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 초 “퍼플잡” 논의로 시작된 유연근무제는 행정안전부와 노동부, 대통령이 주재한 제2차 국가고용전략회의를 거치며 단숨에 2010년의 핵심적 고용정책으로 부상했다. 

지자체, 각급 공사와 공단 등 공공부문에서 5, 6월에 시범실시한 이후 이렇다 할 평가와 후속 대책에 대한 어떠한 수렴도 거치지 않은 채 행정안전부는 7월 전 지자체와 중앙행정기관에서 전면실시하겠다고 확정했다. 그야말로 초고속이라 할 수 있다.

정부는 무엇이 그리도 급했던 것일까?

5년 전과 비교해 합계 출산율은 더욱 낮아졌고 고용 없는 성장으로 높은 실업률이 지속되고 있는 시점에서 고용률과 출산율이라는 두 가지 큰 사회적 문제 해결을 목표로 삼은 것이 “유연근무제”였기 때문일까?

사실 ‘다양한 형태의 유연 근무’는 그림의 떡이다. 정부가 하고자 하는 것은 시간제 근무의 확산을 통해 단기적 비정규직을 늘리는 방식의 고용 창출이고 장기적으로는 공공부문의 비정규직화와 민간이양이다. 

정부는 불과 2∼3개월 동안 각종 공무원 규정을 개정하고 한시계약직 공무원제를 신설해 최단 6개월 이하 최장 2년을 넘지 못하게 고용기간을 설정했다. 게다가 인건비도 대폭 축소시킬 수 있게 했다. 

후퇴

기존 일반직이나 계약직 공무원의 기득권은 적당히 보장하면서 그 일자리에 대한 대체 노동의 조건은 대폭 후퇴시킨 것이다. 노동조합 등 반대 세력과 정규직의 시간제 근무에 대한 현장 수용력에 대한 “당근”일 터인데 다시 한 번 비정규직 등 우리사회 열악한 노동조건의 범주에 대한 정부의 시각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정부가 목표로 한다던 일·가정 양립과 여성고용률의 문제를 보자.

“일·가정 양립”이란 말의 배경에는 구조화된 성별분업을 해결할 대책, 즉 성평등과 여성의 노동권에 대한 철학이 있다. 

그러나 이번 유연근무제는 “일·가정 양립”이라는 목표와는 정반대로 여성에게 반쪽도 안되는 저임금에 불안정한 노동과 육아를 병행하라고 강요하는 것이며 출산과 양육, 돌봄의 책임을 온통 개인과 가족에게 전가하는 것이다.

또한 정부가 기준으로 삼은 1.5인 소득모델은 남성을 주 생계부양자로 여성을 부차적 부양자로 설정했는데 이는 부와 모, 자녀로 구성된 이른바 ‘정상 가족’을 정책의 중심에 두는 것이다. 따라서 여성가구주는 애초에 외면한 것이다.

얼마 전 발표한 제2차 저출산·고령화 기본계획에서는 시간제 근무를 교묘하게 “육아기 근로시간 단축제도”로 포장했다. 

그러나 이번 2차 계획을 보면 오히려 왜 5년 동안 1차 기본계획을 시행했음에도 여성 노동자들의 상황은 더욱 열악해지고 합계출산율이 오히려 더 떨어졌는지를 이해할 수 있다.

이번에 공무원노조가 유연근무제에 반대하는 연구보고서를 냈는데, 위로가 되는 것은 정부가 엄청나게 선전 공세를 폈는데도 조합원들은 유연근무제 문제를 비정규직화 문제로 꿰뚫어 보고 있으며 이에 노동조합이 적극적으로 대처해야 한다는 한목소리를 내고 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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