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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홍보가 보여 주지 않는 G20의 진정한 실체

이명박 정부는 왜 G20 성공에 목을 매는가

이명박 정부는 G20을 성공적으로 개최하면 얻을 수 있는 최고의 효과가 ‘국격 높이기’라고 말한다. 다른 나라 정부들과 자본가들이 한국 정부와 한국 자본가들을 좋은 파트너로 여기도록 하고 싶다는 뜻이다.

그렇게 하려면 경쟁하는 열강과 대자본가들이 대부분 만족할 수 있는 타협안이 채택되도록 해야 한다. 그러나 갈수록 앞날이 불투명해지는 세계시장을 고려하면 이는 이명박 정부가 의장을 한 번 맡는다고 이룰 수 있는 일이 아니다.

G20 성공에 목을 매고 있는 이명박

또한 이명박 정부는 G20을 성공적으로 개최해 국내에서 정권에 대한 신뢰를 높이고 조기 레임덕을 방지하고 싶어 한다.

이명박 정부의 핵심 정책들은 국내에서 대부분 광범한 반대 여론에 부딪혀 왔다. 4대강 사업, 언론 통제, 반민주적 탄압, 경제 위기 고통 전가 등. 세종시 무산이 보여 주듯 제대로 성공한 정책도 별로 없다.

이런 상황에서 국민적 과제 즉, 모든 국민이 하나로 힘을 합쳐야 하는 과제를 제시하고 대중이 받아들이게 할 수 있다면 이런 국내 갈등을 사람들의 관심에서 멀어지게 만들 수 있고 위신도 회복할 수 있다고 보는 것이다. 많은 정부들이 올림픽이나 월드컵 같은 국제 행사를 유치하려고 애쓰는 까닭이다.

이런 행사를 성공적으로 치러내면 ‘국민적’ 과제를 훌륭하게 수행한 정부의 국내 입지를 강화할 수 있다. 반대로 정부의 정책에 맞서는 운동을 공격하기는 쉬워질 것이다.

한편 한국 자본가들은 자신들이 국제 시장에 내다파는 상품들이 이른바 “코리아 디스카운트”를 겪고 있고 이것에서 벗어나야 한다고 주장한다.

설사 이런 주장이 어느 정도 사실이라 할지라도 이는 국제회의 유치 따위로 해소될 일이 아니라는 것은 그들도 잘 알고 있다.

이런 주장은 한편에서는 노동자들의 임금 인상을 억제하려는 논리로 이용되고 다른 한편에서는 노동자들도 G20의 성공적 개최를 위해 헌신해야 한다는 논리로 이용된다.

결국 이명박 정부와 한국 자본가들이 훈장처럼 달고 싶어 하는 ‘국격’은 노동자들의 삶을 담보로 하는 것이다.

요컨대, 이명박은 G20을 세계의 주요 지배자들과 함께 힘을 모아 경제 위기 고통전가 방안을 마련하고 그것을 ‘국제적 합의’라는 이름으로 노동자·민중에게 강요하는 기회로 삼으려 한다.

경제 위기 해결을 위해 국제 공조가 필요하지 않는가

2008년부터 전 세계는 1930년대 대공황 이후 가장 심각한 경제 위기를 겪고 있다.

이번 경제 위기의 핵심적 성격 중 하나는 미국에서 시작된 위기가 전 세계로 순식간에 확산됐다는 점이다. 이것은 지난 수십 년 동안 세계 주요 경제권 사이에 경쟁적이지만 상호의존적인 성격이 강화된 결과다. 따라서 ‘경제 위기를 극복하려면 다국적 공조가 필요한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 수 있다.

경제위기 고통전가 G20에 반대하자

2008년 11월 G20 정상회의가 최초로 개최됐을 때 참가국과 주류 언론들은 이 모임이 세계적인 경제 위기에 국제적 대책을 내놓기 위해 모였다는 점을 크게 강조했다.

그러나 각 나라가 각자 이익에 맞게 내놓은 대책 외에 새로운 대책을 내놓지 못한 2008년 11월 워싱턴과 2009년 4월 런던 정상회의부터, 각국 이해관계의 불일치로 금융 개혁이 용두사미로 전락한 2009년 11월 미국 피츠버그 정상회의와 2010년 캐나다 토론토 정상회의를 거쳐, 최근 서울 정상회의를 앞두고 전의를 불사른 ‘환율전쟁’에 이르기까지 G20은 전혀 국제 협력의 공간이 되지 못했다.

이것은 우리가 살고 있는 세계 체제, 즉 자본주의가 경쟁적 체제이기 때문이다. 마르크스는 자본가들을 ‘서로 싸우는 형제들’이라 불렀다. 특히, 경제 위기 때 각 나라 정부들은 다른 나라 자본을 희생해 자국 자본을 지키려 하기 때문에 합의에 이르기가 더 힘들어진다.

물론, 자본가들과 이들의 이익을 대변하는 국가 정상들이 모든 점에 동의하지 못하는 것은 아니다. 마르크스의 말을 봐도, 그들은 ‘형제’이기도 하다.

그들은 2008년부터 각종 쟁점에서 서로 논쟁을 벌이는 와중에도 경제 위기의 대가를 자본가가 아니라 평범한 노동자와 서민이 치르게 만들자는 것에는 합의했다.

G20은 막대한 세금을 쏟아부어 은행을 살리는 것에 몰두하면서 일자리를 유지하거나 창출하는 것을 뒷전으로 미뤘고, 이 과정에서 생겨난 막대한 국가 부채를 공공서비스와 노동자 임금 삭감 등 이른바 ‘허리띠 졸라매기’로 해결해야 한다는 점에 동의했다. 악명 높은 IMF에 그토록 많은 권한을 부여한 것도 마찬가지 맥락에서다.

따라서 ‘합의를 할 수 있을 것인가’뿐 아니라 ‘누구를 위한 합의인가’도 매우 중요한 문제다. 이처럼 노동자·민중에게 고통을 전가하기 위한 국제 공조·합의를 지지해서는 안 된다.

G20이 금융 규제로 가고 있는가

최근 ‘환율전쟁’이 벌어지며 금융 불안정성이 높아지자, 지난 6월 토론토 G20 정상회의에서 합의가 무산됐던 금융 규제를 다시 논의해야 한다는 주장들이 나오고 있다. ‘새로운사회를여는연구원’을 비롯한 몇몇 진보 단체들도 G20 정상회의가 금융 규제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다고 설명한다. 물론 금융 통제는 필요하다.

그러나 각국이 경제 위기의 대가를 타국에 전가하고 싶어 해 금융 규제가 G20에서 통과될 가능성은 높지 않다. 대표적인 금융 규제 방안인 은행세는 지난 G20 회의에서 캐나다와 일본, 호주, 브라질 등의 반대로 부결된 바 있다. 자국의 금융산업을 더 키우고 싶어 하는 이 나라들은 은행세를 일괄적으로 도입하면 자국 금융기관으로 자금을 모을 수 없을까 봐 걱정한다.

경제위기에 대한 근본해결 없는 G20

도입된 몇몇 규제조차 금융기관들의 반발로 꾀죄죄해졌다. 미국에서 거대 은행에 세금을 물리는 ‘오바마세’ 도입은 은행들의 반발로 실패했고, 헤지펀드·사모펀드와 같은 투기자본에 은행이 투자하지 못하게 하려던 것도 일정 한도까지는 허용하는 쪽으로 변경됐다. 영국은 은행세를 도입하기로 했지만 법인세를 28퍼센트에서 24퍼센트로 낮출 예정이어서 영국의 주요 은행들이 내야 할 세금이 되레 줄어들 가능성이 높다.

이 때문에 친기업주 신문인 〈파이낸셜 타임스〉조차 “지난 3년간 영국 중앙은행이 영국의 금융기관에 지급한 보조금만 5백90억 파운드(약 1백5조 원)에 이른다”며 “은행들이 부담해야 할 금액은 20분의 1도 안 된다”고 비꼬았다.

사정이 이런데도 영국 주요 은행들은 새로운 세금이 부과되면 영국을 떠나겠다고 협박하고 있다.

더 근본에서는 금융 규제로 금융 불안정성이나 경제 위기를 막지 못한다는 약점이 있다. 지금까지 금융기관들은 규제를 요리조리 피하는 다양한 방식을 개발해 왔고, 앞으로도 수익이 나는 것처럼 보이는 분야가 있다면 그렇게 할 것이다.

게다가 금융의 무절제한 자유는 경제 위기를 촉발하는 구실을 했을 뿐 그 자체가 근본 원인은 아니다. 마르크스주의 경제학이 지적한 것처럼 실물 부문의 이윤율 하락으로 투자처를 찾지 못한 막대한 자금이 투기에 뛰어들어 금융 위기가 벌어진 것이다.

따라서 자본주의 이윤 생산이라는 엔진 자체를 건드리지 않고 금융 규제만 하는 것으로는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다.

G20 반대보다 그 안에서 요구하는 게 더 효과적?

주요 NGO 단체들은 G20에 반대만 하지 말고 비판적으로 개입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실제로 10월 14일부터 15일까지 인천 송도 컨벤시아홀에서 한국 시민사회단체 대표자들과 정상회의 준비위원회측이 공동주최한 ‘시민사회 G20 정책 대화’(Civil G20 Dialogue)가 열렸다.

그러나 G20에 권고안을 제시할 목적으로 열린 그 포럼에서 G20 서울 정상회의 준비위 측은 NGO들의 권고를 수용하려 하지 않았다. 이태호 참여연대 협동사무처장은 “정부가 NGO의 목소리를 들을 준비가 돼 있지도 않았다”고 전했다.

사실 G20은 모든 회의가 완전히 비공개로 진행되는 비민주적인 회의 구조를 갖고 있다. 참관도 허용되지 않는다.

그런데도 G20에 비판적으로 개입할 수 있고 또 그래야 한다는 주장은 항의 운동을 G20의 들러리로 전락시킬 위험이 있다.

또한, 정부에게 ‘시민사회단체의 목소리를 들으려 노력했다’는 정당성을 부여할 수 있다. 아니나 다를까 10월 20일 열린 정부와의 쟁점토론회에서 G20 정부준비위 관계자는 “Civil G20 Dialogue를 통해서 시민사회단체의 의견도 수렴하려 노력했다”고 강조했다.

운동 건설보다 정부와의 대화에 초점을 맞추는 시민사회단체의 G20 로비 활동은 G20을 그럴싸하게 포장해 주고 항의 운동의 힘을 분산시킬 위험이 있다.

예를 들어 G20에 비판적으로 개입한다는 시민사회단체의 전략 때문에 일부 NGO는 G20에 반대하는 공동전선체의 이름에 “항의”를 넣어서는 안 된다고 강력하게 주장하기도 했다.

그러나 G20 정상들이 우리의 주장을 듣지 않을 수 없게 강제할 가장 효과적인 수단은 G20 항의 운동의 규모를 키워 우리의 힘을 강화하는 것이다.

G20 정상회의는 늘 저항을 부른다

G20 정상회의 항의 운동이 가장 성공적이었던 때는 2009년 4월 런던 정상회의 때였다. 당시 노동조합, NGO, 급진좌파 정당, 환경 운동가, 반전 활동가 등 1백50개 단체가 연합체 ‘사람이 최우선이다!’를 결성해서 정상회의에 대응했다.

올해 6월 캐나다 토론토에서 열린 G20 반대 시위 한국에서도 전세계적인 G20 반대 운동에 함께 하자

주요 슬로건은 ‘너희들의 위기에 우리가 대가를 치르지 않겠다’였다. 3만 5천여 명이 하이드파크에 모였다. 영국 중앙은행 앞에서 “금융 만우절”이라는 이름의 행사가 큰 규모로 열렸고 영국 전쟁저지연합은 트라팔가 광장에서 행진을 하고 시위를 벌였다. 기후변화 관련 활동가들도 그즈음 ‘기후캠프’를 조직했다. 이들은 “서민들이 아니라 부유층에 더 많은 세금을 물리고, 부유층이 (경제 위기 대처) 비용을 지불하도록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시위는 단지 영국에서만 열린 것은 아니었다. 프랑스, 독일, 오스트리아 등지에서 적게는 수백 명에서 많게는 수만 명이 집결해 경제 위기의 책임을 묻고 빈곤 해결과 일자리 보호를 요구하는 시위를 벌였다.

2009년 11월 피츠버그 정상회의 때에는 학생과 시민 들 4천여 명이 평화행진을 벌였다. 기후변화 운동에 관여하는 활동가들이 피츠버그 중심가를 가로지르는 교각에 대형 현수막을 걸기도 했다.

2010년 6월 캐나다 정상회의 때에도 항의 운동은 계속됐다. 2만 5천 명이 캐나다 토론토 G20 반대 시위에 참가했다. 캐나다의 풀뿌리단체들을 아우르는 캐나다공동체동원네트워크가 항의 행동을 주관했다.

이제 서울이 항의 운동의 바통을 이어받을 차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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