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 대운하 사업은 4대강에서만 강행되는 것이 아니다. 지금 전국의 초·중등학교에서도 예고된 대재앙이 일어나고 있다. 2009 개정교육과정을 따른 2011학년 교육과정 편성을 둘러싸고 엄청난 공교육 파괴가 일어나고 있는 것이다.

지난해 말에 교과부 장관 명의로 고시된 2009 개정교육과정은 2011년에 초등 1·2학년, 중학교 1학년, 고교 1학년부터 연차적으로 적용될 예정이다.

 2009 개정교육과정이란?

‘학생들의 학습부담 축소, 자율적이고 다양한 학교 교육과정’을 명분으로 한 2009 개정교육과정의 내용은 다음과 같다. 학년군·교과군 설정, 교과(군)별 수업시수 20퍼센트 증감, 학기당 8과목 이내의 학기·학년 집중 이수제, 고등학교 전 학년 선택 교육과정으로의 전환, 창의적 체험활동 신설 등이다. 

지난 9월 6일 서울 광화문 정부중앙청사 후문에서 열린 2009 개정교육과정 중단 촉구 기자회견

 영어·수학 몰입교육

그러나 실제 결과는 교과부가 주장하는 개정취지와는 전혀 다르게 나타나고 있다. 우선 교과(군)별 수업시수 20퍼센트 증감에 따라 영어·수학 과목의 시수가 늘어나고 비입시 교과의 시수가 축소되고 있다. 

전국 3천1백44개 중학교 중에서 69.91퍼센트가 영어 수업시수를, 56.81퍼센트가 수학 수업시수를 늘렸다. 그리고 58.65퍼센트가 선택과목 수업을, 38.68퍼센트가 기술·가정 수업을, 29.83퍼센트가 도덕 수업을 줄였고, 그 외에 국어·미술·체육·음악·역사 순으로 수업시수가 감축됐다. 

이는 일제고사와 입시 중심으로 교육과정이 운영되는 학교 현실을 감안할 때 전혀 놀라운 일이 아니다. 초등학교에서는 체육시수가 줄고 있으며, 고등학교에서는 아예 과목이 없어지거나 시수가 보장돼도 수능 대비 자습시간으로 운영될 것이다. 

바야흐로 전국의 모든 학교가 수능·일제고사 대비 종합학원으로 변하고 있다.

집중 이수제의 문제

학년·학기 집중 이수제의 문제는 더욱 심각하다. 

집중 이수제는 전체 교과의 수업시수를 계량적으로만 계산한 피상적 방법으로, 특정 교과의 교육적 특성을 감안할 때 그 교육적 효과가 오히려 반감될 것이다. 학생들의 신체활동, 미적 감수성, 도덕성 등은 특정 시기에 집중하기보다 지속적으로 개발돼야 할 영역들이다.

다른 한편, 현재 학년별 체계로 보급된 교과서를 특정 학기·학년에 몰아치기로 수업해야 하는 문제가 있다.

또 학년군 체계에 맞는 교과 내용이 개발돼 있지도 못하거니와, 개정교육과정 교과서는 2014년 돼서야 보급될 예정이다. 더구나 2011년에는 내용 체계가 전혀 다른 7차와 2007 개정교과서로 한 학기·학년을 가르쳐야 하는 상황이다. 도대체 교과서도 없이 수업을 하란 말인가?

그 외에도 전학생의 수업 결손·중복, 수업을 하지 않는 담임제, 평가와 내신 산출의 공정성 시비도 발생할 수 있다.

 교과·교사 구조조정

2009 개정교육과정으로 말미암아 거대한 교과·교사 구조조정이 일어나고 있다. 중학교에서 영어(1천2백84명), 수학(8백86명) 과목 교사는 큰 증원이 예상되며, 선택과목(8백60명), 기술·가정(5백93명), 도덕(3백30명) 교사는 큰 폭의 축소가 예상된다. 기존 교사수가 많지 않은 미술, 음악, 체육 과목의 경우에도 큰 비율로 축소될 듯하다. 

늘어나는 영어·수학 교사는 기간제 교사로 채울 것이며, 수업시수가 줄거나 개설되지 못하는 과목의 교사들은 퇴출되거나 부정기 전보를 당할 것이다. 아니면 순회교사·상담교사·자습감독교사라도 해야 교직을 유지할 수 있는 상황이다.

또한 음악·미술·도덕 등의 교사가 국어·영어·수학 과목을 가르치기 위해 복수전공 연수를 받으라고 강요당하고 있다. 십 수년간 가르치던 과목 대신에 국·영·수를 가르쳐야 하는 교사는 그만 두는 게 차라리 낫다. 학생들은 갑자기 바뀐 국·영·수 교사에게 제대로 배울 수라도 있을까?  학부모는 좋아할까?

‘개정교육과정 시행 중단과 재개정’ 외에 대안은 없다

일시적으로 파행을 최소화할 수 있다 하더라도, 국·영·수 몰입교육, 교과·교사 구조조정, 교과서 없는 수업 등은 피해 갈 수 없다.

개정교육과정은 산과 강을 죽이는 4대강 사업처럼 학교교육을 망칠 것이다. 학생, 교사, 교육행정 등 그 누구에게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 2009 개정교육과정은 MB정권의 운명과 함께 재개정돼야 할 ‘교육 대운하 사업’일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