볼리비아 대통령 에보 모랄레스가 8월 25일부터 2박3일 일정으로 방한한다. 이명박 정부와 리튬 개발과 기술 협력을 위한 기본합의서에 서명할 예정이다. 볼리비아에서 천연자원 개발은 원주민들의 이해와 민감하게 충돌하는 쟁점 가운데 하나여서 한국 운동은 이 합의서를 지지해서는 안 된다. 〈레프트21〉은 모랄레스의 방한을 계기로 라틴아메리카의 좌파 정부와 대중운동의 상태를 분석하는 마이크 곤살레스의 글을 옮겨 싣는다.

곤살레스는 영국 글래스고대학교 스페인어문학 부교수이자 영국 사회주의노동자당 당원이다.


올리버 스톤 감독의 최신 다큐멘터리 영화 〈국경의 남쪽〉은 지난 10년간 라틴아메리카에서 일어난 혁명들에 대한 거짓말과 신화들을 반박하고 있다.

타리크 알리가 공동으로 시나리오를 쓴 이 영화는 많은 언론 매체들로부터 “치우쳤다.”는 비난을 받았다. 틀린 말은 아니다. 실제로 올리버 스톤은 라틴아메리카의 여러 좌파 정권들을 방어하면서 미 제국주의가 이 지역에서 저지른 끔찍한 만행들을거침없이 폭로한다.

영화의 중심에는 베네수엘라 대통령 우고 차베스가 있다. 끊임없이 미국과 대립각을 세우면서 자본주의가 아닌 대안을 옹호하는 차베스는 라틴아메리카 대륙에서 신자유주의에 맞선 저항을 상징하는 인물이다.

베네수엘라가 “21세기 사회주의”로 나아가고 있다는 차베스의 선언(2005년 세계사회포럼에서 한)은 청중의 열광적인 박수갈채를 받았다.

그러나 베네수엘라의 상황, 그리고 베네수엘라와 비슷한 혁명들을 겪은 나라들의 상황은 모순적이다. 운동을 일으킨 민중의 열망과 지도자들의 행보가 갈수록 서로 충돌하고 있고, 그래서 이제 이 혁명들은 갈림길에 서 있다.

차베스는 1998년에 베네수엘라 대통령으로 당선했다. 그를 중심으로 건설된 대중 운동은 신자유주의·자본주의에 반대하는 모든 이들의 상상력을 사로잡았다.

그 후 10년 동안 여러 나라에서 좌파가 집권했고 2005년에 이르러 신자유주의의 독주 시대는 막을 내렸다. 라틴아메리카와 중동에서는 제국주의와 세계화에 맞선 저항이 성장했고 전 세계에서 반전 운동이 일어났다.

라틴아메리카의 대중 운동들은 1990년대에 강요된 신자유주의가 대중의 삶을 파탄내면서부터 형성되기 시작했다.

라틴아메리카 민중의 분노가 폭발한 것은 2000~2005년 사이였다. 이 기간 중 열 개 이상의 부패한 정권들이 타도됐다.

에콰도르에서는 대중 반란이 대통령 둘을 갈아치웠다. 아르헨티나에서는 대통령 세 명이 쫓겨났다.

볼리비아 민중은 대통령 둘을 갈아치웠고(원래는 네 명을 갈아치우려 했지만) 2005년에 코카 재배농이자 원주민 지도자인 에보 모랄레스를 대통령에 당선시켰다.

볼리비아의 운동은 정부가 악명 높은 벡텔 사에 물을 팔아넘기려는 데 맞서 2000년에 코차밤바 시의 빈민들이 들고 일어나면서부터 시작됐다.

3주간의 투쟁 끝에 정부가 물을 민영화하기로 한 결정을 번복했다. 이런 투쟁과 승리가 2년 뒤 엘 알토 시에서도 되풀이됐다. “카빌도스 아비에르토스”(열린 마을 회의)라는 새로운 형태의 민주적 자치 기관들이 전국에 걸쳐 등장하기 시작했다.

상파울루 외곽의 빈민가 판자촌

운동들

그러나 라틴아메리카의 신생 운동들을 대변하게 된 나라는 베네수엘라였다.

베네수엘라의 볼리바르식 혁명은 빈민 대중이 역사의 핵심 주체로 떠올랐음을 알리는 사건이었다.

베네수엘라 빈민들이 세계 무대의 전면에 등장한 것은 2002년 4월 11일, 베네수엘라 경제 단체들과 군부와 교회가 차베스에 맞선 쿠데타를 감행했을 때다.

쿠데타 발생 48시간 만에 비탈진 언덕에 있는 판자촌 곳곳에서 내려온 수많은 빈민들이 수도 카라카스의 중심부를 점거했다. 그들은 차베스가 돌아올 때까지 한 발짝도 움직이지 않겠다며 버텼고 결국 승리했다.

그러나 우파들의 공격은 계속됐다. 2002~2003년에 그들은 ‘사장들의 파업’으로 석유 산업을 마비시키려 했다. 노동자들과 지역 주민들의 대중 운동이 이 시도를 좌절시켰다.

이런 대중적 저항의 과정에서 새롭고 창의적인 조직 방식들이 나타나기도 했다.

라틴아메리카의 신생 좌파 정권들이 이룬 성과는 대단했다.

2003년에 차베스는 보건, 교육, 주거와 원주민 권익 방어를 위한 전국적 프로그램인 “미션”들을 발족시켰다.

미션은 여전히 구 정권 인사들이 다수 포진해 있고 변화를 거부하는 국가 관료제를 우회하기 위한 수단이었다.

[차베스 등이] 희망한 것은 미션 운동의 기층에서 새로운 유형의 권력이 등장해 혁명을 전진시키리라는 것이었다.

볼리비아에서는 석유와 가스가 국유화됐고 외국 기업들에게 세금이 부과됐다. 국가가 미사용 토지를 몰수해 지역 사회에 환원했다. 에콰도르에서도 급진적인 헌법이 채택됐다.

이 모든 사건은 제국주의와 세계 시장에 대한 중대한 도전이었으며, 신생 정권들을 탄생시킨 운동들의 요구를 반영했다.

그러나 이제는 민중 권력에 관한 온갖 수사들이 밑바닥의 현실을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

볼리비아에서는 동부의 부유하고 주로 백인들이 사는 주들이 벌이고 있는 인종차별적 공격이 확실히 볼리비아 사회의 진보를 위협하고 있다.

그러나, 그와 동시에, 이른바 “볼리바르 국가”들은 중국, 이란, 러시아와 거래 관계를 트고 있는데, 이는 사회주의를 전진시키는 것과는 전혀 무관한 행보다.

비록 라틴아메리카 좌파 정부들이 말로는 여전히 2000년대 초의 저항 운동들을 대변한다고 하지만 이들의 실천은 매우 다른 방향으로 가고 있는 듯하다.

라틴아메리카의 좌파 정부와

대중 운동에 대해 더 알고 싶은 독자들에게

다음 책들을 권합니다.

《차베스와 베네수엘라, 그리고 21세기 혁명》

조지프 추나라, 다함께

2천 원. 60쪽

 

《민중의 호민관 차베스》

리처드 고트, 당대

1만 4천 원. 4백35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