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대법원은 2008년 촛불시위 보복으로 구속된 남북공동선언실천연대(실천연대) 활동가에 대한 오랜 재판 끝에 결국 실천연대를 이적단체로 규정했다. 

그런데 한나라당 의원 심재철은 더 나아가 이참에 이적단체 판결을 받은 단체를 아예 강제 해산하도록 하는 내용의 국가보안법 개악안을 발의했다. 

국가보안법의 목적은 정부 비판적 진보세력의 저항을 억누르는 데 있다.

심재철의 개악안은 강제 해산 명령 이후에도 탈퇴하지 않는 사람에게 매일 1백만 원 이하의 벌금을 물리고, 해산 명령을 받은 단체가 집회를 개최하거나 출판물 등을 제작·배포하면 처벌하는 내용을 포함하고 있다. 해산을 하고 나서 같은 단체명칭을 다시 사용해도 해산 명령을 내릴 수 있다. 심지어 단체의 잔여재산을 국고로 환수하도록 돼 있다. 

〈조선일보〉는 “20년 전 대법원이 이적단체로 판결한 범민련도 멀쩡히 살아 있다. 모두 현행 법규에 이적단체를 강제 해산시킬 수 있는 조항이 없기 때문에 벌어지는 일”이라며 개악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그동안 ‘이적단체’ 판결을 받은 단체의 활동가들은 단지 자신의 신념을 지켰다는 이유로 구속, 수배, 감시 등의 고초를 견디며 활동해 왔다. 그런데 이제 그것도 모자라 “생각을 바꾸지 않으면 하루당 얼마씩 벌금을 매기겠다”(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설창일 변호사)는 것이다.

심재철 개악안의 근거가 되는 이적단체 처벌 조항 자체가 헌법이 보장하는 결사의 자유에 위배된다. 실천연대를 이적단체로 규정한 대법원 판결에서도 대법관 다섯 명은 반대 의견을 냈다. 국가보안법 폐지, 주한미군 철수 등 실천연대의 주장이 북한의 주장과 유사하다는 이유만으로 ‘자유민주적 기본질서’를 위반한다고 볼 수 없다는 것이다. 

심재철 개악안 반대 의견서를 준비하고 있는 설창일 변호사는 실천연대가 4대강 사업 반대, 광우병 쇠고기 수입 반대 활동 등에 적극 참가해 왔다며 “강제해산법안에 따르면 이적단체 판결을 받은 단체는 북한과 무관한 이런 활동조차 할 수 없”고, “결국 반정부적 활동을 원천적으로 막”는 안이라고 주장했다.

게다가 이 법안대로 하면 ‘이적단체’ 판결을 받은 단체의 구성원 전부는 단체를 탈퇴하지 않았다는 이유만으로 재판조차 없이 처벌받게 된다. 또, “이미 이적단체 가입으로 처벌받은 사람은 탈퇴하지 않았다고 또 한 번 처벌받으므로 이중처벌”(설창일)이다.

우파들은 독일의 결사법 사례를 들어 개악안의 필요성을 주장한다. 그러나 독일의 결사법은 “전체주의적 독재체제[파시즘]의 출현을 막기 위해” 제정됐고, 한때 이 법을 악용해 독일 공산당을 금지했지만 “1968년 경에는 … 독일 공산당의 대체조직이 생겨나 활동하고 수차례 선거에도 참여”하면서 “더는 결사금지조치는 이뤄지지 않고 있다”(박원순, 《국가보안법연구 3》).

설 변호사는 심재철의 개악안이 통과되면, ‘이적단체’ 판결을 받은 단체가 탄압을 피해 다른 명칭으로 새 단체를 결성해도 유사성만 입증되면 다시 강제 해산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우려했다.

심재철 개악안이 진정 ‘적’으로 여기는 세력은 남한 정권에 비판적인 진보세력이다. 

〈조선일보〉가 말하는 “이적”의 기준은 “주한미군 철수, 키 리졸브 훈련 반대, 미국의 대북제재 반대, 광우병 쇠고기 수입 반대” 주장 여부다. 한나라당은 정부의 천안함 사건 조사 결과에 의혹을 표명하는 서한을 UN에 보냈다는 이유만으로 참여연대가 “이적행위”를 했다고 주장했다. 

8·8 개각 실패 후유증 등으로 심각한 레임덕 위기에 처해 있는 이명박 정부는 반민주적 탄압을 통해 저항을 억누르는 데 더 매달릴 것이다. 

UN도 폐지를 권고한, 당장 폐지해도 시원찮을 국가보안법을 되레 강화하려는 시도에 반대해야 한다. 민주주의를 퇴보시키고 진보운동을 한층 더 옥죌 심재철 개악안이 국회에서 통과되지 못하도록 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