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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드맵“을 파탄시킨 아리엘 샤론

“로드맵“을 파탄시킨 아리엘 샤론

이수현

9월 15일 유엔 중동특사 테르제 로이드-라르센은 이스라엘-팔레스타인 평화협상이 실패했으며 앞으로 유혈 사태가 악화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미국이 추진해 온 중동 평화안 “로드맵”이 파탄났음은 지난 9월 6일 팔레스타인 자치정부(PA) 총리 마흐무드 압바스가 사임했을 때 이미 분명해졌다.

압바스는 카타르의 반동적 지배자들의 고문을 지낸 기업인 출신이다. 팔레스타인 파타 운동 내 우파였던 그는 1993년 오슬로 협정 체결 과정에서 중요한 구실을 했다.

미국의 부시 정부는 아라파트에게 압력을 넣어 압바스를 총리로 임명하게 했다. 압바스의 임무는 인티파다(팔레스타인 민중봉기)를 종식시키는 것이었다. 그러나 대부분의 팔레스타인인들한테서 미국의 앞잡이라는 비난을 받았던 압바스가 미국의 요구를 충족시킬 수는 없었다.

“로드맵“이 실패한 진정한 이유는 미국의 전폭적 지원을 받는 이스라엘 총리 아리엘 샤론이 팔레스타인 지도자들을 끊임없이 살해하고 야만적인 점령 통치의 고삐를 결코 늦추지 않았기 때문이다.

지난 6월 10일 이스라엘은 하마스의 정치 지도자 압둘 아지즈 알-란티시를 암살하려 했다. 다음 날 하마스는 예루살렘에서 버스 자살 폭탄 공격을 감행, 17명을 죽게 만들었다.

이른바 “휴전” 기간이던 8월 14일 이스라엘군은 이슬람지하드의 고위 간부 무하마드 시데르를 살해했다. 닷새 뒤 한 이슬람주의 전사의 버스 자살 폭탄 공격으로 20명이 죽고 1백 명 이상이 부상했다.

8월 21일에는 하마스 고위 군사 지도자 이스마일 아부 샤나브가 타고 가던 차량이 이스라엘 헬기가 쏜 미사일에 맞아 아부 샤나브와 경호원 세 명이 사망했다. 그러자 하마스와 이슬람지하드는 3개월 휴전이 끝났다고 선언했다.

9월 6일 압바스가 사임을 발표한 지 몇 시간 뒤에 이스라엘은 하마스 지도자 셰이크 아흐메드 야신이 있던 건물에 5백 파운드짜리 폭탄을 투하해 그를 암살하려 했다. 그 폭격으로 어른 12명과 어린이 5명이 부상당했다.

야신 암살 기도를 최종 승인한 자는 바로 아리엘 샤론이었다. 이스라엘군은 성명을 통해 그 공격이 야신 암살 작전의 일환이었음을 확인했고, 이스라엘의 한 고위 관리는 “모든 하마스 요원들을 제거할 작정”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하마스는 이스라엘이 “지옥의 문”을 열었다고 비난하며 보복을 다짐했다. 텔아비브와 예루살렘에서 자살 폭탄 공격이 잇따르며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간의 충돌이 격화됐다.

“지옥의 문”

압바스는 자신이 사임하는 이유를 밝히면서 이스라엘이 암살 작전을 지속하고 점령지 철수를 거부했다고 비난했다. 그리고 미국 정부가 “로드맵“을 준수하도록 이스라엘에 압력을 넣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압바스는 또 야세르 아라파트가 자신의 권위를 깎아내렸다고 비난했다. 아라파트가 압바스에게 권력을 충분히 넘겨주지 않은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이것이 가능했던 것은 압바스가 팔레스타인 민중의 지지를 받지 못했기 때문이다.

이스라엘이 표적 살해 정책을 중단하고 점령지에서 군대를 철수하고 팔레스타인 재소자 수천 명을 석방했다면, 압바스는 대중적 지지 기반을 확보할 수 있었을지도 모른다.

팔레스타인 정보부 관리 하니 알-마스리는 이렇게 말했다.

“이스라엘이 [압바스에게] 뭔가 양보를 했다면 아라파트를 쉽게 제거했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이스라엘은 요르단강 서안의 절반도 안 되는 땅에 팔레스타인 국가를 세운다는 협정에 서명할 협력자를 찾고 있었다. 이스라엘이 원하는 것은 평화가 아니라 [팔레스타인인들의] 항복이다.”

9월 11일 아리엘 샤론은 각료회의를 열어 아라파트를 “축출”하기로 결정했다. 축출 방법 중에는 납치, 암살 등도 포함된다. 하지만 국제적 압력과 아랍 민중의 거센 반발에 부딪혀 아라파트 축출 결정을 부인해야만 했다.

그러나 이스라엘이 아라파트를 축출한다 해도 팔레스타인인들과 아랍 민중의 저항을 잠재울 수는 없을 것이다.

1982년 이스라엘은 레바논을 침공, 아라파트를 비롯한 팔레스타인해방기구(PLO) 지도부를 베이루트에서 쫓아냈다. 튀니지로 쫓겨난 아라파트와 PLO는 찌그러져 사라진 것처럼 보였다.

그러나 1987년 말 시작된 제1차 인티파다(팔레스타인 민중봉기)는 아라파트와 PLO를 소생시켰고, 그 뒤 이스라엘은 아라파트와 오슬로 협정을 맺어야 했다.

이스라엘의 팔레스타인 점령과 억압이 지속하는 한, 팔레스타인 민중은 자유와 정의를 위해 계속 저항하고 투쟁할 것이다.

AFP 통신에 따르면, 2000년 9월 제2차 인티파다가 시작된 이래 지난 8월 말까지 죽은 사람은 모두 3천4백39명이다. 그 중 2천5백79명이 팔레스타인인이고, 8백 명이 이스라엘인이다. 이런 일방적인 학살과 야만에도 불구하고 팔레스타인인들의 투쟁은 계속되고 있다.

팔레스타인 민중의 투쟁에 지지와 연대를 보내고 싶은 사람들은 모두 9월 27일 국제반전공동행동에 참가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