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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년 인도 뭄바이 제4차 세계사회포럼

2004년 인도 뭄바이 제4차 세계사회포럼

반자본주의 운동의 물결이 아시아를 향하고 있다

“하나의 패러다임이 정말로 위기에 처하는 것은 그 가장 뛰어난 수행자들이 그 패러다임을 버리고 떠날 때이다.” ‘남반구의 초점’의 월든 벨로가 물리학에서의 코페르니쿠스적 패러다임의 위기를 두고 토머스 쿤이 《과학혁명의 구조》라는 책에서 한 이 말을 인용했다. 신자유주의적 자본주의에 심각한 차질이 빚어지지 않고서야 이런 일이 있을 수 없다면서 말이다.

이런 위기는 자본주의 세계화의 핵심 지식인들한테 딱 들어맞는다. IMF의 인디아나 존스라 불리며 동유럽의 시장주의 충격 요법을 부르짖은 제프리 삭스, 세계은행 부총재 조지프 스티글리츠 같은 이들이 이제는 신자유주의에 대한 비판에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1999년 유엔의 ‘인간개발보고서’에 의하면, 80개 이상 나라의 1인당 소득이 10년 전 또는 그 이전보다 더 낮아졌다. 1960년대부터 1980년대 사이와, 1980년대부터 2000년대까지의 각종 경제 지표를 보면, 최근 20년 동안의 상황이 더 악화돼 왔다.

유아사망률을 빼면 각종 빈곤 지표들은 더 악화됐다. 자본주의 세계화 정책을 밀어 붙였던 OECD 국가들에서 이런 현상이 더 두드러진다.

평범한 사람들은 이런 불평등을 그냥 두고만 보고 있지 않다. 1999년 시애틀은 신호탄이었다.

그러나 또 다른 저항의 상징이 있다. 1천여 개 다국적 기업의 후원을 받는 세계경제포럼에 저항하기 위해 만들어진 세계사회포럼은 해마다 열려 내년에는 벌써 네번째를 맞는다.

실제로 세계사회포럼은 이제 단순한 일회적 대회를 넘어섰다. 자본주의 세계화에 저항하는 전지구적 운동의 광장이 됐다.

등록한 인원만 해도 3회는 1회 때에 비해 다섯 배, 2회에 비해 두 배 성장했다. 2년 만에 약 10만 명 이상이 참가하는 거대한 운동으로 성장했다.

3차 세계사회포럼이 열렸던 포르투 알레그레의 가톨릭 대학은 커다란 만원 버스나 다름없을 정도로 발디딜 틈이 없었다.

한 조사에 따르면 시민 2명 가운데 1명, 조사된 25개국 가운데 절반쯤의 나라에서 대다수 국민이 “[이 운동을] 지지하는데 그 이유는 그들이 나의 이익을 지지하기 때문”이라고 답했다. 그런데 이 조사는 세계경제포럼이 한 것이다.

세계사회포럼에 대한 대중적 지지는 “다른 세계는 가능하다”라는 표어가 이제는 아주 친숙해져 있는 데서도 실감할 수 있다. 뉴욕의 대학생들은 3차 세계사회포럼 기간에 이 대회를 지지하는 문화제와 집회를 열기도 했다.

규모가 늘었다는 것만이 중요한 것은 아니다. 세계사회포럼은 다양한 지구인들의 운동이 하나의 표적을 향해 힘을 모으고 대안을 논의하는 장으로 성장하고 있다.

지난 2월 15일 부시의 전쟁에 반대하는 대규모 반전 시위가 그토록 많은 도시에서 열릴 수 있게 된 계기가 바로 3차 세계사회포럼이었다. 유럽사회포럼 때 처음 제안됐던 2·15 국제 반전 행동은 세계사회포럼을 통해 범세계적 운동이 됐다.

다양한 운동이 하나의 표적을 향해

이런 점에서 4차 세계사회포럼이 열리는 시기는 의미심장하다. 세계 곳곳에서 ‘테러와의 전쟁’에 반대하는 저항을 조직하는 단체와 개인들은 이라크 전쟁 발발 1주년에 맞춰 다시 한 번 거대한 반전 행동을 계획하고 있다. 4차 세계사회포럼에는 여러 주제들이 잡혀 있는데 그 중 첫번째가 바로 “영구적인 전쟁에 대한 저항”이다.

매일 대규모 컨퍼런스와 큰 규모의 워크숍과 세미나 들이 열릴 것이다. 다양한 논쟁점이 있을 것이다. 다른 세계는 어떻게 가능한가, 다른 세계는 과연 어떤 세계인가, 자본주의적 세계화의 대안은 지역화인가, 반전 운동이 승리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가?

세계사회포럼에는 청년 캠프도 열린다. 청년 캠프는 아주 흥미로운 행사이다. 청년 캠프에서는 다양한 주제의 포럼과 집회, 음악회, 댄스 축제 같은 프로그램이 진행된다. 이 캠프는 급진화된 청년들의 정치와 문화를 마음껏 느낄 수 있는 장이다.

또한, 10만 명 이상이 참가하는 개막 행진과 폐막 행진은 지구적 저항과 국제 연대가 무엇인지를 피부로 느낄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이다.

4차 세계사회포럼은 내년 1월 16일부터 21일까지 인도 뭄바이에서 열린다. 뭄바이는 인도의 금융 중심지이자 사회기반시설이 가장 발달한 도시이다. 그러나 거대한 빈민가가 동시에 존재한다. 신자유주의적 자본주의의 모순이 집약된 곳에서 지구적 저항이 펼쳐지는 셈이다.

인도 뭄바이에서 세계사회포럼이 열린다는 것은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반전 운동과 반자본주의 운동이 유럽과 미주 대륙에서만이 아니라 이제 아시아에서도 본격적으로 돛을 올린다는 징표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