는 아직까지도 발견되지 않았다. 전쟁 시작 45분 안에 사용될 것이라던 화학‍·‍생물학 무기도 발견되지 않았다. 부시는 후세인 정권과 알 카에다와의 연관도 아직 입증하지 못했다.

이런 불의한 전쟁을 위해 우리 젊은이들을 학살자로 만들어서는 안 된다.

베트남에 파병된 한국군은 무고한 양민을 학살한 경험이 있다. 베트남 문화통신부의 공식 집계만으로도 베트남 전쟁 당시 한국군에 의해 집단학살당한 베트남 양민의 수는 5천 명이 넘는다.

베트남에 파병된 청룡‍·‍백마‍·‍맹호 부대의 전술지침은 “깨끗이 죽이고, 깨끗이 불태우고, 깨끗이 파괴한다”, “물(인민)을 퍼내서 물고기(베트콩)를 잡는다” 등이었다.

한국군에 잡혀 총상을 입고 손가락과 발가락을 잃은 뒤 겨우 풀려난 응웬탄쭝 씨(54세)는 한국인들을 향해 이렇게 말한다. “제발 다시는 남의 나라 용병으로 가서 사람들을 죽이는 일을 하지 마세요.”

이라크에 파병된 한국군은 테러와 게릴라의 표적이 될 것이고 죽고 다치는 병사들이 나오게 될 것이다.

베트남 전쟁 당시에는 9년간 총 31만 2천8백53명이 파병됐고, 이 가운데 4천6백87명이 전사했다. 살아 돌아온 병사들도 대부분 부상, 고엽제, 그리고 학살의 기억으로 삶이 망가졌다.

국익

노무현은 지난 4월에 파병을 결정하면서 ‘국익’ 논리를 내세웠다. 미국을 도와줘야 북핵 ‘문제’도 평화적으로 해결할 수 있다는 것이었다.

하지만 반전 운동 세력이 당시부터 주장했듯이 사실은 정반대다.

부시는 애초에 이라크에서 신속한 승리를 거두고 다음 목표물로 재빨리 이동하고 싶었다. 그 대상에는 이란, 시리아, 베네수엘라 등과 함께 북한이 포함돼 있었다.

부시가 이렇게 하지 못하고 있는 것은 이라크에 발이 묶여 있기 때문이다.

미국은 6자회담을 앞뒤로 북한에 대해 상당히 누그러진 자세를 보이고 있다. 〈뉴욕 타임스〉는 지난 9월 5일치에서 부시가 단계적 대북 제재 완화에서 평화협정 체결까지 일련의 대북 지원 조치를 취할 용의가 있음을 밝혔다고 보도했다.

물론 미국은 “대량살상무기 확산방지를 위한” 해상 훈련 등으로 여전히 한반도 위기를 일으키고 있다. 하지만 미국이 이라크에 계속 발이 묶여 있거나 결국 패배를 맛본다면 한반도에서 전쟁을 일으키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

한국군이 이라크 점령군을 돕는다면 그것은 한반도가 될 수도 있는 전쟁의 다음 목표물로 향하는 길을 닦아 주는 셈이다.

미국은 파병 비용을 파병 당사국이 대도록 요구했다. 노무현 정부는 이라크 파병에 돈을 쏟아붓지 말고 복지 확대와 일자리 확대 등을 위해 써야 한다.

지금 한국 경제는 IMF 이후 최악의 상황에 있다. IMF 이후 처음으로 실질 국민소득이 마이너스를 기록했다.

우리 사회에는 보호받지 못하고 있는 가난한 아이들이 90만 명이 넘고, 식권 한 장으로 하루를 버티는 결식 아동이 19만 명이 넘는다. 그리고 가난과 빚 때문에 자살하는 사람이 하루 평균 2명이 넘는다.

노무현이 이런 상황을 외면하고 추가 파병을 한다면 그는 국내에서 국민들과의 전쟁에 직면할 것이다.

노무현의 인기는 바닥을 기고 있다. 그의 인기가 하강곡선을 그리기 시작하고, 지지자들이 우수수 떨어져 나가기 시작한 게 지난 4월 파병 때부터였음을 노무현은 똑똑히 기억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