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8월 말 유럽에서 열린 국제학술대회에 참석했는데, 돌아오는 비행기에서 우연히 그리스 연구직 노동자와 동석했다. 그래서 최근 경제 위기에 대한 그리스인들의 정서를 전해 들을 수 있었다.

그는 좌파 활동가가 아니라 평범한 국립연구소 과학자였기 때문에 혼란스러운 정치적 분석을 하고 있었다. 자신의 임금이 15퍼센트 삭감된 것을 어쩔 수 없다고 여기고 그리스의 경제 위기가 세계 자본주의 체제의 모순 때문이 아니라 그리스의 고질적인 부패, 비효율 때문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그는 아주 분명한 계급적 분노도 갖고 있었다. 

그리스는 조세제도가 취약해서 기업주들은 내야 할 세금의 10퍼센트만 내는데도 그동안 제재를 받지 않아 왔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노동자들만 ‘유리지갑’이긴 그리스도 마찬가지였던 것이다. 자신은 임금이 깎였는데도, 지금도 부자들은 스위스 은행으로 돈을 빼돌리면서 정부가 세금을 더 걷으면 차라리 부도를 내겠다고 오히려 협박하고 있다고 했다.

이른바 그리스의 ‘비효율’도 노동자 탓이 아니라 기업주들 탓이라고 했다. 가령 건설업체가 정부로부터 1년 만에 공사를 끝내기로 하고 사업을 따낸 뒤, 공사를 2~3년씩 끌면서 두세 배나 되는 돈을 챙겼다는 것이다. 

그리스의 ‘과도한 복지’ 때문에 재정이 고갈됐다는 주장은 어떻게 봐야 하느냐고 묻자, 그리스의 공공의료서비스 비용은 비슷한 제도를 가진 독일보다 세 배나 더 비싸다면서, 제약회사들의 횡포에 정부가 너무 순순히 응했기 때문이라고 했다.

노동자 1인당 복지 비용을 고용주가 절반 부담하도록 돼 있는데, 지난 수년 동안 고용주들은 이슬람 국가 출신 이주노동자들을 고용하면서 복지 비용 책임을 회피해 왔기 때문에 가뜩이나 구멍 뚫린 재정이 악화됐다고 설명했다. 그는 유럽 수준의 복지는 전 세계 누구나 누려야 하는 것 아니냐며 내게 반문했다.

현실이 이렇기 때문에 그리스 거리 시위의 주요 구호가 “훔쳐 간 돈을 다시 내놔라”였다고 그는 설명했다. 현 사민당 정부에 대해서는 ‘이전 정권만큼이나 멍청하고 무능하긴 마찬가지’라고 냉소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