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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편지 한반도 주변 긴장과 이란 제재 문제를 다룬 지난 두 호 기사를 읽고:
복잡하게 얽힌 국가 간 관계를 세심하게 읽어야

동아시아 문제를 다루다 보면 미묘한 문제가 한둘이 아니다. 얽히고설킨 국가간 이해관계를 분석할 때 특히 그렇다. 국가 질서는 위계적이며 동시에 모든 국가는 저마다 자기 이해관계를 추구하는 행위 주체이고 이를 바탕으로 국가 간에는 동맹과 협력, 갈등과 적대가 끊임없이 작용한다.

냉전 시기처럼 동맹과 적대 관계가 비교적 굳어진 때는 이런 문제를 다루기가 훨씬 수월했을 것이다.

그러나 지금은 행위 주체들의 선택에 따라 그 결과가 크게 달라질 수도 있는 중대한 지각 변동 시기여서 ― 국가간 힘 관계 때문에 행위 주체의 선택이 의도대로 관철되지 않는 경우도 허다하지만 ― 이런 문제를 다룰 때 세심하게 고려해야 할 점들이 더욱 많다. 그래서 상황을 지나치게 단순화해 설명하려다 보면 독자의 이해를 돕기보다 오히려 다른 측면을 놓치는 결과를 낳기 십상이다.

키 리졸브 훈련 중인 한국군과 미군 미국은 자국의 필요 때문에 능동적으로 한반도 문제에 개입해 왔다.

예를 들면, 강동훈 기자는 〈레프트21〉 37호 기사에서 이명박 정부가 천안함 문제에 “미국을 적극 끌어들임으로써 북한뿐 아니라 중국과의 긴장도 불사했다”고 썼다. 이명박 정부가 미국의 공공연한 지원을 바랐다는 것은 틀림없는 사실이다.

그러나 미국이 (한국과의 동맹관계 때문에) 괜한 문제에 끌려들어 온 것처럼, 그래서 이런 기회를 사후적으로 이용하기만 하는 것처럼 말한다면 그것은 사실을 정확하게 묘사하는 게 아니다. 천안함 사건이 한미합동 군사훈련 기간에 벌어졌다는 사실만 봐도 이미 오래 전부터 미국이 서해 바다에 (중국과 관련해) 큰 지정학적 이해관계를 갖고 있음을 알 수 있다.

김용욱 기자가 쓴 〈레프트21〉 38호 기사의 제목 ― ‘북한 압박하다 이란 제재 함정에 빠진 이명박 정부’ ― 도 이명박 정부의 대북정책을 분석의 출발점으로 삼는 바람에 세계 체제 질서라는 더 큰 맥락을 놓친 경우인 듯하다.

마치 이명박 정부가 미국을 ‘끌어들여’ 북한을 제재하게 된 대가로 미국에게서 이란 제재를 요청받게 된 것처럼 말하는데, 이것은 여러모로 정확한 묘사가 아니다. 물론 이명박 정부의 강경 꼴통 정책을 비웃는 것은 통쾌하지만 말이다.

한국 정부가 미국의 강력한 이란 제재 동참 요구로 곤란에 빠진 것은 대북 제재에 목매 왔기 때문이라기보다 (필자 자신도 지적하듯이) 한국의 경제적 이해관계가 미국의 지정학적 이해관계와 엇갈리고 있기 때문이다. 미국의 다른 전통적 동맹들도 그렇듯이 말이다. 또, 북한을 악마화하기는 그 누구보다 미국 자신의 필요라는 점도 무시해선 안 된다.

이 짧은 글에서 미중 관계나 이란 제재를 둘러싼 문제의 다양한 측면을 모두 다룰 수는 없다. 다만 위와 같은 설명 방식의 약점을 한 가지만 지적하면, 한국 정부의 정책 변화에 지나치게 중요성을 부여하게 된다는 것이다.

한국 정부가 대북 강경책을 밀어붙이지 않는다면 동북아 긴장이 벌어지지 않을 것처럼 또는 이란 제재 같은 곤혹스러운 문제에 봉착하지 않을 것처럼 말이다. 자유주의자들은 정책 변화나 정권 교체의 필요성을 강조하며 이렇게 말한다.

물론 한국 정부가 어떤 정책을 취하느냐가 아무런 영향을 미치지 않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강대국 간 질서 속에서 명백한 한계가 있다는 것은 분명하다. 이것이 바로 김대중·노무현 정부의 대북정책이 입증한 바다.

또, 일본이 후텐마 기지 이전 문제로 “동북아에서 가장 중요한 미국 동맹 자리를 한국 정부에 빼앗[겼다]”는 표현은 동의하기 어렵다. 미국의 동아시아 정책에서 일본이 차지하는 지위는 역사적으로 보나 지정학적으로 보나 그렇게 쉽게 바뀔 수 있는 게 아니다.

“천안함 사건을 이용해 동아시아에 화려하게 복귀하려는 미국” 같은 표현도 오해 소지가 있다. 미국은 제2차세계대전 이후 단 한 번도 동아시아에서 발을 뺀 적이 없으므로 “복귀”할 일도 없다. 현재 미국이 하려는 일은 흔들리는 패권을 지키려는 것이다. 아직 동아시아에서 어떤 국가나 동맹도 미국을 대체하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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