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월 말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연준) 의장 벤 버냉키는 “미국 경제가 비정상적인 불확실성에 직면해 있다”고 말했다. 그 직전까지 버락 오바마는 경기부양책의 효과와 자동차 산업의 회복을 강조하고 있었다. 

2008년 말과 2009년 초 나락에 떨어졌던 상황에 견주면 미국 경제는 실제로 회복했다. 

미국 기존 주택판매 추이(단위: 만채, 연율기준)

미국 정부는 1930년대식 대공황을 피하려고 경제에 수조 달러를 퍼부었다. 연준도 부실자산구제계획 등을 통해 막대한 돈을 체제에 쏟아부었다.

은행들은 연준한테서 거의 제로 금리 수준으로 돈을 빌려 미국 재무부 증권을 4퍼센트 이자를 받고 사들였다. 쉽게 말해 은행들은 정부한테서 공짜로 돈을 빌려 그 돈을 다른 정부 기구들에 빌려 주고 이자를 받은 것이다.

〈블룸버그〉는 미국 정부 기구들이 2008년 경제 위기 이후 미국 경제에 대출·투자·보증한 돈이 13조 달러라고 지적했다. 

미국 정부가 경제에 수조 달러를 퍼부었지만, 경제 성장은 정체 상태다. 미국 경제는 제로 금리로도 경제를 살리지 못했던 1990년대 일본 경제와 비슷한 ‘유동성 함정’에 빠져 있다.

무엇보다, 미 연준과 다른 나라 중앙은행들의 자금 투입은 세계적 규모의 과잉생산 위기라는 세계경제의 근본 문제들을 극복하지 못하고 있다. 2008년 신용 붕괴로 인한 소비 수요 급감은 이 문제를 더욱 격렬하게 만들고 있다.

그래서 미국 기업들은 일자리 창출에 필요한 신규 투자는 고사하고 현재 생산 능력을 최대한 사용해야 하는 처지다.

오바마는 미국 경제가 성장하는 길이 수출에 있다고 본다. 실제 중국과 다른 신흥공업국들의 급성장이 세계경제 회복의 견인차였다.

경기부양책에 힘입어 중국은 10퍼센트 넘는 성장률을 기록했다. 그 덕분에 중국 경제는 독일과 일본의 기계류에서 라틴아메리카, 아프리카, 아시아 나라들의 원자재에 이르기까지 급속하게 수입을 늘렸다. 

중국과 세계경제의 문제점은 재정 지출이 철강·알루미늄을 포함해 산업의 과잉생산 문제를 악화시킨다는 것이다. 그래서 최근 중국은 인플레이션과 자산 거품을 억제하려고 경제에 제동을 걸기 시작했다. 그 결과 중국의 수요가 급감하기 시작했다. 오바마의 수출 강화 계획 추진에도 지난 6월 미국의 무역적자는 19퍼센트 증가했다.

부진한

지금 미국의 경제 성장은 제2차세계대전 이후 가장 저조하다. 2010년 2분기 미국의 경제 성장률은 2.4퍼센트다. 1분기의 3.7퍼센트보다 하락했다. 

부진한 성장 때문에 침체 동안에 사라진 일자리 8백만 개를 복구하는 데 착수조차 못 했다. 제조업 일자리는 2009년 12월 이후 1.6퍼센트 늘었지만, 경기 침체 첫 2년 동안 제조공장 고용이 16퍼센트 감소한 것을 만회하지는 못 했다.

또, 장기 실업이 이례적으로 늘어 6개월 넘게 일자리를 구하지 못한 사람이 실업자의 45퍼센트를 차지한다. 장기 실업자 수치가 가장 높았던 1983년에도 이 비중은 26퍼센트였다.

공식 실업률 9.5퍼센트는 이런 문제점을 감춘다. 〈뉴욕 타임스〉의 밥 허버트는 “일자리를 원하지만 일자리를 구할 수 없는 미국인이 거의 3천만 명”이라고 말했다.

‘더블딥’ 침체가 발생할 경우 그림은 더 나빠질 수 있다. ‘더블딥’은 회복을 통해 대규모 일자리를 창출하기 전에 경제가 수축하는 것이다.

그러나 설령 회복이 지속되고 실제로 그 속도가 다소 빨라지더라도 높은 실업률은 여러 해 동안 지속될 것 같다. 이것은 재앙적인 사회적 결과를 낳을 것이다. 

반면, 고용주들은 노동자들을 쥐어짜 수익성을 부분적으로 회복했다. 미국 노동통계국 조사를 보면, “2009년 1분기에서 2010년 1분기까지 생산량은 3.0퍼센트 증가한 반면, 노동시간은 3.0퍼센트 줄었다. 그 결과 생산성이 6.1퍼센트 증가했다.”

이 기간의 생산성 증대는 전후 호황이 한창이던 1962년 이래 가장 높은 수준 중 하나다. 1962년에는 기술 혁신에 대거 투자한 덕분에 생산성이 7퍼센트까지 급증했다. 그러나 최근 생산성 증대는 경기 침체기에 투자 없이 이뤄진 것이다.

쉽게 말해, 노동자들이 더 적게 받고 더 열심히 일했다는 것이다. 2009년 1분기에서 2010년 1분 사이에 임금 상승률은 0.4퍼센트였다. 이익이 사장들의 호주머니로 들어갔다는 얘기다.

심각한 실업 문제를 해결하려면 의회가 2009년 초 승인한 7천8백70억 달러보다 많은 추가 경기부양 자금이 필요하다.

의회 내 공화당은 물론 대자본의 대변자다. 그러나 오바마 자신이 재량적 정부 지출의 동결을 발표했다. 장기적으로 사회보장 지출을 축소하겠다고도 했다.

현재 미국의 긴축 전환은 유럽보다 완만하다. 그러나 케인스주의 경제학자 폴 크루그먼은 경제에 대규모 자금을 투입해야 할 상황에서 워싱턴이 재정적 보수주의와 긴축 이데올로기에 집착하고 있다고 옳게 비판한다.

그러나 세계 은행가들 사이에서 정부에 빌려 준 돈을 돌려받지 못할 것이라는 회의론이 커지고 있다. 그리스·스페인과 소규모 유럽 경제들의 경우에 이 점은 매우 분명하다.

경제 규모가 거대하긴 하지만 미국도 이 압력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미국은 적자 재정을 차환하기 위해 중국 중앙은행을 포함해 은행들에 계속 손을 벌려야 한다. 그래서 금리를 조금만 인상해도 미국 정부가 상환해야 할 이자가 급증할 수 있다. 은행들이 워싱턴에 긴축 조처를 실시하라고 그토록 압박하는 까닭이다.

그러나 경기를 부양하고 재정 적자를 완화할 방법들이 있다. 아프가니스탄·이라크 전쟁을 끝내고 매년 8천억 달러에 이르는 국방 예산을 대폭 감축하기, 부자들의 세율을 1950년대 수준으로 되돌리기, 은행들을 국유화해 일자리 창출 수단으로 사용하기 등. 오바마의 계획은 이런 급진적 해결책과는 동떨어져 있다. 

더블딥 침체 발생 여부를 떠나 미국과 세계경제의 경기부양책은 한계에 봉착했다. 세계경제의 붕괴를 막으려는 노력은 계속되지만, 그것은 과잉생산 문제를 악화시켰다.

다른 한편, 정부가 살려 준 바로 그 은행들이 지금 대자본의 집행자 노릇을 하고 있다. 이들은 수십 년에 걸쳐 이룬 사회보장 프로그램을 후퇴시키라고 정부에 요구한다.

또 다른 침체나 저성장 둘 다 일자리를 창출하기에는 역부족이다. 자본은 임금 인하나 사회보장 지출 삭감처럼 점점 더 노동자들의 양보를 요구할 것이다. 이를 둘러싼 계급투쟁이 한 세대의 미국 정치를 재구성하게 될 듯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