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전북교육청이 익산 남성고와 군산 중앙고의 자율형사립고(자사고) 지정을 취소했다. 교육과학기술부(교과부)와 보수 언론들의 온갖 비난과 협박 속에서도 ‘특권교육 폐지’ 소신을 지킨 이번 결정에 많은 사람들이 박수를 보내고 있다.

진보교육감 취임 한 달을 맞은 7월 30일, 이번 결정의 주역인 김승환 전북교육감을 만났다. 김 교육감은 7월 1일 취임하자마자 교원평가제 폐지안을 입법예고하고 9월 일제고사를 전면 거부하겠다고 밝히는 등 진보적인 행보를 하고 있다.

피말리는 시험과 경쟁에 진저리치는 학생들 진보교육감은 경쟁교육에 맞선 운동의 스피커가 돼야 한다.

마침 전북교육청은 인터뷰 바로 전날 자사고 지정 취소 입장을 발표했다. 뜨거운 감자로 떠오른 자사고 문제에 대해 먼저 얘기를 꺼냈다.

“새로울 것은 없죠. 후보 시절 공약이었으니까요.” 김 교육감은 이렇게 말문을 열었다.

“자사고의 문제가 어디에 도사리고 있냐면, 등록금이 3백만 원까지 갈 수 있다는 겁니다. 부모의 경제력이 약한 학생들에게는 말 그대로 그림의 떡이라는 거죠. 이것은 고교평준화를 깨는 거예요. 자사고의 본질은 특권교육입니다.”

그는 ‘귀족학교’ 비판을 무마하려고 교과부가 제도화한 ‘사회적 배려대상자 전형’에 대해서도 비판했다.

“저들이 뭐라고 항변합니까? 사회적 배려 대상자에게 정원의 20퍼센트를 배정하겠다는 겁니다. 그런데 이것으로는 문제를 해결할 수 없습니다. 부모의 경제력에 관계없이 누구나 1백 퍼센트 접근할 수 있어야죠.”

실제로 수백여 명의 미달사태가 발생할 정도로 이 전형은 ‘있으나 마나’ 한 제도가 되고 있다. 이런 상황을 비집고 입학비리도 끊이지 않고 있다.

변화 열망

얘기는 자연스럽게 일제고사로 이어졌다.

진보적인 행보를 하고 있는 김승환 교육감

“우리 학생들이 저에게 하소연을 합니다. 시험이 너무 많아서 힘들다고. 초등학생들도 그런 얘기를 합니다. 지금 교실에선 나 외에는 다 적이죠. 함께 어깨 걸고 가야 할 벗들이 싸워 이겨야 할 라이벌로 변해 버렸으니. 

“이런 고통의 사슬을 끊어 내고 싶습니다. 가능한 한에서 아이들을 지키고 싶습니다.”

그래서 그는 7월에 교과부가 실시한 일제고사에 대체학습을 도입했고, 9월 도교육청 주관 일제고사도 취소한다고 선언했다. 이것도 “후보 시절의 약속을 지키는 것”이라고 말했다.

김 교육감은 교원평가제 문제에서도 ‘획일화된 경쟁’이 아니라 ‘자율성’을 강조했다.

“평가 중에서 가장 무서운 것은 자기 평가라고 생각해요. 교과부는 단 하나의 모델을 정답처럼 제시하고 그것을 기준으로 평가하려고 하는데, 이것은 다양성의 바다로 항해하고 있는 시대와 엇박자죠. 여기서 바로 불행의 씨가 자라나고 있습니다.

“이런 현실에서 교육에 대한 한이 커졌습니다. 도대체 교육 현실이 왜 이런가? 아이들도, 교사들도 왜 이렇게 표정이 어두운 것인가?

“더는 안 된다는 생각이 많았죠. 그래서 [많은 사람들이] 변화가 필요하다고 느낀 것 같습니다.”

그는 이런 변화 열망이 진보 교육감 당선으로 이어졌다고 설명했다. 

“학교에서 아이들을 너무 오래 잡아 두고 있습니다. 자유롭게 자기를 표현하는 것도 막고 있죠. 인권이 강하게 살아 숨 쉬는 공동체를 만들어야 해요.

“아이들이 개정교육과정을 MB교육과정이라고 부른답니다. 교과과정 편성에 자율권을 주고, 학생들의 수업 부담을 경감시켜야 해요. 국·영·수에만 몰입할 게 아니라, 음·미·체를 제자리에 갖다 놔야죠.”

김 교육감이 이런 교육개혁을 위해 정부의 교육정책에 맞서면서 보수 언론들이 그를 물어뜯기 시작했다. “언론의 지나친 관심이 가장 어렵다”는 곽노현 서울시교육감의 말처럼, 보수 언론들의 비난은 진보 교육감들에게 압력이 되고 있다.

더구나 최근 교육과학기술부의 새 장관으로 지명된 차관 출신 이주호가 자사고 지정 취소 등에 정면 대응하겠다며 김승환 교육감을 압박하고 있고, 민주당 의원들이 대다수인 전북도의회와 일부 교장들도 비난에 가세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도 김 교육감은 흔들리지 않고 제 길을 가겠다고 말했다.

“노무현 학습 효과, 이것을 항상 연상합니다. 그가 좌측 깜빡이를 켜고 우측으로 간 것을 떠올립니다. 언론에 휘둘리지 않겠다고 생각합니다.

“사실 이미 선거에 뛰어들면서 [정부와 보수 진영의 공격을] 예상했습니다. 내가 겪을 일이 결코 평탄하지 않을 것이라고. 내가 교육감이 되면 비단길이 아니라 가시밭길이 펼쳐질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러나 나는 그 길을 갈 것이라고 다짐했죠.

“[전교조와는] 협력과 견제의 관계여야 합니다. 진보교육감도 때로는 엉뚱한 타협을 시도할 수 있잖아요. 그럴 때 전교조가 견제해 줘야 합니다. 진보교육감의 색깔이 바래지 않도록.”

실제로 김 교육감 당선의 일등공신인 80여 개 시민·사회 단체들은 진보교육감 지지에 그치지 않고 정책 제안과 견제·비판 구실을 수행하려고 다시 모임을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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