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언론의 국제면 최대 쟁점 중 하나는 미국의 강도 높은 이란 제재다. 주류 언론이 이란 문제를 다루는 방식은 철저히 친서방적이다. 이란이 ‘국제사회’의 권고를 어기고 핵무기 개발로 연결될 수 있는 핵발전소 건설과 우라늄 농축을 지속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란은 아직 핵무기를 개발하지 않았고 우라늄 농축은 서방이 협상에 관심을 보일 때마다 중단해 왔다. 게다가, 과거 이스라엘의 핵무기 개발을 묵인하고 최근 인도의 우라늄 농축을 돕고 베트남과 핵개발 협정을 준비하고 있는 등 정작 핵 확산에 열심인 것은 미국이다.

2009년 이란 대통령 아마디네자드와 이라크 대통령 탈라바니 정상회담 미국의 이라크 점령 실패로 이란의 이라크 내 영향력이 커졌다.

이런 이중잣대는 최근에 절정에 달했다. 지난 며칠 동안 신문 국제면의 작은 기사들까지 찬찬히 챙겨 본 독자들은 “이란, 무인 정찰기 개발”, “이란 신형 지대공 미사일 시험 발사” 등의 제목들을 봤을 것이다.

그러나 중동 군비 경쟁을 부채질하는 당사자는 미국과 그 동맹들이다. 며칠 전 〈파이낸셜 타임스〉 보도를 보면, 미국은 “미국 역사상 최대 규모의 무기 수출로 사우디아라비아에 물경 6백억 달러어치의 무기를 판매할 예정”이다. “이번 무기 거래에는 F-15 전투기 84대뿐 아니라 블랙호크와 아파치 헬리콥터도 포함된다. 이 거래를 잘 아는 이들은 거래가 성사될 수 있었던 중요한 요인으로 이스라엘의 관용을 꼽는다. 이스라엘은 지금 사우디아라비아와 함께 이란 위협에 대처하는 데 집중하고 있다.”

해묵은

반대로, 이란의 군사력은 미국과 이스라엘과는 비교 불허다. 그럼 왜 세계 초강대국은 이란을 잡아먹지 못해 난리인가?

먼저, 미국에게는 해묵은 원한이 있다. 1979년 이란 혁명은 당시 중동에서 미국의 최고 동맹이던 팔레비 왕조를 몰아냈다. 이것은 미국에게 베트남전 패배 이후 최대의 위신 손상이었다. 설상가상으로 이란 주재 미국 대사관의 인질을 구출하려는 미군 특공대 작전은 특공대를 실은 헬리콥터가 사막에서 고장으로 추락하면서 대재앙으로 끝났고 미국 정부는 새 이란 정부와 협상할 수밖에 없었다.

미국은 그 뒤부터 기회 있을 때마다 이란에 보복을 해 왔다. 이란인들을 무려 1백만 명이나 죽음으로 몰아 넣은 이란-이라크 전쟁에도 미국이 깊숙이 개입했다. 부시 정부 때 네오콘이 완수하려 한 중동 재편 계획에서 이란 공격은 가장 중요한 단계 중 하나였다. 네오콘들은 이라크 침략을 앞두고 “테헤란으로 가는 길은 바그다드를 통한다”는 말을 공공연히 떠들어댔다.

그러나 이런 네오콘의 야심은 그야말로 ‘중동 사막에 묻혀 버렸’고 오바마는 추락한 미국의 위신을 회복하느라 바쁘다. 2007년 이후 미국이 이라크에 가져 왔다는 안정은 저항세력의 분열로 미국이 그중 한쪽과 손을 잡는 행운 덕분에 가능했다. 현재 아프가니스탄 사령관인 데이비드 페트레이어스는 이런 분열 전략을 통해 미국이 베트남전 같은 처참한 패배를 당하는 것을 가까스로 막고 상황을 ‘안정’시켰다.

이라크 전쟁 실패의 가장 중요한 결과는 이란 영향력이 확대된 것이다. 이란은 이라크 정부 내에 친이란 인사를 통해 또 자신이 지원하는 민병대 등 다양한 통로를 통해 이라크 상황 전개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한때 중동 지역 정치를 좌우하던 이란-이라크 대결 구도는 아이러니하게도 미국의 실패한 이라크 침략 덕분에 이란 영향력이 대폭 확대되는 것으로 끝났다. 바로 이 점이 미국이 이란을 가만두지 않으려는 두 번째 이유 — 지금은 이것이 더 중요하다 — 다.

그러나, 그와 동시에 이것은 미국이 이란을 함부로 군사 공격할 수 없는 딜레마를 안겨 주기도 했다. 자신만만한 이란을 바로 그 때문에 가만 놔둘 수도 없지만, 동시에 함부로 공격할 수도 없다.

최근 스트랫포 연구소 연구원 조지 프리드먼은 한 중요한 보고서에서 이 점을 지적했다. “설사 이스라엘이 이란의 핵시설을 성공리에 공격하더라도 이란은 여전히 이라크[내 미군과 친미 세력]에 엄청난 타격을 입힐 수 있다 … 페트레이어스의 전략은 언제나 이라크를 뒤덮는 암운인 이란이라는 근본적인 문제를 해결할 수 없었다. 그러나 그것은 페트레이어스의 능력 밖의 일이자, 솔직히 당장은 미국 능력 밖의 일이기도 하다. 그렇기 때문에 이란이 그토록 자신만만한 것이다.”

실제로 2009년 1월 〈뉴욕 타임스〉 보도가 보여 줬듯이, 2006년 이란 침략 전초전이었던 이스라엘의 레바논 공격이 실패한 뒤부터 미국 정부는 이스라엘의 이란 핵시설 폭격 계획을 만류해 왔다.

이라크에서 발목이 잡히고 이란을 제압할 뾰족한 수가 딱히 없던 부시 2기 정부의 대이란 정책은 성의 없는 협상과 새로운 제재(부시 정부에서 3차까지 진행됐다) 사이를 왔다갔다하며 지지부진했다.

오락가락

오바마 정부는 부시와 달리 필요하면 이란과 직접 대화도 하겠다고 했고 이란 국민에게 보내는 성명도 발표했다. 그러나 오바마가 요구한 것은 이란이 먼저 무릎을 꿇으라는 부시 정부의 협상 전제 조건과 다르지 않았다. 다른 점이 있다면 부시 때보다 훨씬 강력한 경제 제재를 밀어붙이고 있다는 것이다. 앞으로 한동안은 오바마의 이란 정책도 대화와 제재, 군사 행동 위협 사이에서 오락가락할 것이다.

이스라엘은 어떤가? 이스라엘의 존립 근거 자체가 예상치 못한 군사 행동으로 중동 지배자와 민중을 벌벌 떨게 하는 데 있기 때문에 이스라엘이 미국과 상관없이 독자적으로 이란을 공격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그러나 최근 이스라엘 정부는 흥미로운 행동을 했는데, 2002년 사담 후세인과 알카에다 사이의 ‘동맹 관계’를 입증했다고 거짓말을 한 사기꾼 언론인(과 네오콘)과 손잡고 〈아틀란틱〉에 이스라엘이 이란을 공격할 수밖에 없는 이유를 ‘증명하는’ 기사를 기고한 것이다.

이것은 이스라엘의 호전성을 보여 주는 수많은 사례 중 하나지만 다른 한편, 이스라엘의 약점도 보여 주는 것이다. 이스라엘 정부가 대미 여론전을 벌이는 이유는 아직은 성공적인 이란 공격을 감행하려면 미국 정부의 도움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당장 이란 공격의 칼자루는 미국 정부가 쥐고 있다.

지금 미국 정부와 이란 정부의 관계가 완전히 꼬여 있지만 미국 정부가 장래에 이란 정부와 타협할 가능성을 전면 배제하는 것은 현명하지 않다.

역대 미국 정부는 자신의 필요에 따라 불구대천지 원수와 대타협을 해 왔다. 1970년대 초 북베트남의 승리로 동남아에서 소련의 영향력이 확대되는 것을 억제하기 위해 닉슨 정부가 마오쩌둥과 한 타협이 대표적이다. 미국은 언젠가 자신의 힘의 한계를 느끼고 이라크와 아프가니스탄의 ‘안정’을 얻기 위해 이란 정부에 손을 내밀 수도 있다.

그러나 이란의 타협은 중동과 중앙아시아에서 미국 패권 전략의 상당한 변화(후퇴)를 가져올 수 있다. 경제 위기와 잠재적 경쟁자의 등장으로 고민하는 1등 제국주의 강국에게 그것은 쉽지 않은 선택이다. 미국 정부가 그런 변화를 도저히 수용할 수 없다고 판단내리면 그들은 그때 이라크와 아프가니스탄에서 어떤 곤경에 빠져 있든 상관없이 과감한 모험(이란 공격)을 벌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