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27운동의 정치적 의의

 

지난 9월 27일 미국의 이라크 점령 반대 국제 공동 시위는 반전 운동의 성격을 반영했다. 노조원과 학생, 동성애자와 이성애자, 여성과 남성, 서양인과 아시아인, 종교인과 세속인, 노인과 청년이 다 함께 거리를 행진했다.

국민 대다수가 미국의 이라크 점령에 반대하고, 다수가 파병에 반대하므로 우리 9·27 집회 참가자들은 우리 사회의 다수를 대표했다. 지난 토요일 마로니에공원과 종로 거리에서 일어난 일이야말로 진정한 민주주의였다.

우리는 또한 매주 1천 명씩 죽어 가면서도 저항하는 이라크인들을 대변했다. 그들은 부시 일당의 무장 강도 짓에 저항하고 있는 것이다. 이라크 국민에게는 자신의 미래를 스스로 결정할 권리가 있다.

또, 우리는 주요 전투가 벌어지던 기간보다 더 많이 죽고 있는 미군 사병들에 대한 동정심을 나타냈다. 그들은 상당수가 흑인이고 거의 다 노동계급에 속한 청년들이다. 그들은 미국의 제국주의적 군사 기구의 대포밥일 뿐이다.

한 마디로 말해, 우리는 무수한 사람들의 양심을 대변했다.

 

9·27 운동의 특징

 

이전의 반전 시위들에 비해 9·27의 특징은 크게 두 가지였다. 첫째, 노동계급 단체들과 지역 반전 그룹들이 대거 참가했다. 덕분에 운동이 더 넓어지고 더 깊어졌다. 이것은 9·27운동의 초기 제안자들이 의식적으로 기층 운동을 건설하려 애썼기 때문이다. 피억압자들의 자체 해방 잠재력을 굳게 믿는 그들은 엘리트주의에 빠지지 않았다.

이와 대조적으로, 엘리트주의적인 주요 시민단체들이 추진하고 있는 이른바 "정책 사업 계획"서에는 대중 행동이 전혀 언급되지 않고 있다. 이데올로기 투쟁, 즉 선전이 주종을 이루는데, 열거하면 다음과 같다. "파병 반대 논거 자료 생산", "국방부의 이라크 조사단 활동에 대한 반박 활동", "국제적 압력의 조직화", "정책 당국자들과의 면담", 주요 단체 지도자들의 1인 시위 등이다. 노동자와 학생의 직접적 대중 행동, 더구나 노동자 파업에 대해서는 일절 언급이 없다.

9·27조직위 신문 광고를 본 사람은 알아차렸겠지만, 9·27조직위 안에는 다양한 노동자 단체가 두드러졌다. 현장 조합원 반전 그룹들과 노조 지역 조직들의 대거 가입은 지난 봄 반전 운동과 비교해 가장 큰 차이점 가운데 하나이다. 서울지하철 노조는 조합원 개개인이 가입하는 걸로 계산해 가입비를 무려 90만 원 이상이나 냈다. 물론 시위 자체에도 많이 참가했다. 더구나 서울지하철 노조는 런던 지하철 반전 노조원 그룹들처럼 집회 개최지의 역(驛)을 통과할 때 행사 안내 방송을 하기까지 했다.

기층 노동계급 단체들의 참여 덕분에 반전 운동이 지역에 뿌리내릴 잠재력이 더 커졌다.(이 때 "지역"은 서울과 대비되는 '지방'이라는 뜻이 아니라, '중앙'과 대비되는 의미의 '지역'을 말하는 것이다.) 9·27조직위는 주요 단체들 간의 중앙 기구라는 제약을 과감히 탈피하고 지역 반전 그룹들을 건설했다. 이 일은 9·27 이후에도 계속돼야 할 일이다.

기층 노동계급 단체들의 대거 참가와 함께 좌파 단체들의 참가도 주목할 만했다. 특히 '노동자의힘'과 사회당의 참가는 그 동안 노동조합 쟁점들에 역점을 두고 활동하던 사람들에게 영향을 미치게 될 것이다.

9·27 운동의 둘째 특징은 지도력이 젊다는 것이다. 9·27조직위 첫 운영위원회 회의에 참석하러 회의실에 들어서면서 나는 운영위원의 평균 연령이 지난 봄 반전 운동 때 지도 기구보다 십여 년 더 젊다는 느낌을 받았다. 물론 청년들은 노장년층 활동가들의 경험을 전수받을 수 있어야 한다. 하지만 노장년층은 청년층이 주도하는 운동으로부터 활력과 전투성과 진취성을 제공받아야 한다.

 

9·27 운동의 의의

 

9·27 운동의 정치적 의의는 첫째, 반전 운동이 건재함을 증명했다는 것이다. 바그다드 함락 이후 주류 언론은 반전 운동이 사라질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9·27은 이런 가정을 반증했다. 9·27 시위의 규모는 지난 봄 질풍노도 시기의 시위 규모에 견줘 결코 손색이 없었다. 질적인 측면에서는 오히려 진보했는데, 이에 대해서는 앞에서 얘기했다.

둘째, 9·27은 지난 봄 솟아올랐다 사그라드는 듯했던 반전 운동의 지지자들을 다시 결집시켰다. 지난 봄 대중적 반전 운동은 국내 최초로 등장했다. 그런만큼 기존의 조직 좌파가 조직하고 있지 못하던 부문들을 포함하고 있었다. 그런 부문들에 속하는 풀뿌리 단체들과 개인들은 지난 봄 반전 투쟁이 돌연히 끝난 뒤 정치적 본거지를 찾지 못해 방황했을 것이다. 9·27조직위는 그들에게 마치 제집처럼 마음 편히 머물 곳을 마련해 주었다.

9·27의 셋째 의의는 반전 운동의 성장을 위한 중추를 형성시켰다는 것이다. 이것은 사회 내의 광범한 반전 분위기를 성공적으로 이용해 많은 사람들을 참가시킴으로써 가능했다. 특히 파병 반대 운동의 디딤돌을 놓았다.

파병반대비상국민행동은 10월 11일과 25일에 대중 집회를 잡아 놓고 있다. 이것은 아주 좋은 일이다. 이것이 더 발전돼 거리와 작업장을 마비시키는 수준의 대중 행동으로까지 나아간다면, 파병이 저지돼 우리의 젊은이들이 이라크의 사막에서 잇달아 싸늘한 시체가 돼 귀국하는 사태를 피할 수 있을 것이다.

이것이 올 가을에 가능하지 않다 해도 나중에라도 파병 부대의 철수를 요구하며 투쟁하기에 좋은 디딤돌을 만들어 놓는 셈일 것이다. 9·27은 이미 그런 디딤돌의 일부를 놓았다.

 

성과의 유지

 

이러한 9·27의 성과를 살리려면 9·27의 조직 방식과 조직 구조를 유산으로 남기기를 원하는 사람들이 9·27 모델에 따라 새로 반전 운동 네트워크를 구축하는 도리밖에 없다.

물론 이 네트워크의 중앙 조정 기구는 파병반대비상국민회의의 해체 이후 형성될 새로운 반전 연합 기구 건설 논의에 참가할 필요가 있다.

반전 운동은 노무현 정부를 심각한 정치 위기로 몰아넣고 있다. 이 위기로부터 노동자와 피억압자 운동이 이익을 얻을 수 있느냐 하는 점은 미리 정해져 있지 않다. 그것은 단지 말뿐이 아닌 실천에 달려 있다.

최일붕(다함께 국제연락간사/편집위원)

 


 

9.27운동성과의 정치.조직적 계승 방안

고민택(노동자의 힘 중앙위원)

9·27조직위원회는 운동을 아래로부터 건설해 나갈 수 있음을 행동으로 입증했다.

우리는 이 운동이 앞으로 나가도록 해야 한다. 운동의 저변을 넓히기 위해서라도 운동의 중심을 잡고 질을 향상시켜야 한다. 이 점이 9·27국제반전공동행동이 우리에게 준 과제이다.

여기서 가장 중요한 것은 노동 계급이 이 운동의 전면에 나서야 한다는 것이다. 반전 운동은 아직 여러 약점을 가지고 있다. 비록 9·27국제반전공동행동이 아래로부터 기층 대중 운동의 참여를 이끌어 냈지만, 반전 운동 일반에서 상층 연대 중심은 아직 완전히 극복되지 못했다.

동지들에게 9·27운동의 정치적 성과뿐 아니라 조직적 성과를 계승할 수 있는 방법이 무엇인가에 대해서 함께 고민하자고 제안하고 싶다. 파병반대비상국민행동이 있고 반전협의기구에 대한 논의가 남아 있기는 하다. 그러나 비상 국민행동은 상층 연대 중심의 운동이고, 파병 반대라는 쟁점에만 머물러 있다.

9·27조직위원회라는 형식은 이제 해소되지만 운동은 계속돼야 한다. 9·27운동은 기층의, 아래로부터의 운동에 중점을 두고, 파병만이 아니라 이라크에서 미국의 완전 철수와 한반도 전쟁 위협 반대라는 상설적이고 지속적인 운동의 목표를 가지는 활동으로 이어져야 할 것이다.

지금까지 우리의 연대 운동은 단체간 상층 연합으로 이뤄져 왔다. 이 한계를 극복해야 한다. 50만 명을 모을 수 있는 운동을 지금부터 시작해야 한다. 기층에서 조직해야 하고 민주적 의사결정 과정을 철저하게 관철해야 한다.

이 운동을 건설하기 위한 형식은 아직 마련돼 있지 않다. 이 자리에서부터 시작하면 된다고 생각한다. 9·27국제반전공동행동의 성과를 계승해 나가자는 뜻에서 이 운동을 함께 시작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초동 주체로 나서 줄 것을 부탁한다.

이 운동은 비상국민행동과 앞으로 논의할 반전협의기구의 실질적 추동력을 만들어 가기 위한 과정이고, 비상국민행동과 반전협의기구에도 적극 참여할 것을 전제로 하는 것이어야 한다.

 


 

더 넓고 자유로운 반전운동

김정식(동아시아 반정회의 실행위원)

나는 이번 9월 27일 국제반전행동에 약간 늦게 동참했다. 그 과정에서 젊은 동지들한테서 상당히 강한 인상을 받았다. 특히 상근자들의 헌신성에 놀랐다.

그리고 이런 운동이 한국 대중 운동의 혁신으로 작용하기를 바라며, 향후 운동을 주도하기를 바라고 있다.

이러한 혁신을 바탕으로 더 넓고 자유로운 대중 운동이 발전하길 바란다.

 


 

민주노총이 반전운동을 고민해야

이회수(민주노총 대외협렵실장)

9·27국제반전공동행동이 성공적으로 치러졌다고 말씀드리고 싶다. 집회의 성격, 주최, 운동 방식에 많은 변화가 있었던 것 같다. 반전 평화운동의 전통적인 기반뿐 아니라 새로운 영역이 더 광범하게 참여했다는 변화를 볼 수 있었던 것 같다.

그리고 조직 과정에서 전국 단체와 여러 사회단체들만이 아니라, 지역과 각 부문의 다양한 개인들이 참여함으로써 위로부터의 운동만이 아니라 밑으로부터 많은 분들이 참여할 수 있는 장을 열었던 측면을 갖고 있는 것 같다.

민주노총이 현재 미국 부시 정권의 전쟁 정책을 파탄시키기 위한 반전운동을 고민하고 받아들여야 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그래야 노동운동이 더욱 확대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10월 하순경에 정부와 국회가 전투병 파병동의안을 강행 처리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이것에 대항할 수 있는 총력 투쟁을 건설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보고 있다.

 


 

불복종 직접행동의 필요성

정병호(성공회대학교 총학생회장)

노동자들도 나서야 하고, 파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앞서 있었다. 학교에서도 행동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지금은 4월보다 더 많은 사람들의 분노를 살 수 있는 시기이다. 대학생들이 파병에 반대하는 직접적인 불복종 행동을 벌여야 한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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