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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보신당의 당 발전전략안:
진보신당의 모순을 보여주다

진보신당의 ‘선거평가 및 당 발전전략 수립을 위한 특별위원회’(당발특위)가 8월 5일 당 발전 전략(안)(이하 발전안)을 공개했다.

발전안은 진보신당이 창당 후 2년 동안 “당 정체성을 확보하는 데는 크게 미흡”했고, 특히 얼마 전 지방선거에서 “정치적 위상 제고”에 “실패했다”고 인정했다.

“자본주의의 한계와 폐해를 극복”하자면서 노동자 운동과 거리 두기를 하는 것은 모순이다.

이에 따라 “비정규노동·생태·여성의 가치 전면화”와 “청년 세대 전략”으로 당의 역량을 강화하고, “복지국가”와 “자본주의의 한계와 폐해를 극복할 비전”을 가진 “새로운 진보정당”으로 나아가야 한다고 밝혔다. 그리고 이를 위해 “반신자유주의 정치연합(가)” 건설을 제안했다.

진보신당은 이 발전안을 초안으로 해 전국 순회 토론을 벌인 뒤 이 내용들을 바탕으로 9월 5일 임시 당대회에서 당 발전 전략을 채택할 계획이다.

그러나 전반적으로 발전안은 당내 논쟁을 절충한 듯하다.

6·2 지방선거 후 진보신당 안에서는 정체성 확보 실패와 정치적 위상 제고 방안을 두고 논쟁이 벌어져 왔다. 지방선거에서 진보신당이 직면했던 모순과 난점, 실망스러운 선거 결과가 이런 논쟁을 촉발했다.

그런데 발전안은 논쟁의 쟁점을 구체적으로 파헤치기보다는 “창당정신 실현”이나 “진보정치 혁신” 같은 추상적 과제만을 반복하고 있다.

한석호, 장석준, 김정진 등 2년 전 선도탈당파들 일부가 만든 ‘창당정신을 실현하는 당원모임’(창당정신모임)은 “창당정신을 마음으로만 실험한 것”이 문제였다고 지적한다. 방향은 옳았으나 실천으로 구현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그러나 창당정신모임의 주장과 달리 민주노동당과 분리해서 창당할 때의 문제의식 자체에 모순과 난점이 있었다.

진보신당의 리더들은 민주노동당과 분당 직전에 노무현 정부의 배신에 실망해 떨어져 나온 사람들에게 다가가기 위해 민주노동당을 오른쪽으로 이동시키려 했다.

그것이 반대에 부딪히자 민주노동당을 ‘종북주의’, ’민주노총당’이라고 매도하며 분당을 감행했던 것이다. 국가 탄압에 투항하고 조직 노동자 운동과 거리 두기를 하려 한 것이다.

민주노총 지도자들의 투쟁 회피나 비정규직 연대 외면은 비판할 필요가 있지만 진보신당 리더들의 ‘민주노총당’ 비판은 이런 관점과는 달랐다.

정치와 경제의 분업, 곧 진보정당은 의회 정치를, 노동조합은 경제 투쟁을 담당하는 식의 분업을 더욱 강화하려는 발상이었지, 노동조합 지도자들의 협소한 부문주의나 투쟁회피주의를 비판하는 것이 아니었다.

선거공학

이런 시도는 촛불항쟁 때 진보신당이 성장하며 다소 성공하는 듯했지만, 그 운동이 가라앉고 이명박 정부가 반격에 나서는 상황이 되자 진보신당의 성장도 멈췄다.

이때는 대중의 자생적 분출보다는 잘 조직된 좌파가 국가 탄압에 맞서는 상황이 됐는데, 명망가 중심으로 “제도정치에 매몰되고 선거정치에만 온힘을 쏟[는 당](서영표 당발특위 위원)이 이 상황에 대처하기는 쉽지 않았던 것이다.

게다가 노무현 사망을 계기로 친노 세력이 부상하기 시작하자 진보신당의 어려움은 더 가중됐다.

민주노총 기반과 탄탄한 조직력도 없는 상태에서 “지역에 뿌리를 내리는 젊은 정당”이 되기는커녕 스타 정치인에 의존하는 한계도 드러났다.

6·2 지방선거에서 진보신당이 “정치적 위상 제고”에 실패한 배경은 여기에 있다.

이 상황에서 심상정 전 대표의 ‘유시민 지지 후 사퇴’가 나왔다. 심 전 대표는 더 우경화한 연합 노선으로 실패를 만회하려 한 것이다.

한편, 발전안은 “자본주의의 한계와 폐해를 극복하는 비전”을 말하지만, 동시에 ‘건강보험 하나로’ 운동처럼 노동자가 보험료 인상을 수용해 복지를 개선하자는 양보안을 “당을 상징할 만한 정책 브랜드”로 삼자고 한다.

결국 발전안에 새로운 게 있다면 ‘반신자유주의 정치연합’을 실현하자는 제안이라 할 수 있다.

노회찬 대표가 “민주당과는 함께할 수 없다”면서 민주노동당과 사회당 등 진보 단체·개인들을 포함한 진보대연합을 제안한 것은 지지할 만하다.

진보신당은 이제 더는 민주연합과 진보연합 사이에서 갈팡질팡하지 말고 진보진영의 단결이라는 방향을 분명히 해야 한다.

무엇보다, ‘조직 노동자와 거리 두기’와 양보가 아니라 조직 노동자들의 단결과 투쟁이 필요하다. 조직 노동계급의 집단 행동만이 자본주의 이윤 생산에 타격을 가하며 지배자들을 물러서게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진보신당이 강조하는 ‘비정규직·청년에게 다가가야 한다’는 과제가 이와 대립될 이유는 없다.

조직 노동자들과 비정규직·청년들의 연대와 투쟁만이 이들의 고달픈 현실을 해결할 수 있고, 그런 투쟁이 낳는 사회 변화는 더 많은 비정규직·청년들을 더 급진적 대안으로 끌어당길 기회를 제공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