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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시의 세계 제패 전략이 이라크에서 파탄나고 있다

부시의 세계 제패 전략이 이라크에서 파탄나고 있다

지난 5월 1일 조지 W 부시는 군복을 차려입고 항공모함 에이브러험 링컨 호 위에서 폼을 잡으며 이라크에서 “작전이 완료”됐다고 선언했다.

부시는 신속한 군사적 승리를 자랑했다. 미국은 마치 누구도 막을 수 없는 절대 권력처럼 보였다. 럼스펠드의 군사전략은 적은 인원의 군대로 세계를 제패할 수 있는 보증서처럼 여겨졌다.

〈조선일보〉뿐 아니라 다른 신문들도 미국이 역사상 유례 없는 강대국이 됐다고 말했다. 이라크 전쟁을 지지하고 특히 노무현 정부처럼 파병한 국가들이 줄을 잘 선 것으로 여겨졌다.

심지어 좌파 가운데도 미국의 위상이 “독보적”이라는 주장에 동조하는 사람들이 있었다. 비록 씁쓸한 심정에서였겠지만.

이 환상은 넉달 만에 산산조각났다.

지난 9월 7일 부시는 전쟁 비용 8백70억 달러를 의회에 추가 요청했다. 그는 “평화는 더욱 많은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시인했다.

작전 완료를 선언하던 때의 의기양양함은 온데간데없었다. 심지어 부시는 미국 주도 전쟁에 반대하는 국가들에조차 “파병과 복구 자금을 요청”하는 수모를 감내해야 했다.

고개 숙인 부시

부시의 구상은 이라크에서 심각하게 뒤틀리고 있다.

전쟁 전에 부시는 후세인 통치에 신음하던 이라크인들이 미군의 점령을 환영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실제로 그렇게 믿었다. 그러나 이런 일은 벌어지지 않았다.

미국은 한때 선진국 수준이었던 공공시설들을 죄다 폭격해 파괴해 놓고 복구에는 신경을 쓰지 않고 있다. 미국 점령 당국은 석유 관련 시설 보호에는 관심을 쏟지만, 전기·수도·의약품 공급과 치안은 내동댕이치고 있다.

이런 사정 때문에 점령에 대한 이라크인들의 분노와 저항은 날마다 커지고 있다.

점령군은 매일 공격당하고 있다. 미영군 사망자 수는 점령 이후에 오히려 더 늘었다. 최근엔 하루에 평균 10명꼴로 작전중 부상자가 발생하고 있다.

적은 인원으로 점령을 유지해야 하는 점령군은 겁에 질려 있고 그럴수록 더 난폭해지고 있다.

몇 주 전 미군들이 열여덟 살짜리 소녀를 죽였다. 미군들이 그 소녀의 집 창문으로 수류탄은 던졌고, 소녀의 사지가 갈기갈기 찢겨져 나갔다. 그 소녀는 자기 집에 총질을 하지 말라고 미군 병사들에게 간청하러 창가로 가던 중이었다.

같은 습격으로 핫산이라는 남자도 죽었는데 그는 동생을 찾아다니는 중이었다.

이라크 점령은 이라크인들에게뿐 아니라 부시 자신에게도 점점 재앙이 되고 있다.

이라크에서 수렁에 빠질수록 부시는 더 많은 군대와 더 많은 돈을 이라크에 쏟아부으려 한다.

부시는 8백70억 달러를 추가로 요청했는데, 지금까지 이미 7백90억 달러를 썼다. 추가 비용이 승인된다면 1년 반 동안 1천6백억 달러가 들어가는 셈이다.

악몽

1991년 걸프 전쟁 때는 총 7백억 달러가 들었는데 이 가운데 4분의 3은 일본, 독일, 사우디 아라비아, 그리고 쿠웨이트가 지불했다.

어마어마한 전쟁 비용은 그렇지 않아도 휘청거리고 있는 미국 경제에 큰 부담을 주고 있다. 최근에 미국국립과학예술원은 앞으로 10년 동안 이라크 전쟁에 최고 6천1백50억 달러가 들 것이라는 끔찍한 추산을 제시했다.

부시의 핵심 딜레마는 이라크를 통제하고 저항을 분쇄할 충분한 지상군이 없다는 점이다.

이라크의 “재건”은 요원한 일이 되고 있다. 미국 다국적 기업들은 하루에 3백만 배럴의 석유를 기대했지만 지금은 찔끔찔끔 나오는 수준이다.

애초에 미국은 올해 6월이면 석유 생산이 전쟁 이전 수준으로 회복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최근에 이 예상 시점은 내년 10월로 미뤄졌다.

현재 이라크 주둔 미군은 14만 명이다.

미국 의회예산국은 세계 다른 곳의 군사 작전을 원활하게 하려면 내년 봄 이전에 이라크에서 주둔 병력의 절반을 빼내야 한다고 지적한다.

하지만 이라크 사정을 놓고 보면 도리어 병력이 몇 배는 증강돼야 한다. 미 국방부와 관계 깊은 랜드연구소는 코소보 전쟁, 보스니아 내전, 영국의 북 아일랜드 점령 등의 사례를 근거로 이라크 점령에 50만 명이 필요하다는 분석을 내놨다.

로테이션을 감안하면 1백만 명이 필요하다는 주장도 있는데 이것은 미군 전체 수와 맞먹는 규모다.

하지만 미국 지배계급의 일부는 이라크에 더 많은 군대와 더 많은 돈을 쏟아붓기를 두려워하고 있다. 베트남의 악몽을 떠올리기 때문이다.

1960년대 중반에 미국은 베트남에서 어려움에 처할 때마다 더 많은 군대와 돈을 투입했다. 1960년에 1천5백 명이던 미군은 1963년에 1만 5천 명으로, 1965년에 18만 명으로, 1968년 구정(Tet) 공격 뒤에는 58만 명에 이르렀다.

하지만 아무리 많은 군대와 돈을 베트남에 쏟아부어도 승리는 점점 멀어졌다. 당시에 미국 지배계급의 핵심 부분이 이 점을 이해하는 데는 5년 이상이 걸렸다.

하지만 이번에는 불과 4개월 만에 이 전쟁의 문제가 명백히 드러나고 있다.

이에 따라 미국 지배자들 내에서, 심지어 신보수주의자들 내에서조차 분열이 심각해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